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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조 빚 있는 호텔롯데, 석 달 만에 또 회사채 발행...이번에도 웃돈주고 증액할 듯.

Bonjour Kwon 2023. 5. 23. 17:08

2023.05.23

6월 1일 1200억원 규모 수요예측
올해 3번째 발행 추진
차입금은 9조5000억원 육박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 주고 증액 발행할 듯

롯데그룹(롯데지주)의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인 호텔롯데가 다음 달 1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올해 들어서만 3번째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다. 호텔롯데가 9조5000억원 가까운 차입금을 보유한 상태고,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해 호텔롯데는 이번에도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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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전경. / 뉴스1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AA-)는 다음 달 1일 2년물 400억원, 3년물 800억원 등 총 1200억원(최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은 KB증권(KB금융),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신한지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이 공동으로 맡는다. 발행 예정일은 6월 9일이다.

앞서 호텔롯데는 지난 1월 공모로 3000억원, 2월 사모로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6월 회사채 발행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과 사채 상환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오는 26일 2800억원, 다음 달 8일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호텔롯데가 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처지라고 예상한다. 웃돈을 주고 악조건에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악화해 신용도 위험이 높은 롯데그룹의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기 전에 고금리를 주고라도 조달할 수 있을 때 채권을 발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가 속한 AA- 등급의 3년물 무보증 회사채 민평금리는 4.12%(22일 기준)다. 반면 호텔롯데에 대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해당 기업 회사채에 매긴 평가금리 평균값)는 이보다 높은 4.46%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6월 수요예측에서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도 “롯데그룹물에 대해 투자를 꺼리는 기관들이 여전히 많은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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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호텔롯데가 6월 발행하는 회사채를 기존보다 증액해 2000억원까지 발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를 더 주고 발행하더라도 더 많은 돈을 조달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지난 1월 공모에서도 호텔롯데는 15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 후 그 2배인 3000억원을 증액 발행했었다. 당시 개별 민평금리에 -30bp~+70bp를 가산한 금리밴드를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서 금리밴드 상단보다 더 높은 금리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오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다시 위기가 오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금리를 높이면서라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시장 상황에서 최대한 증액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텔롯데가 롯데건설이나 롯데케미칼처럼 업황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리오프닝으로 관광업이 최악의 국면은 지났기 때문에 향후에도 호텔롯데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무난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속한 호텔 업황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매입기구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하는 등 롯데건설의 자금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80.2%며, 총자본에서 외부 차입금의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는 49.4%다. 총차입금은 9조4898억원이다.

정해용 기자 jh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