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흐름. 미래변화>****

미뤄진 출구전략…‘과잉 부양’우려 고개

Bonjour Kwon 2014. 7. 28. 23:41

2014-07-18

 

금융시장에 변동성과 위험이 동시에 사라졌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위험 요인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언제부터 거둬들일 것인지 여부였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큰 물줄기의 흐름이 바뀌는 만큼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주식시장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신흥국들은 자금 이탈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출구전략을 늦추거나 오히려 돈을 더 푸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Fed는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천천히 균형 수준보다 낮게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도입했고 일본은행(BOJ)은 연·기금을 통해 유동성을 풀고 있고 영국은행(BOE)은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느리지만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은 장기적인 저금리를 약속하고 있다. 이는 뉴 노멀(New normal), 즉 장기적인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한 전망이 배경이다.

 

중앙은행들의 장기적인 저금리의 약속은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위험을 크게 낮췄다. 특히 출구전략에 취약한 투자처로 기피했던 채권·원자재·신흥국의 위험이 낮아지면서 이들의 가격 반등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졌다.

 

신흥국의 매력 부각 중

 

 

 

변동성과 위험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차입 등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늘어나기도 한다. 더구나 2분기에는 전 세계의 장기금리도 한 단계 낮아졌다. 위험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도 증가 요인이다.

 

최적의 위험 자산 선호 환경이 제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선진국 주식 비중을 더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미국 경제는 탄탄하지만 미국 주식은 한 분기 전에 비해 더 비싸졌다. 유럽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유럽 주식은 전년 대비 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는 중이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일본 주식은 단기 반등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정책과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3개월 이상 추세적 상승에 대한 확신도 낮다.

 

반면 펀더멘털 악화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저렴해진 가격 매력으로 편입하기 시작했던 신흥국 자산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경기의 방향성은 여전히 하강 국면에 있지만 경기선행지수 등으로 판단했을 때 일부 신흥국들은 3분기 중 경기 저점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신흥국 주식과 국채 지수는 2분기 중 2012년 이후 전고점을 상향 돌파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아직 하락 추세선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와 금리는 기대와 정책, 수급 그리고 동조화에 따라 상승할 수 있지만 달러 대비 상대 가치로 표현되는 환율은 펀더멘털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3분기에는 신흥국 경기 저점론에 대한 기대로 경기 회복 속도가 선진국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서서히 하락 추세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하락 추세를 벗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상승 추세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신흥국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제 조건인 펀더멘털의 추세 전환까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던 환차손의 우려가 감소했다는 점은 적어도 신흥국 투자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신흥국 중에서는 어떤 국가를 골라야 할까. 주가와 국채 가격이 전고점을 넘어서며 가격 부담이 높아진 국가들보다 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국가들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저평가와 신용 위험, 제조업 경기 사이클과 경제 전망의 상·하향 조정 여부 등을 통해 통화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선별해 봤다. 멕시코·폴란드·대만·체코·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상위권에 포진됐다.

 

현재는 특정 국가의 저평가나 신용 위험이 부각되는 국면은 아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의 특정 신흥국에 대한 정보 획득과 투자가 쉽지 않고 특정 신흥국에 집중했을 때의 위험도도 높다. 결과적으로 자산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신흥국 투자 역시 특정 국가보다 인덱스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중앙은행의 배려에 반색해야 할 금융시장이 오히려 ‘과잉 부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금과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물가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미국의 명목 국채에서 물가채 금리를 차감한 BEI(Break-Even Inflation)도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며 상승하는 중이다.

 

원자재와 리츠 상품 유망

 

중앙은행은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한다는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한다.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유망한 투자 자산은 금을 포함한 원자재와 리츠(REITs) 등 대체 투자 자산이다. 미국의 실질금리를 의미하는 물가채 금리(TIPS)는 금값에 반비례한다. 과잉 부양 우려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3분기에는 대체 투자를 적절히 활용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주식 비중 확대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높인다. 최근 대체 투자 자산과 선진국 주식의 상관계수는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대체 투자는 선진국 주식 등 가격 부담이 높아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위험을 낮춰 주고 장기적인 자산 배분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다. 인플레이션을 조금씩 우려하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대체 투자를 활용해 인플레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체 투자는 선진국 주식 등 가격 부담이 높아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위험을 낮춰 주고 장기적인 자산 배분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은 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에서 가장 큰 항목인 주거비(Shelter)는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중에서는 주거비 비중이 42%에 달한다. 주거비 물가는 주택 가격 상승률에 1년 정도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이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과정이다. 주택 가격 상승률은 올 들어 다시 둔화되고 있다. 즉 연말까지는 인플레 우려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 상승은 광범위한 수요 증가의 결과라기보다 일부 국내외 거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의 수요였다. 세계적으로 소비와 투자, 임금의 상승 속도가 여전히 매우 느리다는 점에서 적어도 올해 내에는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거나 물가 때문에 금융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물론 이라크 사태나 엘니뇨 등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통화정책적 대응 영역도 아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