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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에 전례 없이 인재들이 몰리면서 ‘한국판 딥마인드’를 선점위해,VC ◇AI, 인재만 모이면 수백억 투자

Bonjour Kwon 2021. 9. 13. 22:34

수백억 투자 감사합니다… AI스타트업들 싱글벙글
장형태 기자
입력 2021.09.13 04:31
AI(인공지능) 분야 창업 초기 단계의 토종 스타트업에 최근 투자가 몰리고 있다. 수년 전이라면 거품 논란이 일 만한 수백억원대 투자가 기본 단위로 느껴질 정도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하지만 “거품이 아니다. 오히려 더 받을 수도 있는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업계의 투자 여력이 커진 것도 한 이유지만, AI 분야에 전례 없이 인재들이 몰리면서 ‘한국판 딥마인드’를 선점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2014년 당시 무명의 AI스타트업 딥마인드를 7000억원에 인수해 2년 뒤 알파고를 선보이며 세계 AI 시장을 주도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될성부른 AI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AI, 인재만 모이면 수백억 투자

지난 1일 창업 9개월 차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316억원의 초기 투자(시리즈A)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3일에는 AI 가상 인간 스타트업 딥브레인AI가 5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AI 앵커 같은 가상 인간을 개발하는 딥브레인AI는 지난 3일 500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은 가상 인간이 등장하는 딥브레인AI의 키오스크를 시연하는 모습. /딥브레인AI
AI 앵커 같은 가상 인간을 개발하는 딥브레인AI는 지난 3일 500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은 가상 인간이 등장하는 딥브레인AI의 키오스크를 시연하는 모습. /딥브레인AI
초기 AI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인재다. 업스테이지의 창업 멤버들은 네이버 출신의 국내 AI 분야 최정상급으로 알려져 있다. AI스타트업 보이저엑스는 지난 6월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옐로우독으로부터 300억원 초기 투자를 유치했는데, 19세 때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만들어 천재 개발자로 유명한 남세동 대표가 창업한 곳이다. 구글·아마존·알리바바·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AI 인재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대기업이나 석학 출신, 스타 개발자가 세운 스타트업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이라는 점도 AI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또 다른 배경이다. 최근 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동안 기존 기업들이 쌓아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술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통해 관련 AI 분야 인재를 확보하면 딥러닝(심층 학습), 얼굴 인식, 자율주행, 이미지 검색 등 활용 분야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AI 스타트업들도 투자를 받으면 최우선으로 인재 확충에 나서고 있다. 보이저엑스는 개발자를 100명까지 늘릴 예정이며, 업스테이지는 내년까지 200명 이상 개발자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수석 개발자들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과 동시에 성과 내는 AI 스타트업들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해외에선 딥마인드가 AI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AI 기술로 토익 독학 앱 산타토익을 개발한 뤼이드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2014년 창업한 뤼이드는 이용자 200만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런 성과와 AI 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초기 AI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
가상 인간 제작 기술을 갖춘 딥브레인AI는 최근 중국 민간 방송사인 베이징 방송과 칭하이 방송에 AI 아나운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이 AI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업스테이지는 창업 8개월 만에 88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 7월 160억원 투자를 유치한 AI 음성 인식 스타트업 리턴제로도 전화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바꾸는 서비스 비토로 38만 이용자를 모았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급은 없지만 내실 있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오면서 국내 AI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준표 대표는 “AI 투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긴 안목으로 봐야 하는 영역”이라며 “소프트뱅크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AI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어 앞으로 유망한 국내 AI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형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