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7
[SPECIAL REPORT]
지난 1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탈탄소 정책의 핵심 법안을 담은 ‘핏포55’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국내 화학 업체인 휴켐스는 공장 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남은 분량의 탄소배출권을 판매, 지난해에만 374억원의 수익을 냈다. 영업이익의 39%에 이르는 규모다. 번외 수익이긴 해도, 휴켐스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휴켐스는 질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줄여 매년 적지 않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새로 짓는 공장에도 이 같은 저감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반면 현대제철의 탄소배출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71억원에 이른다. 이 부채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했거나 해야 할 돈이다. 전년(1143억원) 대비 37% 증가했고, 배출권으로만 지난해 영업이익(730억원)의 2배 이상 금액을 부채로 떠안은 것이다. 온실가스를 점진적으로 줄일 목적으로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거래제는 당장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는 제조업체 등에 시간적 여유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향해 가속패달을 밟으면서도 정작 배출권 거래시장은 방치해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닌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배출권 확보 못하면 3배 과징금 물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유럽·미국·중국 등지가 도입해 시행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15년 거래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기업에 1톤(t) 단위의 배출권 분량을 할당(허용)하면, 기업은 할당량(이른바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보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휴켐스처럼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은 주식을 거래하듯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반면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거나 할 것으로 예상되면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허용치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도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은 시장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정부의 주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의 거래대금은 2015년 139억원에서 2019년 4924억원, 지난해 6208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거래제의 직격탄을 맞은 건 국가 제조업의 근간이지만 철강재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철강업계다. 현대제철은 물론 포스코도 지난해 탄소배출부채가 786억원으로 전년(510억원) 대비 54% 급증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수출품 생산을 도맡고 있는 삼성전자와 기아도 탄소배출부채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1분기까지 삼성전자는 402억원, 기아는 1577억원의 탄소배출부채가 쌓여있다. 거래제의 가장 큰 문제는 업종·기업별 할당량이 ‘깜깜이’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올해 시행된 3기 거래제 대상 기업은 69개 업종 685곳(올해부터 2025년까지 3기 거래제 시행)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량은 지난해 말 환경부가 개별 기업별로 통보했다. 3기 거래제 685개 업체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은 26억8000만t이다. 이를 개별 업종·기업별로 분배해 할당했다는 것인데, 업종·기업별 할당량은 비공개다. 어떤 기업이 얼마나 배출권을 받았는지는 정부만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업종별 배출권 할당 조정계수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할당했다고 하지만, 역시 그 기준에 대해선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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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힘이 있는 기업들이 정치권 등을 통해 배출권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배출권을 제대로 할당받지 못한 기업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출발부터가 불공정한 셈이다. 이렇게 ‘비공개’로 할당된 배출권은, 그나마 거래시장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정 가격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춰 예산을 잡거나 배출권 구매 등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거래시장 또한 불공정하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우선 총량(전체 할당량) 자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원칙’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다. 시장 참여 기업 자체가 적은 데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발전사들이 배출권을 싹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들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배출권 거래가격의 80%를 보조 받는다.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출권 구매 부담이 적다보니 배출권 물량을 쓸어가기 일쑤다. 배출권이 필요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려고 해도 정작 구매할 수 없는 ‘있으나 마나’한 시장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간의 ‘직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출권이 필요한 데 (시장에서) 정상적으로는 구매할 수 없으니 동종이나 이종 기업 간 직거래를 하거나, 급하면 재무재표상 부채로 잡고 다음연도 것을 미리 가져다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출권 거래대금 6000억 넘어
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왜곡돼 있다 보니 배출권 가격도 들쑥날쑥이다. 2016년 1t당 연평균 1만7056원이었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2만9604원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50 탄소중립(실질적 탄소 배출량 제로)’을 선언하고, 기업을 더 압박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수준인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로 우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고 미국(11.6%)·영국(9.6%)과는 격차가 크다.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은 서비스업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조만간 2050 탄소중립에 맞춰 기업별 배출권 할당량을 재산출해 통보할 계획이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할당량 자체도 모자란데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배출권 할당량을 늘리지 못한다면, 수급 상황이라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한다. 탄소배출권 리서치 전문기관인 나무이엔알(NAMU EnR)김태선 대표는 “3기 거래제 시행으로 위기감이 커진 기업들이 배출권 매집이나 움켜쥐기에 나서면서 물량이 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배출권을 비축해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선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서 줄인 온실가스도 그만큼 할당량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령 거래제 대상인 A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B사나 C사에 적용해 B·C가 연간 1t의 온실가스를 줄였다면, 이 물량 만큼 A사에 배출권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내 온실가스 총량도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의 숨통도 어느 정도 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온실가스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쉬운 사업장만 찾아다니며 배출권 확보 경쟁에만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정작 자신들의 대형 사업장에선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해 배출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계산이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며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렇게 배출권 수급을 막아버리면 공장을 멈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SPECIAL REPORT]
지난 1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탈탄소 정책의 핵심 법안을 담은 ‘핏포55’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국내 화학 업체인 휴켐스는 공장 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남은 분량의 탄소배출권을 판매, 지난해에만 374억원의 수익을 냈다. 영업이익의 39%에 이르는 규모다. 번외 수익이긴 해도, 휴켐스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휴켐스는 질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를 줄여 매년 적지 않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새로 짓는 공장에도 이 같은 저감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반면 현대제철의 탄소배출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71억원에 이른다. 이 부채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했거나 해야 할 돈이다. 전년(1143억원) 대비 37% 증가했고, 배출권으로만 지난해 영업이익(730억원)의 2배 이상 금액을 부채로 떠안은 것이다. 온실가스를 점진적으로 줄일 목적으로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거래제는 당장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는 제조업체 등에 시간적 여유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탄소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향해 가속패달을 밟으면서도 정작 배출권 거래시장은 방치해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닌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배출권 확보 못하면 3배 과징금 물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유럽·미국·중국 등지가 도입해 시행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15년 거래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기업에 1톤(t) 단위의 배출권 분량을 할당(허용)하면, 기업은 할당량(이른바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보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휴켐스처럼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은 주식을 거래하듯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반면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했거나 할 것으로 예상되면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허용치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도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은 시장 가격의 3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정부의 주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의 거래대금은 2015년 139억원에서 2019년 4924억원, 지난해 6208억원으로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거래제의 직격탄을 맞은 건 국가 제조업의 근간이지만 철강재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철강업계다. 현대제철은 물론 포스코도 지난해 탄소배출부채가 786억원으로 전년(510억원) 대비 54% 급증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수출품 생산을 도맡고 있는 삼성전자와 기아도 탄소배출부채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1분기까지 삼성전자는 402억원, 기아는 1577억원의 탄소배출부채가 쌓여있다. 거래제의 가장 큰 문제는 업종·기업별 할당량이 ‘깜깜이’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올해 시행된 3기 거래제 대상 기업은 69개 업종 685곳(올해부터 2025년까지 3기 거래제 시행)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량은 지난해 말 환경부가 개별 기업별로 통보했다. 3기 거래제 685개 업체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은 26억8000만t이다. 이를 개별 업종·기업별로 분배해 할당했다는 것인데, 업종·기업별 할당량은 비공개다. 어떤 기업이 얼마나 배출권을 받았는지는 정부만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업종별 배출권 할당 조정계수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할당했다고 하지만, 역시 그 기준에 대해선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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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힘이 있는 기업들이 정치권 등을 통해 배출권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배출권을 제대로 할당받지 못한 기업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출발부터가 불공정한 셈이다. 이렇게 ‘비공개’로 할당된 배출권은, 그나마 거래시장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정 가격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춰 예산을 잡거나 배출권 구매 등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거래시장 또한 불공정하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우선 총량(전체 할당량) 자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원칙’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다. 시장 참여 기업 자체가 적은 데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발전사들이 배출권을 싹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들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배출권 거래가격의 80%를 보조 받는다.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출권 구매 부담이 적다보니 배출권 물량을 쓸어가기 일쑤다. 배출권이 필요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려고 해도 정작 구매할 수 없는 ‘있으나 마나’한 시장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간의 ‘직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출권이 필요한 데 (시장에서) 정상적으로는 구매할 수 없으니 동종이나 이종 기업 간 직거래를 하거나, 급하면 재무재표상 부채로 잡고 다음연도 것을 미리 가져다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출권 거래대금 6000억 넘어
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왜곡돼 있다 보니 배출권 가격도 들쑥날쑥이다. 2016년 1t당 연평균 1만7056원이었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2만9604원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50 탄소중립(실질적 탄소 배출량 제로)’을 선언하고, 기업을 더 압박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수준인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로 우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고 미국(11.6%)·영국(9.6%)과는 격차가 크다.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은 서비스업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조만간 2050 탄소중립에 맞춰 기업별 배출권 할당량을 재산출해 통보할 계획이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할당량 자체도 모자란데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배출권 할당량을 늘리지 못한다면, 수급 상황이라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한다. 탄소배출권 리서치 전문기관인 나무이엔알(NAMU EnR)김태선 대표는 “3기 거래제 시행으로 위기감이 커진 기업들이 배출권 매집이나 움켜쥐기에 나서면서 물량이 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배출권을 비축해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선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서 줄인 온실가스도 그만큼 할당량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령 거래제 대상인 A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B사나 C사에 적용해 B·C가 연간 1t의 온실가스를 줄였다면, 이 물량 만큼 A사에 배출권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내 온실가스 총량도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의 숨통도 어느 정도 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온실가스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쉬운 사업장만 찾아다니며 배출권 확보 경쟁에만 나설 것이라는 우려다. 정작 자신들의 대형 사업장에선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해 배출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계산이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며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렇게 배출권 수급을 막아버리면 공장을 멈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