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1
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와중에 이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하는 세계 국채시장은 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채금리는 미국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과의 상관관계가 미국 금리와 미국 BEI의 관계보다 더욱더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인포맥스가 11일 10년 만기 미국 BEI와 같은 만기의 세계 국채(미국, 한국, 일본, 호주, 독일, 프랑스, 영국, 대만, 인도) 금리의 최근 1년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 계수는 대만과 한국 국채 금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10일 종가 기준 최근 1년간 10년물 미국 BEI와 한국 국채 금리의 상관 계수(피어슨 분석)는 0.88로, 분석 대상 국채 금리 가운데 대만(0.89)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 BEI와 미국 국채 금리 간의 상관 계수 0.85도 웃도는 수준이다.
피어슨 상관 계수는 -1에서 1까지 분포하는데,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매우 뚜렷하다는 뜻이다.
10년 만기 미국 BEI와 다른 국채 금리의 상관 계수는 일본 0.45, 호주 0.76, 인도 0.82, 독일 0.82, 프랑스 0.85, 영국 0.84로 각각 집계됐다.
미국 BEI와 한국 국채 금리의 상관성은 데이터 회귀 분석을 통해서도 상당히 유의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회귀 분석에서 두 지표 간의 결정계수와 조정 결정계수는 각각 0.78로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이들 수치가 0.7을 웃돌면 상관성이 유의미하다고 해석된다.
회귀 분석이 유의미한지를 구분하는 '유의한 F값'과 'P값'은 모두 제로(0) 수준으로, 이들 값이 각각 0.05보다 낮으면 유의미한 통계로 평가된다.
회귀 분석을 유의미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미국 BEI와 연동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 일본 국채 금리의 경우 두 지표 사이의 '유의한 F값'과 'P값'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왔으나, 결정계수와 조정 결정계수는 각각 0.21로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일본 국채시장은 중앙은행이 수익률 곡선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곳이다.
한국 국채금리가 미국 국채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와 밀접하게 연동한다는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에 그만큼 취약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이외 국가의 채권 금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급 경로에 따른 자국 인플레이션 위험과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 등을 반영하는데, 한국 국채시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더욱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셈이다.
이는 최근 에너지 가격발(發)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원유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경제의 구조적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채권 금리가 수입 물가를 통해 영향을 받는 게 최근 흐름이었다"며 "미국 10년 BEI는 단기적인 인플레 전망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장기 채권 금리에 더욱더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10년 BEI가 3%선을 넘어서면 국내 시장도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10년 BEI는 15년여 만에 최고치인 2.71%를 기록했고, 5년 BEI는 역대 최고치인 3.10%로 뛰어올랐다.
한국의 물가연동채권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국내 시장이 한국 BEI보다는 미국 BEI에 반응하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최근 1년간 10년 만기 한국 BEI와 한국 국채 금리의 상관 계수는 0.81로, 미국 BEI와 한국 금리의 관계보다 연관성이 약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채시장에는 기관 투자자 참여도 떨어지는 등 유동성과 시장성이 부족하다 보니 정보가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국내 금리가 미국 BEI에 더욱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