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재건축 진단]④"안전진단 완화 효과 제한적...추가 규제완화 필요"

Bonjour Kwon 2023. 2. 14. 14:52

2023/01/24
목동 신시가지 6개 단지 등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 진전에도 수억원대 하락 거래 속출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목동지구택지개발사업 계획안이 가결돼 목동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이 본격화된다.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2.11.1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안전진단 요건 완화 등 재건축 관련 규제의 대못을 연이어 뽑았지만 아직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매매가 하락 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절감됐고, 아직 손 봐야 할 규제들이 남아 있기에 재건축 시장이 곧바로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단지들이 안전진단에서 속속 통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에 지어져 준공 30년 차를 훌쩍 넘긴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와 신월시영 등 7개 단지가 최근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했다.

그러나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때마다 집값이 고공 행진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 가격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 전용 74㎡는 지난 16일 10억7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재작년 10월 기록한 최고 가격 16억8000만원(6층)보다 무려 6억1000만원이나 빠진 값이다.

또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2500가구,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을 확정 받았지만, 해당 단지 전용면적 79㎡는 지난 9일 직전 최고가 20억1000만원(4층)보다 5억원 넘게 떨어진 15억원(8층)에 거래됐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시범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200m 이하 고도 제한 내에서 최고 65층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4월 제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서는 60층 규모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이보다 5층 더 높아진 것이다. 만약 65층으로 지어지면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게 건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09.21. 20hwan@newsis.com

그동안 국내 재건축 시장은 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크게 3개의 '규제 대못'으로 인해 진전을 보이지 못해왔다. 이에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섰고, 분양가상한제와 안전진단 규제를 차례대로 완화했다.


그러나 아직 재초환은 재건축 시장의 걸림돌로 계속 남아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을 경우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초환 금액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은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일로 조정하는 등의 합리화 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재초환을 완전히 폐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재초환 합리화 방안은 법 개정 사항이기에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6월까지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통과 여부와 시기는 알 수 없다.

아울러 현재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서울 곳곳은 토지나 주택 등 매매 시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거래 활성화도 쉽지 않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과 삼성·청담·대치동 및 송파구 잠실동, 또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양천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이 이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단지별로 여건이 다른데다 가구당 최고 수억원까지 이르는 초과이익환수 부담 등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격히 늘진 않을 수 있다며 재초환 등 규제의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판단이 불확실하다는 외부 요인 때문에 국내에서 정책을 바꾼다고 한 번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등 정책이 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재초환 같은 정비사업의 저해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재초환은 건드릴 필요는 있지만, 이미 새 정부가 초반에 재초환은 남겨 놓기로 한 상황이기에 곧바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정과제와 공약 자체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고,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재개발이 핵심이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토지거래허가제의 경우 당장 인위적으로 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며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100% 다 없애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상황을 보면서 조금씩 보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토지거래허가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규제의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사업의 최종 걸림돌을 걷어내야 한다"며 "초과이익환수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 상한제 등 추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