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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레이션 의 대공습!ㅡ 천연가스값 급등에 엄습한 美 ‘난방 대란’ 공포.ㅡ그러나“시추용 자금을 모으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

Bonjour Kwon 2021. 10. 29. 22:55

이슬기 기자
입력 2021.10.2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겨울철 ‘난방비 대란’ 우려에 따른 정치적 불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미 CNN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역 조치 해제로 수요는 반등한 반면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여전하고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연료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난방용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미국 가정의 올 겨울 난방비가 지난해 겨울 대비 최소 30% 증가해 평균 746달러(약 87만3000 원)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올 들어서만 132% 급증했다. EIA는 천연가스 소매 가격도 2006년 겨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글로벌 공급망 병복 현상에 대응할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글로벌 공급망 병복 현상에 대응할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문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료값 대란에 맞설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투자회사 토터스에코핀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롭 툼멜은 CNN과 인터뷰에서 ”기온이 낮아지고 난방량이 늘수록 천연가스 선물과 소매가격은 현재 가격의 두 배로 비싸질 것”이라며 “정치권에는 가격 폭등을 제대로 다룰 만한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석유·가스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10여년 간 화석연료에 대한 인식이 지속적으로 악화한 상황에서 ‘탈(脫)탄소’ 기조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투자자들 다수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규모 생산 프로젝트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업체들은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게 됐다.

RBC 캐피탈 글로벌 상품 전략 담당자인 크리스토퍼 로니는 지난 10년 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에너지 업종 지수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지속가능한 투자’ 운동으로 석유·가스 업계에 자본을 배치하려는 투자자가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이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의 시장가치를 뛰어넘었다”며 “시추용 자금을 모으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퍼미언분지에 있는 천연가스 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엑손모빌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화석연료 개발 계획의 존폐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엑손모빌의 향후 5년 지출계획을 논의하는 이사회에서 대런 우즈 CEO의 2300억달러(약 270조 4000억 원)짜리 증산 계획이었던 모잠비크·베트남 천연가스 사업을 두고 철회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개발을 자제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박 때문이다.

WSJ은 경기 회복과 공급 부족이 맞물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면서 “대형 프로젝트가 추가 공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갈 때까지 또 수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각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감산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화석연료 감산을 주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연료값 폭등에 따른 정치적 불안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의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스티브 슈워츠먼 CEO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대란에도 불구하고 대형 시추 프로젝트 자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졌다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수록 현 정치 체제를 위협하는 진정한 사회적 불안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