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태양광·ESS·폐기물·연료전지발전

'非친환경' 지탄받는 대형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난시대."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실상 무산 .조력 풍력 수력발전 줄줄이 좌초…RPS에서 FIT로 전환필요

Bonjour Kwon 2014. 9. 18. 07:18

신재생에너지 정책 대전환 필요

 2014-09-18

 

 34년간 표류해온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력·풍력·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들이 환경파괴 논란 등에 휘말려 줄줄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6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가로림만 조력발전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에 대해 “앞으로 20일 이내, 다음달 중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굳혔고 방식만 남아있다”고 귀뜸했다. 

 

 가로림조력발전(주)이 보완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환경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부동의’ 결정을 하거나 ‘재보완’을 요구하면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시한이 오는 11월17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기본계획부터 다시 짜야 한다.

 

 이로써 충남 태안군 이원면과 서산시 대산읍 사이 바다 2㎞를 방조제로 막아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던 노력은 34년만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이 사업은 1980년 경제장관회의에서 처음 결정됐고 2007년 서부발전과 포스코건설 등이 가로림조력발전(주)을 설립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력발전은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 건설사업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로림만 외에도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부실 에너지정책 탓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했던 인천만 조력발전은 주민 반대로 보류 상태이고 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소 신설 계획이 없다. 친환경 발전의 대표주자인 풍력발전소 건립도 어렵다. 제주와 강원 정선 등지에서 추진했던 풍력발전소는 자연훼손 논란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2.5GW) 개발사업은 부안군의회와 환경단체의 반대 속에 사업성 부족으로 참여업체들의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도 사업성에 발목이 잡혀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주문한다. 우선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바꿔 사업성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독일과 일본처럼 우리도 FIT를 다시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시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파괴 논란에서 자유로운 폐자원 에너지화사업도 더 키워야 한다. SK E&S와 강원도 홍천군이 추진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대표적이다. 가축분뇨와 음식물 찌꺼기에서 나오는 매탄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피 혐오시설로 치부되는 분뇨처리시설을 에너지 생산기지로 변모시켜 폐기물을 자원화하고 수익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석이조 효과다. 환경부는 제2의 홍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내년에 3개 지자체를 추가할 예정이다.

 

 

2014-09-18

 # 17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정문 앞에는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 반대’란 현수막을 내건 천막농성이 수일째 계속되고 있다. 가로림만 인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반대투쟁위원회는 오는 19일까지 환경부 앞에서 건설반대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다음달 평창에서 열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O)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만큼 가로림 조력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는 꼭 ‘부동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는 조력·풍력·수력 발전소 건설사업이 역설적이게도 ‘비(非)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수난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력발전소는 인근 어장과 갯벌 파괴가 쟁점이다. 실제 2020년까지 약 1조원을 들여 조력발전소를 짓고 연간 950GWh의 전력을 생산하려던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사업의 경우 연간 4000t에 달하는 가로림만 어업 생산량과 갯벌 보존 논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풍력발전소도 생태계 파괴가 논란이 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와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만항재는 자연 훼손 우려에 사업이 막혀있다. 바다에 건설하는 것도 인근 어민들 반발로 쉽지 않다. 사업비 10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2.5GW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은 3년째 표류 중이다. 부안지역 어민들은 실질적인 어업보상비를 요구하고 있다. 해양풍력 단지를 짓고 난 뒤에도 문제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보듯 생산된 전기를 공급할 송배전 설비를 갖추는 것도 발전소 건립만큼 어렵다.

 

 수력발전소 건립은 엄두도 못 낸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신규 댐 건설도 어려운데, 수력발전은 생각도 못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축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비판받고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RPS 제도를 FIT(발전차액지원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대로 가면 정부가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정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11% 달성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 확정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 간의 증가속도를 보면 달성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2009년 2.50%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10년 2.60%, 2011년 2.74%, 2012년 3.18%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RPS 방식은 의무율을 안지키고 버티다가 벌금을 내는 게 더 싸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며 “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FIT 방식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시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업자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 개발도 시급하다. 박 대통령이 모범사례로 꼽은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의 경우 국고와 지방비로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짓고 여기에 SK E&S의 강원도시가스가 사업운영 기술과 초기 자본을 지원해주는 모델이다. 하수처리장에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추가로 전기를 생산한다. 주민들은 생산된 가스로 가구당 연간 91만원 이상의 가스비를 절감하고 태양광 전기 판매 등을 통해 연간 9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된다. SK E&S 관계자는 “폐자원 활용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제2의 새마을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건설사 한 임원은 “주변 환경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에너지 효율이 낮고 생산량이 적어 소규모 에너지시설에 국한된다”고 말했다. 

 

 기피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무턱대고 반대하는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중부발전이 원주기업도시에 건설 중인 고체연료(RDF) 열병합발전소는 주민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생활쓰레기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과 비슷하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5000개를 돌파했다며 자랑하지만 실제 에너지 생산비중이 높은 대형 사업들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체감하기 어려운 홍보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