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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리먼사태 땐 1조이상 매각 딜 성사시켜 세빌스코리아로 옮기며 차별 행보 선택 호텔 운영업 진출 등 새 시장 개척 나서"

Bonjour Kwon 2014. 9. 11. 18:35

[CEO&Story]

기사입력 2014.09.11

 

부동산과 인연은 숙명… 위기가 내겐 행운이었죠

 

"첫 직장 삼성전자 입사 후 印尼로 파견업무

직원 숙소 알아봐 주며 부동산업에 눈 떠

두번째 직장 벽산건설선 워크아웃 겪으며

부동산 매각 등 담당… 컨설팅 업무 접해

 

이론·실무경험 갖추며 애셋매니저로 이직

 

 

나는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말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표현입니다. 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위기가 제게 행운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전경돈(사진)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젊다. 1968년생이니 최고경영자(CEO)치고는 다소 연륜이 짧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거쳐온 길이 국내 부동산 컨설팅 업계가 성장한 과정과 궤를 같이할 정도로 능력과 경험을 인정받고 있다. 전 대표를 처음 마주한 사람은 우선 그의 독특한 이력에 관심을 두게 된다.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목표에 시종일관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이력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부터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대학에서 마인어를 전공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어를 배우는 학과다. 그런데 사회생활은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마인어, 도무지 '매칭'이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공장을 만들 때 현지 파견업무를 담당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도 부동산업과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자 웃으면서 그곳에서 처음으로 부동산을 산업 측면에서 생각하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장을 온 본사 직원들에게 숙소를 알아봐주고 주재원들이 집을 구할 때 통역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집을 수십 채 보유한 중국 화교나 부동산 자산가들을 만나면서 부동산에 대한 눈을 떴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회사를 그만두고 귀국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느낀 바가 있어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부동산 관련 일을 알아보던 도중 벽산건설에 취직을 했습니다. 지금은 건설사와 부동산업이 구분돼 있지만 당시 국내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은 건설사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건설회사에 다니셨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벽산건설에서는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던 상황에서 전 대표 역시 해외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만나며 진짜 '프로'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곧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면서 그가 다니던 벽산건설은 워크아웃을 겪게 됐다. 전 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해외사업부에서 기획실로 옮겨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 등을 담당하게 됐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기였고 좌절의 시기였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부동산 컨설팅 업계에 뛰어들게 된 시기도 이 즈음이었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워크아웃 과정에서 기획실 근무를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이곳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하나의 꿈이 생겨났다고 했다. 도심에 있는 벽산건설 소유의 건물 매각작업을 함께한 BHP코리아가 전 대표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전 대표는 "당시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하던 곳이었고 누구 못지않게 전문성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며 "나중에 한 지인으로부터 이직을 권유 받았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옮겼다"고 회상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해외자본에 개방되자 전 대표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생겼다. 회사는 해마다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그 역시 매년 승진을 거듭하면서 30대 중반에 임원에 오를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때는 역동기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외국자본에 개방되는 상황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었습니다. 외국 투자가들은 BHP코리아로 몰렸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리먼사태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

 

전 대표가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컨설팅을 위한 이론은 물론 실무경험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BHP코리아가 한창 잘나가던 무렵 그는 로담코라는 네덜란드 투자회사로부터 영입제안을 받고 현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로 사용되는 경기도 부천시 로담코플라자의 총괄매니저(COO)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당시 로담코플라자는 영업이 되지 않아 30% 이상이 공실(空室)이었습니다. 핵심 테넌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입지가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매일 회사로 찾아와 항의시위를 할 정도로 위기였습니다."

 

그가 로담코플라자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직원들의 패배의식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오전10시 문을 열기 전에 전체 직원들과 조회를 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하루 종일 사업장 곳곳을 누비면서 부족한 것이 없는지,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그러면서 임차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임차인의 매출이 줄어들면 그 원인을 찾았고 해법을 제시해줬다. 불친절하거나 디스플레이(전시)가 잘못된 업주에게 조언을 해주고 아예 트렌드에서 비켜나기 시작한 업종은 변경을 권유하기도 했다.

 

"출근해서 쇼핑몰에 지나다니는 사람만 쳐다봤습니다. 어떤 사람이 오는지를 파악하고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며 할 수 있는데도 안 했던 것들을 바로 개선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로담코플라자는 되살아났고 로담코가 세계적 투자금융 기업인 ING에 인수되면서 ING 애셋매니저 헤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그는 쇼핑몰을 포함해 1조4,000억원 정도의 자산을 운용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다.

 

"리먼 사태가 오히려 저에게는 도움이 됐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1년 사이 1조원어치의 매각 딜을 성공시키고 펀드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26%가 되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리먼 사태로 세계 부동산 시장은 혼란을 겪었지만 한국의 펀드는 전 세계 130개 ING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호텔 운영은 종합 서비스 위한 과정

 

전 대표는 지난해 자신이 처음 몸담았던 BHP코리아가 이름을 바꾼 세빌스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세빌스코리아로 오면서 그는 국내의 다른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기존 오피스·리테일 중심의 사업구조를 변화시켜 부실채권투자(NPL)와 개인 자산 컨설팅 분야에도 진출했다. 또 최근에는 호텔 운영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덕분에 현재 세빌스코리아는 그가 대표로 오기 전보다 30% 이상 규모가 커졌다.

 

 

 

"사실 현재 부동산 컨설팅 시장은 '레드오션'입니다. 하지만 세빌스코리아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을 목표로 하기에 이를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운영업 진출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전 대표는 호텔운영업을 부동산 관리 서비스의 최고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호텔 운영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유명 호텔 체인이 운영한다고 광고하는 호텔도 대부분 해외 본사에서 한두 명의 매니저만 두고 국내 업체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호텔 소유주가 해외 호텔 체인과 운영계약을 맺기도 어렵고 계약내용도 불리하다. 전 대표는 이 같은 관행을 '을사조약'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호텔과 같은 고급 부동산 관리업무 능력을 키워나가면 나중에 실버타운이나 메디텔 등 고급 부동산 서비스 산업(hospitality industry)으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현재 군산 관광호텔을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추가로 10여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사업확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그는 웃으며 얘기했다.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 이기지 못하면 조직의 3분의1이 날아가게 됩니다. 호텔도, 부실채권투자 시장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그는 세빌스코리아를 명실상부한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오피스·리테일 분야는 물론 개인 투자와 부실채권, 호텔 운영으로 능력을 키워 최종적으로 레지던스(주거)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현재 세빌스코리아는 국내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규모로는 가장 크지만 분야별로는 최고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He is…

 

△ 한국외대 마인어과

 

△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경영관리학과

 

△ 1999년 BHP코리아(현 세빌스코리아) 투자자문팀 과장

 

△ 2005~2007년 로담코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

 

△ 2007~2009년 ING REIM 자산관리 담당 상무

 

△ 2010~2011년 ING REIM 한국투자부문 총괄 전무

 

△ 2012~2013년 CBRE 글로벌 인베스터 코리아 자산운용 전무

 

△ 2013년~현재 세빌스코리아 대표

 

"국내 오피스시장 성숙기… 내년엔 공실률 낮아질 것"

 

단기적 공급과잉으로 약세 보이고 있지만

 

리스크 낮아 외국인 투자 유입 계속될 것

 

"현재 국내 오피스 시장은 성숙기입니다. 일시적으로 공급이 많아져 공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내년 중반부터는 수급 상황이 균형을 이루며 공실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현재 국내 오피스 시장을 성숙기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인 공급과잉으로 오피스 임대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임대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을 비싸게 사도 향후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본경쟁에 자신이 있는 외국 투자가들의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대표는 "그동안 오피스에 대한 기대 수익률은 계속 떨어져왔지만 금리도 같이 떨어지고 있어 적절한 이익을 보장해줬다"며 "투자자금도 풍부한 상황에서 국내 오피스 시장의 경우 리스크가 크지 않아 외국 투자가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오피스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국내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리테일) 시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리테일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크고 분양 중심의 국내 디벨로퍼 업계가 가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월마트나 까르푸의 사례에서 보듯 사실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외국 자본이나 개별 디벨로퍼가 이기기는 어렵다"며 "이미 국내 대기업은 극장·할인매장·쇼핑몰·테마파크 등 풍성한 콘텐츠를 가진 거대한 디벨로퍼가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리테일의 성공 여부는 테넌트(Tenant·임차인) 구성과 이에 맞는 특화된 설계, 향후 운영에 달려 있는데 분양 중심의 시장에서는 디벨로퍼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지 않고 노하우도 없어 리테일 시장이 오피스 시장에 비해 성장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전 대표는 "상권 활성화 여부에 따라 리테일의 가치가 달라지는데 국내 상가 분양 시장에서는 땅값과 공사비, 주변 상가 시세를 바탕으로 분양가를 결정한다"며 "운영·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국내 리테일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테일의 경우 펀드나 리츠가 일정 기간 운영을 맡아 활성화한 후 통매각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게 전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결국 개인 자산가들의 자본을 모아 투자를 하는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쇼핑몰은 한 펀드가 전체를 사서 활성화한 후 매각해 투자한 개인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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