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05월01일 17시53분
(아시아뉴스통신=정홍철)
충북 제천시 왕암동 산업단지 내의 붕괴되기 전 산업폐기물매립장 에어돔 내부. 곳곳에 침출수가 고여있다./아시아뉴스통신=정홍철 기자
충북 제천시가 왕암동 산업폐기물매립장에 고여 있는 침출수(10만톤 추정)를 시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에서 연계 처리할 방침을 굳혔다.
이런 시의 방침을 두고 적극적인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인다는 호의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매립장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된 후에 침출수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0일 침출수 처리에 따른 관련 부서간 협의를 마치고 1일 원주환경청에 통보했다.
시가 구상하는 처리 방법은 침출수에 함유된 유해물질과 중금속 등을 1차 처리한 후 환경사업소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루 처리량은 50톤, 처리비용은 생활하수 처리비에 기준한 톤당 590원을 예상하고 있다.
침출수 1차 처리 등에 드는 비용 약10억원은 환경부에 신청할 계획이며 빠르면 하반기부터 처리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침출수 처리는 시설물 소유주인 민간업체가 처리해야 마땅하지만 해당 업체가 개선명령 불이행은 물론 시설물 운영 포기까지 이르렀다”며 “이런 마당에 장마철을 앞두고 마냥 손을 놓을 수 없어 시가 나서는 것이며 제반 비용은 추후 사업자에게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물만 빼면 해결되나? 급한 불 끄자는 논리 안 돼”
시의 이런 방침에 대해 제천환경운동연합은 “납득할 수 없는 시의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진우 사무국장은 “침출수 처리에 앞서 시설 폐쇄명령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민간 사업자의 잘못을 국민 세금으로 채우려는 행위도 우려되며 또 국비뿐 아니라 시민 세금도 투입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매립장의 여건을 세심하게 파악한 후 보다 체계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원주환경청은 무너진 에어돔 복구비용 산정 시 매립장 폐기물이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이 6대4 비율인 점을 들어 제천시에도 일부 부담을 요구한 바 있어 향후 시비 부담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1일 처리용량 50톤, 처리에만 5~6년
현재 시가 구상하는 침출수 1일 처리량은 약50톤으로 이 물량은 현 환경사업소의 하수처리 용량과 기타 여건을 감안해 결정한 수치다.
하지만 1일 50톤의 처리 용량은 추정치 10만톤 처리에만 5~6년이 소요된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수의 외부 유입까지 추정할 경우 결국 ‘표시나지 않는 침출수 처리’라는 결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매립장 내부의 침출수 양은 추정치다. 폭우를 대비해 일정 부분 우선 처리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일단 침출수 처리에 물꼬를 트는 것으로 보아 달라”고 말했다.
◆2006년 에어돔붕괴시 침출수 처리 교훈은?
지난 2006년 7월 장마 때 폐기물매립장 외부 에어돔이 붕괴되면서 다량의 빗물이 매립장으로 유입됐다. 이때 발생한 악취로 민원이 들끓었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침출수를 퍼내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처리된 양은 일부에 불과해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시는 전체 침출수 양을 최초 2만톤으로 예상했지만 1년간 처리 과정에서 침출수 처리량은 3~4배로 증가했다. 결국 300톤이던 하루 처리량을 500톤으로 확대했으나 모두 처리하는데는 실패했다.
◆“근본 대책 마련해야”
매립장을 수차례 방문했다는 한 시민은 “적극 행보에 나선 시 행정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국비 지원에 나선다거나 또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매립장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으로 보면 큰 착각”이라며 “문제를 해소할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하며 최초 사업 인허가 과정과 관련해 우리시가 환경부에 대응할 만한 논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왕암동 폐기물매립장은 지난 2006년 제천시 왕암동에 바이오밸리를 조성하면서 지하 20m, 매립용량 17만3580㎥ 규모의 지정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시의 협조를 얻어 환경부가 허가했다.
당시 조성 목적은 바이오밸리 입주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조성됐으나 외지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반입되면서 2년여만에 포화상태가 되자 환경부 등은 지난 2008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매립장의 매립용량을 25만9458㎥로 늘려줬다.
이 폐기물매립장은 이전 사업주의 부도로 법원 경매에 부쳐지면서 현 사업자가 새 소유주가 됐다. 그러나 남아있는 매립고가 0.5m에 불과한데다 원주환경청의 행정처분으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전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