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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헌의 투자보국] 일본의 자산운용산업 활용방안

Bonjour Kwon 2024. 5. 11. 06:43


2024-05-08     장동헌


최근 전 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에 대한 관심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4 AIF APAC 투자자 연례 총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와 정보를 교류하는 만남의 장이었다.

기조연설은 '일본 연금자산운용의 도전과 자산운용산업 개혁'이라는 주제였다.

발표자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자산운용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 표현은 매우 감명 깊게 다가왔고 아직도 계속 머리에 남아있다.

오랫동안 자산운용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일본 정부의 자산운용산업 개혁방안에 대해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으나 발표 내용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로 일본의 상장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위주로 소개되어 일본 정부의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노령화로 공적연금만으로는 근로자의 은퇴 이후 소득대체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았고, 기업 및 개인 연금의 소득 대체 역할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산업의 역량 자체를 향상하고자 하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었다.

일본 정부의 자산운용산업 활성화 대책은 크게 3가지 경로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2022년 4월에 발표한 대책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한 상품을 제공하여 자산운용 수익을 2배로 증대하고자 한다. 일본 개인 금융자산의 54.2%가 은행 예금에 방치되고 있어 이를 자산운용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둘째, 2023년 4월 발표된 상장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상장기업의 가치를 제고하여 연금자산 투자자의 수익률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셋째, 2023년 12월 일본 정부는 자산운용산업의 개혁을 통한 운용사 역량 향상과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이 대책에 그동안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자산운용산업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ㆍ우선 자산운용회사의 구조개혁 추진을 제시하였다. 상위 20개 자산운용사의 72%는 대형 금융그룹의 자회사이므로 자산운용사 지배구조의 개선도 매우 중요한 이슈로 지적하고 있다.
ㆍ또한 새로운 국내외 자산운용사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신설 자산운용회사 활용방안 확대도 추진한다.

ㆍ일본에서 해외자산의 운용과 관련된 업무는 89%가 해외운용사에 집중되고 있어 국내 자산운용산업 역량의 극대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기업 퇴직연금의 자산운용과 관련하여 기업 내부 또는 외부 운용사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고자 한다.

ㆍ운용 역량이 열악한 기관은 퇴직연금 통합 운용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ㅡ한편 성장산업에 대한 자본 공급과 투자 자산의 다양화도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 자본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비상장 유가증권의 유통 및 거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ㆍ 또한 대체투자 및 지속가능투자 자산 등 분산투자를 위한 다양한 자산을 제공하고자 한다.

■해외 운용사 유치를 위해 영어로 모든 업무가 가능한 자산운용 특구 설치, 백오피스 업무의 아웃소싱 확대 등 획기적인 대책을 담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가계 금융자산을 보유한 국가로 2023년 9월 기준 약 14조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은행에 현금으로 방치된 상태이다. 이를 일본 정부는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일본의 국가 경쟁력 제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ㆍ우수한 경쟁력이 있는 자산운용산업이야말로 기업의 경영을 우수하게 만들고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ㆍ일본 정부는 자산운용산업을 일본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필수 불가결한 산업으로 보았다.

우리 정부는 2003년 12월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자산운용산업을 선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한국의 자산운용산업은 획기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규모 확대에 비해 우리의 자산운용산업 경쟁력은 아쉽게도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은퇴 이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ㆍ이는 은퇴 준비에 있어 한국 자산운용산업의 역할이 더욱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산운용산업을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산업으로 육성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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