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탐구
이채원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부사장.
가치투자의 대명사… 연평균 수익률 20%의 비밀은
2014.06.23 (월) 16:50:00[1051호]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시장의 비합리성 이용…주가와 실제가치 차이 노려”
국내에 펀드 장기투자 열풍 일으킨 ‘투자의 명장’
<뉴시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제1조, 돈을 잃지 말라. 제2조, 규칙 제1조를 절대로 잊지 말라.”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투자 규칙이다. 이 규칙을 잘 지킨 사람이 바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에게는 으레 ‘투자의 명장’, ‘가치투자의 전도사’ 등 펀드업계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잃지 않는 투자를 할 뿐”이라며 꾸준히 높은 수익률로 묵묵히 답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우리나라에 가치주펀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인물이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가치투자란 지독한 위험기피형 투자로 안전마진을 최우선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한 후 적정한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얻는 것이 전형적인 가치투자 방식이다.
이 부사장이 처음으로 가치투자를 시도한 곳은 동원증권이었다. 이 부사장은 동원증권에서 1998년 12월 동원밸류1호를 만든 지 1년도 안 돼 수익률 129%를 달성했다. 1997년 교보생명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로부터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해당 책을 통해 처음으로 가치투자를 알게 된 이 부사장은 자신의 투자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동원밸류1호는 그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을 담는 방식을 썼다.
한동안 순항하던 펀드는 1999년 닷컴버블로 위기 아닌 위기를 맞게 된다. 기술주들이 급등하면서 동원밸류1호에 담겨 있던 주식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밀리게 됐다. 이후 수익률이 100% 아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일부 격분한 투자자들은 이 부사장을 향한 쌍욕부터 살인 협박에 이르기까지 정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당시 이 부사장은 라식수술을 받았는데 이 스트레스로 인해 회복에 실패했다. 또 귀 안에는 물이 차고 매일 혈변을 쏟는 등 정신적·신체적 괴로움을 함께 겪었다.
같은 해 연말 이 부사장은 87%의 수익률로 베스트 펀드매니저 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수난을 겪은 후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 부사장은 꾸준히 가치투자의 길을 걸었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6만원 바닥 찍고 180만원까지 오르기도
이 부사장의 초기 가치투자 사례도 재미있다. 이 부사장이 동원밸류1호를 운용하던 1990년대 말의 일이다. 당시 펀드에 편입된 주식은 롯데칠성, 신세계, 태평양 등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닷컴버블로 기술주는 날마다 오르는데 이 주식들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특히 롯데칠성은 내재가치가 30만 원선인데 이때 주가가 10만 원선이었다. 롯데칠성 서초동 공장부지만 해도 주당 30만 원의 가치가 있었다. 너무 싸서 샀는데 며칠 지나자 외국인들이 팔아서 9만 원이 됐다. 이후에는 또 8만 원으로 내려갔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에서 주가가 내리면 내릴수록 좋다는 신념으로 이를 계속 사들였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주가는 어느 순간 7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갑자기 섬뜩했던 이 부사장은 자신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서초동 부동산으로 달려간 이 부사장은 해당 공장부지 가격을 문의했다. 돌아와서는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겨 자신이 산정했던 가치가 맞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금 확신을 얻은 이 부사장은 다른 주식을 팔아치운 다음 이 주식을 더 샀다.
그런데도 롯데칠성 주식은 6만 원까지 내려가며 이 부사장을 시험에 들게 했다. 그때는 이 부사장도 더 이상 이 주식을 사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칠성의 주가는 바닥인 6만 원을 찍고 180만 원까지 30배가 넘게 올라갔다.
설정액 1조원 펀드 8년 누적수익률 158%
현재 이 부사장의 대표 펀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이다.
이 부사장을 비롯한 펀드 운용역들은 연간 1500회가 넘는 기업탐방을 다니며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헤맨다.
그것도 운용자산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철저한 위험관리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이 펀드는 약 8년간 운용되는 가운데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해 설정액 1조 원을 웃도는 초대형 펀드가 됐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펀드슈퍼마켓에서도 2등을 차지했다. 펀드슈퍼마켓의 900여 펀드 중 두 번째로 많은 8억4000만 원의 자금이 이 펀드에 몰린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누적수익률로 2006년 4월 설정 이후 158.67%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37.11% 상승한 데 비해 무려 121.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해도 매년 20%씩 수익을 낸 셈이다.
장기투자를 내세웠지만 단기성과도 만만찮다.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을 보면 6.18%다. 이 기간 코스피가 1900~2000선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다. 같은 기간 설정액 100억 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국내 최초로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을 3년까지 적용했다.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환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일반 펀드들과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진정한 가치투자 실천을 위해 환매수수료 기간을 길게 두겠다는 방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는 자금 유출입의 반복을 장기 가치투자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단기투자를 일삼던 투자자들마저도 이 펀드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하게 됐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소득공제장기펀드 역시 한국밸류10년자소득공제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이 휩쓸었다. 이 펀드도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1호(주식)의 투자전략을 그대로 가져온 펀드다.
관심 밖 비인기업종서 유용한 종목 찾아내야
이 부사장은 예전에 자신의 가치투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가치투자는 어떤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방법이다. 이것은 시장의 비합리성을 이용해 주식가격과 실제가치의 차이를 노리는 것이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이 부사장다운 가치투자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 부사장은 “예를 들어 주가가 1만 원인데 내재가치가 2만 원이면, 주가가 2만 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보통 3~4년이 걸리지만, 간혹 일주일에서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에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할 수 없을 것”라며 가치투자의 기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또한 가치투자를 모멘텀투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모멘텀 투자는 가장 큰 위험이 주가하락이라 주가가 하락하면 매도한다. 이에 반해 가치투자는 내재가치와 주가의 갭이 더 크게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좋은 것이므로 주가하락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물론 기업의 가치가 나빠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팔아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자산운용전략에 대해서는 “싸고, 귀하고, 소외된 자산을 찾는 것이며 한 주의 가치는 과거에 벌어들인 돈, 현재 벌어들인 돈, 미래에 벌어들인 돈의 합”이라고 말했다.
성장·수익·안정 중 안정성 우선해
또 안정성·수익성·성장성에 대해서는 “과거에 벌어들인 돈은 내재가치로 보유한 자산에 집약돼 있는 안정성이다. 현재 벌어들인 돈은 수익성이고 미래에 벌어들일 돈은 성장성을 의미한다. 가치투자자는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안정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중에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이다. 주식에서는 청산가치, 부동산으로 따지자면 대지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내재가치인 안정성 지표는 평소에서는 빛을 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성장성 지표가 빛이 나곤 한다. 그러나 불황, 침체 또는 테러, 지진, 대공황이 벌어질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 지표다.”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해서도 함께 맥을 짚었다. “안정성 지표는 위기가 올 때 유용하다면 성장성 지표는 경기가 좋을 때 유용하다. 이익률인 수익성 지표는 언제 어디서나 중심이 되는 지표다.”, “보통 예금, 주식, 부동산 자산을 모두 이익률을 비교해보고, 가장 좋은 것을 물 흐르듯 투자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종목 선정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종목은 내재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없다. 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철저하게 소외되어야만 내재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벌어진다. 즉 비인기업종에서 유용한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부사장은 “결국 가치투자의 역발상적인 면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미치도록 주식을 사고 싶을 때 사면 안 되고, 공포로 모든 주식을 다 팔고 싶을 때 사야 한다. 가치투자란 그래서 누구나 흉내낼 수 없다”라고 가치투자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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