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박펀드

정부, 대형화주 해운업 진출 허용에 중소 해운사들 “대부분 고사할 것”

Bonjour Kwon 2014. 3. 17. 22:10

경향신문 | 2014.03.16

 

ㆍ업계 ‘인수·합병 활성화’ 반발

 

해운업계가 정부의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에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는 재정위기를 겪는 해운사의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조건부 허용했지만, 해운사들은 대형화주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원유와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정유업체, 포스코, 현대제철,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주요 화주들이 해운사를 인수해 필요한 원자재를 직접 실어나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다만 공정한 경쟁 체제를 위해 화주가 인수한 해운사의 자기 회사 화물 운송량을 30% 이내로 제한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대량 화물은 해상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장기 운송 계약이라 해운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원”이라며 “포스코 같은 기업이 해운업에 뛰어들면 그 화물들을 운송해오던 30~40개 중소 해운사는 거의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기 화물 운송 30% 조건을 지킬지도 의문이고, 자기 화물을 늘리기 위해 다른 화물까지 저가 수주로 빼앗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그간 이 같은 점을 우려해왔다. 해운법 24조에서 대형화주가 해운업에 신규 등록하려면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합병 때 법적 제재는 없지만 해운업계가 반발해 포스코와 한전 등이 해운사 인수를 중도 포기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한국을 세계 5위 해운강국으로 만든 것은 전문 해운사 역할이 컸다”며 “정부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팬오션 등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자칫 해운업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