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큰 손' 연기금 릴레이 인터뷰 (1) 추흥식 KIC 운용본부장.KIC 운용역량·수익률,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 투자청 못지않아

Bonjour Kwon 2014. 4. 10. 11:28

허용해야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후 4시2분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연기금들이 지난해 투자를 결산하고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국내 주식, 채권 등 양대 전통 투자시장의 수익률 부진 속에서 올해는 지역별 상품별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꿀지 가장 큰 고민이다. 연기금의 투자부문 수장들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연기금의 최고운용책임자(CI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올해 투자 계획을 들어본다.

“30년간의 채권 호황기는 끝났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지금의 두 배로 늘려야 목표 수익률을 맞출 수 있습니다.”

추흥식 한국투자공사(KIC) 신임 CIO 겸 부사장(사진)은 9일 서울 퇴계로 KIC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고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감안할 때 주식, 채권 등에서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KIC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국가별 산업별 자산별로 한층 세분화,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32년간 한국은행에 몸담아온 추 부사장은 국제금융부, 외화자금국을 거쳐 초대 외자운용원장을 맡으며 외자 운용으로만 ‘외길’을 걸어왔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은행에서 외화자산 운용 컨설턴트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KIC CIO에 발탁됐다.

추 부사장은 “우선 주식, 채권 등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대신 현재 10%인 대체투자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2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자산배분은 주식 48.4%, 채권 34.3% 등 전통자산이 90.4%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가 사모주식, 부동산인프라,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다.

지역별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은 작년 선진국 시장과의 수익률 격차가 30% 가까이 발생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며 “장기 투자기관인 KIC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급락한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KIC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운용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부사장은 “KIC의 운용규모는 6000억달러에 가까운 중국투자공사(CIC)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투자 협상력을 올리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선 한국 경제규모에 걸맞도록 국부펀드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사장이 KIC에 와서 가장 안타깝다고 느낀 것은 운용 역량과 수익률이 세계적인 국부펀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BoA메릴린치 주식 투자 실패의 ‘낙인’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IC는 9년 된 신생조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과가 좋다”면서 “연평균 수익률은 세계 국부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노르웨이 투자청에 근접하며, 미국 대학기금 가운데 투자실적이 가장 우수한 예일대 하버드대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KIC의 투자수익률은 9.09%,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27%다.

법으로 금지된 KIC의 국내 투자에 대해선 글로벌 국부펀드와 공동 투자시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