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6
[머니투데이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해운업이 위기라며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이라는 것이 평소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이므로 남의 일로 들린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 일상이 해운업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선물한 곰인형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면 100% 컨테이너선을 타고 건너왔을 것이다.
아침식사를 위해 사용한 도시가스도 LNG선을 통해 중동에서 왔을 것이고, 자동차용 강판이나 공장을 돌리기 위한 전기 등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벌크선에 철광석과 석탄을 실어와야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가 해상운송을 이용한다. 2012년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해운업은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에 이어 국내 6위 수출산업(315억달러)이다. 또 해운·항만 등 부대사업에서 65조원의 직접적인 매출을 올리고 조선, 철강, 금융, 관광 등 전후방산업 40여개 업종에서 50만명의 고용창출을 올릴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해운업은 몇 년 동안 지속된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존립 자체가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 직면했다. 특히 컨테이너를 나르는 정기선사는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 심각성이 과소평가된다.
전 세계 해운업은 규모의 경제를 위한 전쟁 중이다. 통상 컨테이너선사가 하나의 노선을 구축하는데 약 1조5000억원 이상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유력선사의 경우 아시아-유럽에만 9개 노선을 가지고 있으니 전세계 5대양 6대주를 잇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선사들이 뭉쳐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서비스를 공유한다.
현재 전세계에는 세계 1, 2, 3위 선사가 만든 P3네트워크란 초대형 얼라이언스, 현대상선이 포함된 G6, 한진해운과 양밍이 속한 CKYH얼라이언스 등 3개 얼라이언스가 존재한다. 이들 3대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10여개 선사가 전세계 해운업을 좌지우지한다.
국내 대표 해운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세계 3대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것은 대단히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적 신인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골칫덩어리로 치부된다는 점이다. 이들 2개 기업 모두 유동성문제를 겪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채권단 주도로 보유 중인 선박과 항만을 포함한 자산매각이 핵심인 수조 원짜리 자구안을 발표했다. 세계 해운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손을 잡는 마당에 가지고 있는 것을 팔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선박이나 항만에 대한 투자를 제때 못하고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형화, 규모의 경제가 화두인 상황에서 적기에 투자를 못해 얼라이언스에서 퇴출이라도 당한다면 이는 사망선고와 매한가지다. 한국의 해운업은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경쟁선사들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중국 양대 선사인 코스코와 차이나시핑은 정부 납입자본금이 각각 지난해말 80억달러(US), 지난 6월말 46억달러 수준으로 상당히 안정적이다. 이외에도 많은 유럽선사가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폭넓은 지원을 받는다. 정부가 해운업의 중요성을 잘 아는 까닭에 신속히 정책적인 뒷받침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운업이 침몰하는 절박한 순간에 먼저 선사들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구명조끼를 입힌 후에도 책임은 따질 수 있다. 우선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당장 해운회사들에 필요한 것은 유동성이다. 최근 해운보증기금을 조성하고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부산에 설립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지만 그보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적인 자금투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금융산업 입장이 아닌 해운산업 입장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이어야 한다. 물론 기업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놓고 실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다시 한 번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수출입무역의 주력들이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5대양 6대주를 항해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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