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탄소중립

중국은 전 세계 석탄 산업을 어떻게 주무르는가?100여 개 은행들이 석탄채굴이나 석탄화력발전 산업에서 손을 뗐다..하지만 그 자리를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국가들이 이어받았다. 특히 중..

Bonjour Kwon 2021. 11. 7. 07:04

2021년 11월 6일

석탄화력발전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해왔던 중국이 해외 투자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전 세계기후 변화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석탄은 다른 연료보다 탄소 집약적인 화석 연료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단체나 석탄 산업에서 나오는 오염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왔다.

그러자 최근 몇 년 새 월드뱅크, 미주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100여 개 은행들이 석탄채굴이나 석탄화력발전 산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그 자리를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국가들이 이어받았다. 특히 중국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진행된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의 절반을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경제 성장을 위해 전력 확충이 필요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국가들엔 중국이 '최후의 보루'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9월 UN 총회에서 "중국은 더 이상 해외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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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시어러는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서 석탄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그린피스 차이나'의 리 슈오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책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하겠지만 이번 발표의 주체와 중국 정치 체제의 작동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보면 주요 인사 대부분이 이번 발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석탄에 대한 투자는 중국 국영 은행의 최고 경영자에게 걸맞은 훌륭한 경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은 확대하여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개발 금융 기관과 국영 은행은 102기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 신설 프로젝트에 3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중국 국경 밖에서 개발 중인 석탄화력발전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 투자는 27개국을 대상으로 하며,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집중 투자됐다.

'에너지 및 공기 청정 연구 센터' 소속 애널리스트인 이사벨라 수아레즈는 중국의 막대한 투자로 많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달라지고 석탄화력발전이 늘었다고 지적한다.

수아레즈에 따르면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된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는 매년 5100만 톤(포르투갈의 연간 배출량 수준)의 CO2를,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는 8000만 톤(칠레의 연간 배출량 수준)의 CO2를 배출한다.

"개발도상국들이 석탄 에너지 정책을 더 밀어붙이면서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발전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래서 석탄을 통해 에너지를 충당하는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들이 늘어난 것이죠."

중국 국영 기업의 지원을 받다가 논란이 된 사례는 20억달러 규모의 케냐 라무 석탄화력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고대 스와힐리 정착지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라무 올드 타운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세워질 계획이었다.

설계와 건설, 운영은 중국 국영 건설 기업인 '파워 차이나'가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민 단체인 '디콜로나이즈(DeCOALonize)'가 UN 환경 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 이 발전소를 세우면 인근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향후 40년간 발전소 대기 오염으로 약 16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이 발전소가 계획대로 세워진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상시 수준보다 30% 줄이겠다'는 케냐의 약속은 실현 불가능해진다.

디콜로나이즈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연간 케냐의 에너지 부분 탄소 배출량의 2배에 달하는, 약 9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렇게 되면 케냐 전체의 탄소 배출량은 최대 10%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결국 케냐 정부는 2020년 11월 철저한 환경 영향 평가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 계획을 중단시켰다.

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중국이 검토하던 석탄화력발전 신설 건은 20개국에서 44건이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계획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시어러가 참여한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영 전력 회사와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해외 전력 생산은 총 30기가와트에 달한다. 폴란드의 전체 석탄화력발전 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진 출처,(SOURCE: UNITED NATIONS, CREDIT: ADAM PROCTOR/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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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 에너지 투자 규모가 더 크다

다만 아직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 안에 담길 내용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 분야 싱크탱크 'E3G'의 중국 정책 고문인 바이포트 창은 "계획이 모호하다는 게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자본이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발표 효과가 이미 가시화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UN 연설 며칠 후, 중국은행은 10월 1일부터 석탄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 이전에도 중국의 해외 석탄 산업 투자와 관련된 변화 조짐이 있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보류 또는 취소된 중국 해외 석탄 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착공에 들어간 것보다 4.5배 많았다. 중국의 투자를 받는 국가들에서 석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는 신호다.

올해 초, 일본과 한국이 해외 석탄 투자에서 손을 떼면서 중국만 홀로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 보어에 따르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결정은 사실상 2021년 초에 내려졌다.

다만 9월까지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을 뿐이다. '녹색금융개발센터'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상반기 동안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기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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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할까?

지난 6월에는 국영 기업이자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짐바브웨 북부에 계획된 30억달러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은행이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서 적극적으로 손을 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고 있다.

E3G의 창에 따르면, 중국이 투자하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이동이 나타나는 것은 비단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자국 내 국민들이 화석 에너지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처럼 수요가 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도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3G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 투자 중단 결정 이후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말아달라'는 UN의 호소에 동참할 수 있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방글라데시가 그 예다. 방글라데시는 계획된 규모로 따지면 세계 6위 규모의 신규 석탄화력발전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 중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중국의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와 몽골 모두 중국의 투자가 사라지면, 석탄화력발전을 90%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중국 국내 석탄 소비와 투자금은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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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현재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데, 그 규모는 2020년에만 30억 톤에 달한다.환경법 단체 '클라이언트 어스'의 중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디미트리 드 보어는 케냐의 사례를 중국의 공적 자본이 석탄에 투자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탄화력발전 건립이 취소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중국의 의지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반대와 법원의 승리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석탄화력발전 신설을 2025년까지 제한하고, 이후 점차 폐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석탄 채굴량을 늘렸고,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 중이다.

창은 "중국을 기후 대응의 리더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을 그렇게 부를 수 있으려면 중국 내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이번 글래스고 유엔 기후 회의를 앞두고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연구 기관인 기후 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그 내용은 2020년 12월 발표 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약속은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 중단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녹색 저탄소 에너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미 풍력과 태양열 분야에선 세계 최대 시장이다. 리 슈오는 이 점이 중국의 해외 에너지 투자 초점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노하우와 장비, 전문성, 제조 능력, 그리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변화를 위한 기회가 있다는 것이죠. 최근의 발표는 이 변화를 보다 공고하게 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

리 슈오는 "중국의 기업들이 태양열과 풍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해외 시장이 있다면 그곳에 투자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재생 에너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던 해당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정책 프레임워크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인프라만이 중국의 해외 투자 초점은 아니다. 중국은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아시아를 중점으로 120여 개 개발도상국의 무역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 컨설팅 업체 '비비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이니셔티브 내 기반시설 투자는 2030년까지 17개 주요 수혜국에서 6520억달러에 달한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세워지는 새로운 항구, 철도, 도로 등은 해당 지역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비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26개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국가들의 전 세계 배출량 비율은 2050년까지 28%에서 66%로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해외 개발과 관련된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관측도 있다.

사진 출처,REUTERS
매사추세츠 터프츠 대학의 2021년 분석에 따르면, 최근까지 중국의 해외 개발은 2013년에 나온 정부 정책을 따랐다.

이 정책에서 정한 환경 기준은 해외 투자가 중국 내 투자보다 느슨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어떠한 목표도 없었고, 기업들의 자체 보고 외에는 견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2021년 7월 중국 정부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안에는 해외 개발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개발을 하기 위해 국내보다 더 높은 환경 기준이 담겼다.

터프츠 대학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 교수인 켈리 갤러거는 이 새로운 지침을 "진화"라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은 분명 더 높은 기준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 보어는 비록 법이 아니라, 지침일 뿐이지만, 기업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챙겨야 하고, 정부 고위층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드 보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금융 기관 중에는 새로운 지침을 바탕으로 녹색 개발을 적용한 내부 절차를 고심 중인 곳도 있다.

수아레즈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UN 기후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그는 "아마 이것은 그들이 협상과 관련된 여지를 두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 참석하지 않지만,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협상에 참석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석탄 사용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요구하겠지만, 지속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중국이 실천을 보이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했다.

반면에 리 슈오는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해외 석탄 산업에 투자했던 많은 조직이 이제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개발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적 의도보다는 실용적인 목적이 더 클 것입니다. 꼭 필요한 일이죠."

아마도 중국의 이러한 변화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석탄화력발전 투자의 "최후의 보루"였듯,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녹색 에너지의 보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