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한국 경제 장기저성장 일본 닮아가나

Bonjour Kwon 2010. 1. 30. 09:44

실업, 고용시장 장기침체 불가피

 

 

 

지난해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동향이 이를 증명한다.

 

열악한 고용사정은 크게 취업자 감소와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낳는다. 무엇보다 우선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다. 취업자 수는 1년 만에 7만2000명 감소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민간부문 고용사정은 더욱 열악하다는 점이다.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부문에서 19만2000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민간부문 일자리는 무려 26만3000개나 감소했다. 더구나 아직까지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실질적인 고용사정은 일자리 7만2000개 감소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민간부문 고용사정 또한 열악하다는 점은 향후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국내총생산의 조속한 회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업자 역시 1년 전보다 약 12만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실업자 중 약 25%만 구직활동을 지속하고 나머지 75%는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융위기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공식 통계상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취업준비생, 60세 미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별다른 이유 없이 쉰 사람들, 그리고 주당 18시간 미만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실업자는 약 346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실업자로 간주하면 실업률은 13.3%에 이른다. 15세 이상 인구 중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용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01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85년 이후 우리 경제는 1% 성장할 때 평균 7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경기가 평균 이상인 기간에도 약 4만9000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경기가 평균 이하인 기간에는 3만개 미만 일자리를 만드는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제성장률이 정부나 연구기관 예상처럼 4% 중반 이상을 기록한다고 해도 여전히 체감 고용경기는 평균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노동시장 역시 경기회복세에 빠른 반응을 보인다고 가정해도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약 2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망은 지난해 실적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기가 없었을 경우 예상됐던 새해 일자리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낙관적 전망이 실현돼도 몸으로 느끼는 올해 고용사정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잃어버린 일자리를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외환위기로 98년 우리 경제는 12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해 2000년에는 무려 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외환위기가 없었을 경우 예상됐던 일자리 수준과의 격차는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일자리 사정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고용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고용창출 근간이 되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생산성 대비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노동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을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까지 경제구조가 변화될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출구전략 임박? 파급효과는

 

 

 

'7%(2002년), 3.1%(2003년), 4.7%(2004년), 4%(2005년), 5.2%(2006년), 5.1%(2007년), 2.2%(2008년), 0.2%(2009년).'

 

한 해 솟았다 다음해 떨어지는 널뛰기 구조의 이 수치는 한국 경제성장률 추이다. 한국 경제는 2006년 5% 성장을 회복했을 뿐, 최근 5% 이하 저성장 구조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올해는 4~5%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지만, 장기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장기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장기불황을 겪은 바 있는 일본과의 비교론도 제기된다. 80년대까지 세계 최대 순대외채권국이었던 일본은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사실상 경제성장을 멈췄다. 92년에서 2008년 사이 16년간 일본 연평균 성장률은 1.1%. 2000년대 들어 잠시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최근 금융위기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한국 경제가 70, 80년대와 같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자본 축적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자본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장기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산거품 붕괴였다. 정호성 삼성경제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주가, 지가 등 자산가격의 급격한 거품 붕괴에 따른 쇼크로 발생했다. 자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비합리적인 예상에 근거했던 폭등이 예상이 빗나가면서 이번엔 급격한 붕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은 86~90년 사이 엔화가치 상승과 저금리, 기업들의 과도한 설비투자로 부동산 가치가 한때 GDP의 5.5배까지 확대됐다. 이후 거품이 붕괴되면서 장기 불황에 들어갔다. 현재 일본의 부동산가격지수는 90년 고점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도 2002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일부 지역에서 고점 대비 아파트 가격이 20~30% 정도 떨어지면서 일본과 같은 거품 붕괴가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 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와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부실한 건설 관련 업체나 금융기관들의 경기회복과 더불어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불안요인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우 일부 거품이 있긴 하지만, 일본과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일본은 거품 대상이 주택뿐 아니라 토지, 상업용 건물 등 전 부문에 걸쳤고, 전국적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한국은 수도권 일부 아파트만 가격이 오르고 있어, 대상이 좁다. 또 한국은 IMF 경제위기로 과거 한 번 조정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 또한 일본식 거품 붕괴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UBS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실업률 상승과 신용경색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 비해선 완만한 조정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인구구성 또한 무시 못할 변수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1차 베이비붐(55~63년생)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화가 코앞에 닥쳤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기업이 활용 가능한 연령대인 25~54세 인구가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올해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핵심인 25~49세 비중이 2005년 59.6%에서 56.7%로 2.9%포인트 낮아지는 데 반해 50~64세는 20.5%에서 25%로 4.5%포인트나 상승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빠른 고령화는 소비부진과 생산성 악화, 저축률 하락, 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나라살림에도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올해에만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현 정부가 끝나는 2013년에는 50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 역시 90년대 들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정점을 찍으면서, 경제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현 추세대로라면 한국도 2015~2016년까지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소폭 증가하다, 이후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선다. 생산가능인구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노년부양비'는 2005년 기준으로 12.6%지만 2020년 21.7%, 2030년 37.7%로 늘다가 2050년 72%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물론 단순히 고령화만으로 일본식 불황 도래를 점치기는 힘들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장기불황은 인구 고령화와 감소 시대를 눈앞에 두고서도 신흥국 시장 개척을 제때 하지 못했기에 일어났다. 반면 한국은 내수시장 한계 때문에 글로벌화, 신흥시장 개척에 좀 더 빨리 눈을 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전한다.

일본 장기 불황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실기에 의해서도 증폭된 측면이 있다. 성태윤 교수는 "일본 장기 불황은 거품 붕괴 이후 대응이 늦어 금융 경색이 심화됐고, 이것이 다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거쳤다. 한국은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금융부문 부실을 털어내는 속도가 느렸다. 그러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 세금을 올리거나 돈줄을 죄는 냉탕-온탕식 정책을 반복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한국은 일본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일본식 불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일본 장기 불황의 또 다른 원인인 과잉설비나 디플레이션에 의한 경기 하락 압력에서도 한국은 비교적 자유롭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일본보다 높지만,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과잉설비 문제가 대두되지 않고 있다. 또한 물가가 인플레이션
상태로 전환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 또한 일본과 차이가 있다.

시기나 객관적 조건에서 일본과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저성장 기조 자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보다 29조원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는 한국 경제가 4.3% 성장할 경우 실질 GDP 규모가 1021조8000억원으로 증가하지만, 잠재 GDP인 1046조2000억원에 비하면 24조4000억원의 차이가 나게 된다. 잠재 GDP와 실질 GDP의 갭(잠깐용어 참조)이 양(+)의 방향으로 클수록 생산능력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고용은 내수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잠재 성장력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자칫 정부의 정책 오판이 이어지면 일본식 불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홍콩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대선을 맞아 금융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경제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일본식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35~54세 인구가 2011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201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후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2012년을 전후해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부동산시장 '불안'

새해 벽두부터 '자산거품'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자산에 거품이 끼면서 조만간 거품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엔론 파산사태를 예견한 금융가 제임스 채노스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두바이보다 1000배나 더 위험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산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는 배경부터 살펴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부양책을 계속 쏟아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잇달아 낮추면서 시중 유동성을 키웠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일본 0%대, EU의 1%대 등 선진국의 초저금리가 달러캐리트레이드 등 과잉유동성
을 형성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준금리가 11개월째 2%에서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약 645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 서울, 수도권 등지에 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을 개발하면서 올해만 40조원가량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고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본격 회복되기 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5%에 달하지만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연일 오르내리는 환율이란 복병을 무시할 수 없고 실업자 수도 줄어들 줄 모른다. 유동성이 줄지 않는 가운데 자산 투기바람이 분다면 거품이 꺼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 농어촌 집값 하락세 우려

그렇다면 자산거품 붕괴 가능성은 있을까. 전문가들 의견은 철저히 엇갈린다. 일단 신흥시장 자산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다면 수출의존국인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실물위기가 부동산, 주가 등으로 파급되면서 자산시장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한 건설업체, 금융기관들이 경기회복 시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부실이 커지면서 자산시장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베이비부머 은퇴가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베이비부머들이 부족한 생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동산 현금화에 나설 경우 매물이 급증해 시장이 패닉에 빠져들 수 있다. 수도권, 지방 거점 도시들은 비교적 견조하겠지만 나머지 도시, 농어촌 부동산은 이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도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2000까지 오른다면 거품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2000까지 오른다면 녹색관련주, 2차전지주 등 미래 유망주를 중심으로 거품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측면에서도 선진국의 과잉 유동성 우려와 중국을 비롯한 자원다소비형 신흥국 고성장으로 거품이 우려된다. 원자재 가격은 수급과 자금 유입, 지정학적 측면을 골고루 봐야 한다. 수급 측면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 압력이 공급 압력보다 커진다.

최근 중국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다시 재고 확충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일부 원자재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공급 제약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될 것이다. 여기에 투기적 금융수요가 편승하면 거품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이부형 연구위원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점차 보급되더라도 기존 광물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이상 희소광물자원 가격은 상당 폭 상승해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자산시장 붕괴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품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가 잘 짜여 있고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주택가격, 소득 대비 주택가격 등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 재산세
부담이 클 경우 집값이 떨어질 때 자산거품 붕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재산세는 0.1%에도 못 미쳐 일본(1.4%), 미국(1.5%)에 비해 붕괴 우려가 적다"고 설명한다. 주식시장 역시 우리나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 10배 정도라 거품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말 70배 수준으로 상승한 바 있다.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자산가격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명목 GDP 대비 닛케이225 주식시가총액이 150%를 웃돌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코스피 시가총액이 명목 GDP 대비 90% 수준으로 거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지평 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는 중국 등 신흥시장과 달리 시장메커니즘이 작용하기 쉽고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기업도 글로벌 기업과의 비교 평가를 받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거품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원자재 가격 역시 세계 경제회복과 함께 오르겠지만 2008년과 같은 급격한 거품 형성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존재한다. 미국이 원자재, 특히 원유에 대한 투기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투기 자금 유입에 따른 원자재 거품 형성은 제한적이 될 수 있다.

"저금리·재정지출 확대 경계해야"

그렇다면 자산거품 붕괴를 막기 위한 해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지나친 저금리, 재정지출 확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가 회복될 경우 투기성 국외자금이 유입되고 원화 강세 기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기가 극성을 부릴 경우 자산시장의 거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자산거품 붕괴 예방을 위해서는 수요 관리를 위한 시의 적절한 통화정책이 중요하고, 단기간 고성장보다는 낮더라도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대안을 냈다.

물론 통화정책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것(Can do)'과 '할 수 없는 것(Cannot do)'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통화정책을 통해 잠재성장율
을 높일 수 없고 오로지 경기 안정화를 통한 물가 안정 역할만 한다는 의미다. 일본 사례에서 봤듯 통화정책이 성장 정책 일환으로 사용될 경우, 궁극적으로 자산 가격 및 소비자물가 상승만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정책 금리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권 이코노미스트 주장이 같은 맥락이다.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 즉, 물가와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에서 이탈되지 않는 데 주안점을 두고 현재 과도하게 낮은 정책금리를 경기회복에 맞춰 정상화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관된 부동산 세제, 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어 베이비부머의 순차적 퇴직으로 주택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과 미국의 인구변동을 봐도 베이비붐세대 인구가 피크에 달할 때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 일본은 1990년, 미국은 2006년 말이 그 때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서울, 수도권과 지방 중심지 주변 인프라를 개선해 수요 쏠림현상을 억제하고, 구도심 생활환경 질을 높여 주택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정호성 수석연구원 생각도 비슷하다.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은 서서히 거두면서 지방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의료, 복지 등 고령자 친화 인프라를 확충해 도심 부동산 가격 급락을 방지해야 한다." 정 연구원은 또 금융 측면에서도 부동산의 유동 자금화를 촉진시키는 상품 즉, 다양한 역모기지론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깐용어 -GDP갭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모든 생산요소를 가동해 인플레이션 없이 순수하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그래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면 경기 과열을, 밑돌면 경기침체를 걱정한다. 잠재성장률은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을 말한다. 이때 잠재 GDP와 실질GDP의 차이를 GDP갭(GAP)이라고 하는데, 갭이 플러스 방향으로 클수록 생산능력을 다 써보지도 못한 채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공식적인 통계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아 잠재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졌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이코노미.김병수.김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