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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배제·LNG는 포함…‘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 나왔다.환경부, 3차초안까지 거친 수정안 만들어연말까지 추가 의견수렴 거쳐 확정 예정환경단체 “LNG 포함은 제도취지에 반해”

Bonjour Kwon 2021. 10. 28. 10:45
2021-10-26.
환경부, 3차초안까지 거친 수정안 만들어
연말까지 추가 의견수렴 거쳐 확정 예정
환경단체 “LNG 포함은 제도취지에 반해”

환경부가 원자력은 녹색에너지에서 배제하고, 천연가스를 포함시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최종안을 만들어 연말까지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사진은 신한울 1·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친환경 녹색 에너지에 원자력은 배제되고 천연가스는 한시적으로 포함된다. 목재를 비롯한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쓰는 발전설비 설치·운영도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면 녹색금융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환경부가 최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최종안은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녹색채권 발행기관이 중심이 된 전문가포럼과 전문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개발한 1차 초안을 산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2차·3차 초안으로 발전시켜 마련한 것이다. 환경부는 최종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추가 수렴해 연말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의 범위와 판정 기준을 밝힌 것으로, ‘그린 택소노미’라고도 불린다. 어떤 것이 녹색경제활동인지 투자기관과 기업 등에게 분명히 제시해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는 취지다. 실제 녹색분류체계는 확정되면 금융기관과 기업 등에서 녹색채권 발행을 비롯한 녹색 투자를 판정하는 지침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지난 6월 기후변화 완화·적응에 관련된 택소노미를 우선 채택하고, 올해 말까지 물·오염·자원순환, 생태계와 관련된 택소노미를 추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및 적용 가이드(안)’을 보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의 달성에 기여할 것 △심각한 환경피해가 없을 것(DNSH, Do No Significant Harm) △최소한의 보호장치 확보(아동노동, 강제노동, 문화재 파괴 등 사회적 통념상 허용하지 않는 최소한의 기준 준수) 등의 3가지 기본원칙에 적합한 것만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나머지 6대 환경목표는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이다.

최종안은 녹색경제활동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녹색부문 활동과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필요한 전환부문 활동으로 구분한 뒤, ‘녹색’에 57개, ‘전환’에 4개 활동을 선정했다. 61개 활동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생산, 수소 제조, 전기에너지의 저장·전환 등 발전·에너지 분야에 가장 많은 18개가 집중돼 있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을 배제한 것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과 유럽연합과 같은 해외의 그린 택소노미 동향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은 올해 6월 채택된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그 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친원전 국가들의 이의 제기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원자력 배제에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에너지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을 이용한 발전은 ‘전환 부문’ 녹색경제활동 목록에 포함시켰다. 엘엔지 발전을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문제도 유럽에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엘엔지 발전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해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철강, 시멘트, 유기화학제품 제조에 대해서도 배출원단위(생산 단위당 배출량)가 상대적으로 낮은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경우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했다.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도 설비 건설·운영 과정에서 생태계와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폐수·중금속·유해화학물질·폐기물 등을 부적정하게 처리해 환경을 심하게 오염시키는 경우는 녹색경제활동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예시를 제시했다.
최종안은 생물 에너지인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전기·열 생산에 대해서도 에너지 생산량 1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g을 넘지 않으면 녹색부문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까지는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지침에 따라 산정하고, 환경성적표시 작성지침에 따라 원료 생산에서부터 수송, 폐기에 이르는 전과정 배출량을 산정하는 것은 2025년부터 하도록 했다.
녹색분류체계가 엘엔지와 바이오매스 발전을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기후운동단체로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26일 “산업계에서는 천연가스가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과정 평가’를 했을 때 엘엔지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후변화 주범으로 손꼽히는 석탄발전소의 70%에 이른다”며 “환경부의 안은 발전 부문에 대해 일관되게 전 과정 평가를 요구한 유럽연합 분류체계와 대조되는 부분으로,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환경부 안에 따르면 신규 가스화력발전소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아 녹색금융 혜택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녹색분류체계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만드는 기준인 만큼 환경 목표에 확실히 기여하는 사업만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특히 바이오매스와 관련해 “바이오매스의 전과정 온실가스 평가를 2024년까지 유예를 두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