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1 오후 9:06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호텔을 열심히 담고 있다. 지금까지 총 8600억원을 호텔 사업에 투입했다. 운용자금 62조원 중 호텔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2%다. 미래에셋은 앞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부문 안에 호텔본부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호주 시드니 핵심지역에 위치한 포시즌 시드니 호텔을 인수했다. 매입가격은 3억4000만 호주달러(3800억원)다. 내년 9월 광화문에 포시즌 호텔 서울도 열 계획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경기도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동탄 신라스테이도 투자했다. 미래에셋은 지금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보험과 손잡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인터컨티넨탈 호텔 인수전에 참여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현재 동탄 소재 신라스테이를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드니 포시즌 호텔 예약률은 100%에 가깝고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예약률도 70%에 달해 성과가 괜찮다”며 “동탄 신라스테이도 지역이 교외지역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포시즌 시드니 호텔은 최근 6% 배당을 시행했다. 배당수익률이 채권이나 은행 금리보다 높다.
미래에셋이 수익률 증가와 투자 다각화 목적으로 호텔 투자에 나섰다. 우선 중국인을 비롯해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다보니 호텔 객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또 투자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다각화하고 초고액자산가와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호텔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이 부족한 형편이다. 국내 외국인 방문객은 1996년 이래 지난해까지 연평균 7.3% 늘었다. 하지만 호텔 공급은 연평균 1.9%에 증가했다. 서울 소재 호텔의 객실당 수익(RevPAR)은 1996년 이래 연평균 3.8% 성장했다. 호텔 객실당 수익은 객실 총매출을 투숙 가능한 객실 수로 나눠 산출하는 수익성 지표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잡고자 한다.
미래에셋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시드니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시드니 포시즌 호텔을 인수했다. 시드니공항 방문객 중 중국 관광객 비중은 지난해 15%에 육박했다. 최근 호주 시드니 부동산 가격을 이끌고 있는 것도 중국인이다. 중국 부자는 가장 선호하는 이민 대상지 가운데 하나로 호주를 꼽는다. 지난해 호주 투자이민 신청자의 90%도 중국인이다.
투자 분산 차원도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대체투자 비중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의 장녀 박하민씨도 미국 코넬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전략컨설팅업체 매킨지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씨비알이(CBRE)에서 근무한 뒤 지난해 미래에셋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 배치됐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운용자산 중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 비중은 14% 정도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는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모든 투자를 의미하며 대안 투자라고도 한다. 사무용 빌딩, 부동산. 호텔과 공항,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은 대체투자를 늘려 주식과 채권에 집중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자 한다.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제조업 성장이 예전만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미래에셋이 대체투자로 유망하게 보는 노령화 관련 사업이다. 특히 관광, 소비재, 건강, 바이오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한 대표 소비재 기업은 2011년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인수한 타이틀리스트다.
대체투자는 세계적 추세다. 싱가포르 투자청, 블랙스톤 모두 대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예일대 기금은 60%를 대체투자에 투자한다. 블랙스톤은 호텔 브랜드 힐튼을 인수했다. 대체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 부양을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채권투자 또한 수익률이 높지 않다.
호텔 투자는 초고액자산가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래에셋은 내년 광화문에 포시즌 호텔 문을 연다. 포시즌은 세계 38개국에서 91개 럭셔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시즌은 전세계적으로 충성도 높은 초고액자산가 고객군을 보유했다”며 “이를 미래에셋의 금융 서비스와 엮어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고액자산가는 연평균 9% 수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고액자산가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글로벌 금융시장 성장에 필수 조건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전 세계 도심형·리조트 호텔, 최고급·중저가 비즈니스 호텔 등에 두루 투자해 투자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