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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 중단? 현실성 낮고 되레 재생에너지 전환동력 약화”

Bonjour Kwon 2021. 10. 25. 22:27
2021.10.25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윤순진 공동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완전 퇴출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발표했지만, 산업계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현실성이 결여됐으며 오히려 탄소 중립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는 지난 8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탄중위가 제시한 3개 안은 1안 수명을 다하지 않은 석탄 발전소 7기 유지하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해 순배출 제로화, 2안 석탄발전소 7기 중단, LNG 발전은 활용하되 CCUS 기술 적용으로 순배출 제로화, 3안 석탄발전소 7기와 LNG 발전 전면 중단 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들은 탄중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석탄발전의 조기 폐쇄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남부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향후 석탄발전기를 퇴출하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석탄발전기 설계 수명은 30년이지만, 환경설비 개선과 주기적인 설비 보강으로 설계 수명 이후에도 실질적 운영이 가능하고, 잔존 수명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LNG 발전기가 조기 퇴장할 경우 불가피한 매몰 비용 발생으로 발전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돼 재생에너지와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전원 등 에너지 전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익 악화가 지속될 경우 회사 존립 위협으로 일자리 창출, 협력사 고용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어려워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중부발전은 “석탄발전을 대체할 LNG 발전 건설이 필요하다”며 “기존 석탄발전설비 폐지에 따른 자산 손실과 신규 자금 조달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는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지만, 발전 공기업은 높아지는 부채 비율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남동발전은 “강도 높은 기후·대기 정책으로 발전사 경영 부담이 심화돼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인 보상 방안이 적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선 “주민 수용성, 전력계통 확보와 인·허가 문제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남부발전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을 통한 설비 확대가 중요하지만, 현재 사업 개발 여건은 민원과 인·허가, 계통 연계 등 장애요인 해결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개발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야 하지만, 주력인 석탄화력발전의 조기 퇴출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GS·포스코 등이 회원으로 있는 민간발전협회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며 “우리나라의 기후·지형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리한 환경 여건 상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70.8% 수준까지 확대가 가능한지 명확한 근거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간발전협회는 탄중위가 시나리오 초안에서 밝힌 3개안 중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2·3안에 대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과다한 경제적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LNG까지 전면 중단하는 3안에 대해서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간발전협회는 또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는 2·3안에 대해 “특정 발전원 의존에 따른 연료 수급의 불안정성, 신재생발전의 간헐성 등에 따른 전력 계통의 불안정 리스크가 매우 크다”며 “석탄발전을 포함한 안정적 전원 구성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지리적 위치 등을 감안하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석탄·LNG 등 다양하고 적정한 전원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던 탄중위는 이 같은 발전업계의 의견을 묵살하고, 지난 18일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시나리오안을 확정·발표했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의 퇴출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매몰 비용 발생과 이의 보전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