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 ■ M&A

창립 30주년 맞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야심

Bonjour Kwon 2010. 1. 20. 07:15

화장품·금융 진출 가시화?

올해 창립 30주년을 앞둔 웅진그룹의 행보가 연초부터 바쁘다.

윤석금 회장은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씽크빅(옛 웅진출판)을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웅진그룹은 15개 계열사에 자산기준 33위(공기업 제외)의 대기업으로 부상했다. 교육출판·생활가전·건설·태양광·식품 등의 사업을 영위, 올해 매출 목표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웅진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이 있다. 출판과 교육사업에서 입지를 다진 윤 회장은 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하며 당시 대기업이 선점하지 않았던 생활환경가전 분야에 진출했다. 이후 태양광에너지 기업인 웅진에너지(2006)와 웅진폴리실리콘(2007)을 설립하고, 2007년 극동건설과 2008년 웅진케미칼(옛 새한)을 인수하며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최근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웅진그룹의 신사업 진출은 새해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화장품사업
99년 코리아나 지분 정리 이후 10년 만에 국내 재진출

첫 포문은 국내 화장품시장이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시장에 진출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웅진그룹은 이미 89년 코리아나화장품에 지분을 넣으면서 국내 화장품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99년 경제위기로 그룹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분을 정리했지만 이후에도 화장품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이는 중국 시장 진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10년 전 국내 시장 대신 중국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웅진그룹은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통해 대리점 판매 방식을 확산시킨 결과 지난해 중국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였다. 상반기만 매출액 146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흑자를 낸 것. 중국 내 7420여개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소매점 기준 매출액으로 따지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웅진코웨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홍준기 사장은 여세를 몰아 국내 화장품시장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홍 사장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35~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방판(방문판매)에 웅진코웨이가 일가견이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핵심경쟁력 차원에서 봤을 때 큰 투자비용 없이 새로운 사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2월 서울대 내 웅진코웨이 R&D센터에서 연 웅진코웨이의 신제품 디자인 제안전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웅진코웨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페데리코(Federico),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와 함께 공동 디자인한 화장품 용기를 선보였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팔고 있는 브랜드 ‘셀라트’ 말고 독자브랜드를 개발할지,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에 들어올지를 놓고 저울질 중이며 올 상반기면 입장이 정리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화장품사업 진출, 장기적으로는 수처리사업에 도전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럴 경우 종전 코리아나화장품과 대결구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꺼려지는 대목이다. 웅진코웨이 측은 99년 지분 매각 당시 10년간 국내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이 있었고 그게 지난해로 종료됐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리아나화장품 측은 재진출은 도의상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매경이코노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0년 신사협정이란 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윤석금 회장이 나와 나쁜 사이는 아니니까 국내 진출에 대해 ‘하라 마라’ 하긴 어렵다. 그분도 도덕적 경영을 잘 아시는 분인 만큼 억지로 해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안할 것이란 게 맞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에선 웅진의 국내 시장 진출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융사업
웅진캐피탈 통해 입질

중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웅진코웨이의 ‘셀라트’.
화장품과 같이 방문판매의 노하우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험 등 금융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선 지분 일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녹십자생명에 주목한다. 녹십자생명은 최근 SC금융지주사와 지분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SC금융지주는 지난 2009년 11월 12일부터 약 한 달간 지분인수를 위한 실사 파견을 실시했다.

김영일 SC제일은행 소매금융총괄 부행장이 실사단장을 맡아 보험계리, 재무 부문 등에서 실사를 실시했다. SC금융지주가 15억원의 비용을 들여 대방동 녹십자생명 본사에 실사 파견 인력을 상주시켰다. 당시 김손영 녹십자생명 사장이 직접 SC금융지주 실사단에 회사 전반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며 협상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SC금융지주가 녹십자생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매년 두 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퇴직연금은 SC제일은행과 전북은행을 제외한 15개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다. 참고로 녹십자생명은 퇴직연금시장에서 DB형 34억원, DC형 3억원가량을 유치하고 있다. 홍진유 녹십자생명 전무는 “SC금융지주와 M&A 협상은 없던 일로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가격, 경영권 등에서 녹십자생명과 SC금융지주 간 의견이 달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녹십자생명은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중 30%가량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C금융지주의 인수 조건에 따라 경영권 이양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녹십자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76.99%를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이며, 계열사인 녹십자이엠과 녹십자이씨의 지분을 합하면 77.66%다.

녹십자생명은 피인수설에 대해 “피인수설은 (말 그대로) ‘설’일 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C금융지주와의 접촉설에 대해서도 “2008년 녹십자생명 지급여력비율이 145%로 치솟았을 당시 재무적 협조를 받기 위해 접촉했었지만, 녹십자홀딩스가 투자하기로 결정된 이후 SC금융지주와 다시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SC금융지주와의 협상이 좌초되면서 녹십자생명에 대한 투자자로 웅진그룹이 회자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 사업진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면서 “녹십자생명 또한 웅진 측의 검토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웅진 측은 그룹 차원의 금융업 진출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썬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웅진그룹의 지주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웅진캐피탈을 주목한다. 웅진캐피탈은 대우증권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르네상스 사모투자펀드(PEF)를 운용 중이다. 이미 지난해 이를 통해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웅진캐피탈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의 예에서 보듯 금융업 투자에 대한 관심은 있다”면서도 “녹십자생명의 경우 검토 대상 중 하나일 뿐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못 박았다.

웅진 측이 간접적으로라도 보험시장에 진출할 경우,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험업은 단체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판매채널 확보가 쉬운 유통망을 가진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웅진코웨이, 웅진씽크빅, 북센 등 웅진그룹의 전국적 영업 경험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분의 81.8%를 보유한 웅진캐피탈과 함께 금융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그룹이 참여할 경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보험업은 규모의 경제가 성패를 좌우한다. 녹십자생명의 연간 수입보험료는 6000억원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수입보험료 기준 녹십자생명은 시장점유율 0.9%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송인찬 수석연구원은 “은행 등 금융사가 아닌 대기업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생명의 2008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111억원으로, 인수가격이 2000억원 정도라고 가정할 경우 이 정도 수익을 남기기 위해 투자하는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 박수호 기자 / 문희철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0호(10.01.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