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운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상위 선사들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황이 장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선사 간 동맹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활용해 단위비용을 낮추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정 항로의 선박을 동맹 선사끼리 공유할 경우 비용 절감은 물론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도 볼 수 있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지난 6월 머스크, MSC, CMA-CGM 등 세계 1~3위 대형 해운사가 참여하는 P3가 중국 정부의 반대로 설립이 무산된 이후 상위 선사간 합종연횡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다. 머스크는 P3가 무산된 지 한 달만에 세계 2위 선사인 MSC와 함께 '2M'을 결성했다. '2M'은 머스크와 MSC의 이니셜을 따 지은 이름으로, 이들은 아시아-유럽항로와 태평양항로 등 전 세계 주요 22개 항로에 총 185척의 선박을 투입해 공동운항을 실시한다.
이중 머스크는 전체의 55%인 110척을, MSC는 45%인 75척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M'은 현재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공동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와 중국의 CSCL, 아랍에미리트의 UASC가 새로운 해운 동맹체인 'O3(Ocean Three)'를 결성했다. 'O3'도 '2M'과 마찬가지로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P3 무산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3의 경우 선박과 터미널의 공동운항은 물론 부두인력, 항만터미널, 내륙운송사업자 등과 공동계약 등을 통해 사실상 M&A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우려를 샀다. 하지만 '2M', 'O3'의 경우에는 'CKYHE'나 'G6'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돼 승인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써 P3를 추진했던 세계 1~3위 선사는 물론 세계 10대 선사가 모두 해운동맹에 가입하게 됐다. 해운시장은 '2M', 'O3'와 각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CKYHE', 'G6' 등 4대 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세계 해운업계 재편에 따라 업계에서는 초대형 선박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운동맹의 목적이 원가절감인 만큼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박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선박 규모가 커질수록 연료 효율도 높아져 해운업계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원가절감의 필수 전제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곧 2만TEU 컨테이너선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연내에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중국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며,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모나코 선사인 스콜피오 그룹과 1만9200TEU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조기술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선박 대형화가 꾸준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등 세계 상위 컨테이너선사를 중심으로 선박 대형화가 진행되는 추세”라며 “하지만 이들 초대형 선박이 항구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비해 수심이 더 깊어햐 하고, 하역 설비 등 인프라 확충도 요구되기 때문에 무작정 선박 규모가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