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무역의 날'. 수출액과 무역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2011년 이후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의 해로 침체된 경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는 수출기업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각고의 노력을 투입한 결과로 축약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무역 발전의 견인차이자 무역과 바늘과 실의 관계에 있는 해운산업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과연 우리 해운기업의 효율적인 수출입 물류지원이 없었다면 한국의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가능했을까?
선주협회의 해사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해운산업은 세계 5위로 전 세계 선박량의 3.9%인 5991만3000DWT(재화중량톤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255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이 가운데 부산항이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75.6%인 1704만1000TEU를 처리해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3년 48척의 선박으로 출발한 한국 해운산업이 2012년 1034척으로 세계 5위의 해운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는 수출주도형 산업국가에서 해운이 없다면 수출물류통로의 안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면과 3면이 바다인 국가에서 해운이 원자재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운산업은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과 정부의 발빠른 대응에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글로벌 해운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3·4분기까지 누적적자가 각각 약 4062억원과 3456억원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폭을 기록하고 있다. STX 팬오션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대한해운은 법정관리 후 매각됐다. 세계 1위인 컨테이너 정기선사인 머스크사, 3위인 CMA CGM사, 5위의 코스코, 6위인 하파그로이드 등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해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은 선박건조자금을 국책은행을 통해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해운전문은행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정기선사의 경우 한번 항로서비스가 제공되면 마음대로 서비스를 취소할 수 없는 공적인 운송서비스인 동시에, 선진 국가의 국력을 대변하는 자존심이기 때문에 해운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해운기업들은 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민간은행, 캠코, 수출입은행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으로 유동성 위기와 선박의 해외 헐값 처분을 막아왔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자금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박의 대형화, 그린 십 등 미래의 해운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적인 선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위기를 넘기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컨테이너 원양항로의 경우 세계 1위, 2위, 3위의 선사가 제휴해 P3 네트워크를 출범시킴으로써 해운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수출주도형 산업국가에서 커멘딩하이츠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해운기업 가운데 생존이 가능한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융지원과 시장 변화에 대응한 선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금융지원이 요구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부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기적으로 P-CBO 발행기준의 완화, 영구채 발행 허용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해운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운보증기금의 설립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하영석 전 한국해운물류학회장·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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