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일기] 늘어나는 대형 물류센터 문제 없는가
2021-07-21 박정숙
지난 6월 경기도 이천 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펼치다 안타깝게 순직한 소방구조대장을 기억한다. 직원들의 빠른 대피로 대형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상 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근무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20년 국내 택배물량은 33억7000만개로 2019년(27억9000만개)와 비교해 20% 이상 늘어나는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경기 남부권의 물류업체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천으로 물류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제271회 인천시의회 정례회에서 필자가 인천시에 질의한 결과 지난 2018년 이후 인천시 중구 항동 인근에 7개의 물류센터 건축허가가 났고, 이 가운데 6개는 연면적 5만5000㎡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라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항동 일대는 기존부터 인천항 배후부지여서 100여개 넘는 크고작은 물류창고들이 밀집해 있는데, 여기에 더해 대형 물류창고들이 대거 입지하게 됨으로써 환경, 교통,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증가하는 물류센터에 비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부족한 현실이다. 이곳에 지어지는 물류센터는 평균 지하 1층~지상 8층 높이에 면적도 넓어 항동 일대 항공촬영사진을 보면 눈에 쉽게 띌 정도의 대형건물이 건설되고 있다. 건축물의 높이 기준, 최대 길이 등 도시경관 차원에서도 적절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하며 이로 인해 유발되는 소음과 차량 매연 등 환경 문제도 우려된다.
항동 일대는 지금도 항만 물류 수송을 위한 대형 트레일러 등 큰 차량들은 물론 많은 업체가 밀집해 있어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이다.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이자 제2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 나들목이어서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이런 위치에 현재 신축 중인 모든 물류센터가 준공되고 나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려한 교통영향평가가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또 새롭게 지구단위계획지구로 지정돼 교통 정체가 더욱 혼잡해질 우려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부산, 울산 등 대표적 항만도시에선 교통영향평가 실시 기준을 조례로 정해 연면적 3만50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인천은 조례 없이 상위법 기준에 따라 연면적 5만5000㎡ 이상에서만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 현실이다. 관련조례 강화 등 제도적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안전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항동 일대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처럼 대형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더러 대형 수송차량들과 인천항을 오가는 활어차 행렬 등으로 인해 도로 파손 또한 빈번하다. 주변에 주거지역과 학교가 있어 주민들의 보행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인천신광초등학교 앞길에선 안타까운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물류센터 건설 현장 주변은 불법 과적차량이 끊이지 않고 단속되고 있어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송도 화물주차장 건설 계획이 지체되면서 인천항 배후 물류단지 조성을 통해 분산돼야 할 물류센터가 중구의 원도심으로 몰려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지역사회 갈등으로 인해 원도심 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물류센터 입주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겠으나, 용인시에 조성된 물류단지의 경우 실제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가 효과는 미미하며 주민 갈등만 늘어났다는 평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인천항과 물류 활성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면 국토교통부의 제3차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에 따라 개발이익 환수 등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경관을 저해하지 않고 교통혼잡을 해소하며 주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체계적인 기준 마련과 함께 주민들 정주 여건 개선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박정숙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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