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9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
금융시장 혼란 재연 우려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출구전략 실행시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3조8,000억달러(약 4,08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간의 초저금리 기조 유지로 투기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초대형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8일(현지시간) 발간한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유례없는 통화완화 정책과 섀도뱅킹(그림자금융) 대출증가로 리스크 투자가 과도해지고 있다"며 "금융 시스템이 미국·영국 등의 통화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IMF는 채권수익률(10년물 기준)과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해 각각 1%포인트씩 급등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 때는 손실액이 3조8,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채권(45조590억달러)의 8%를 웃도는 것으로 글로벌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IMF는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채권시장 손실액이 4조500억달러에 달했다.
IMF는 "3조8,000억달러의 손실이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면서도 "과거 채권시장 손실의 75%는 통화긴축 때문에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이 경제회복에 힘입어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장금리 급등으로 갑작스럽게 채권투매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급등하지 않고 채권 수익률만 1%포인트 급등해도 전체 시장 손실액이 2조7,660억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IMF는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며 금융혼란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했다. IMF는 채권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달러 등 기축통화 표시 신흥국 채권 가치가 각각 820억달러 감소하고 지역통화 표시 채권 가치도 890억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세 비냘스 IMF 금융안정국장은 이날 "선진국들의 돈 풀기는 소비·기업투자와 고용 등 경제부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너무 많은 돈이 위험자산으로 몰렸다"며 "이런 투기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글로벌 경제를 손상시키고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돌발적인 지정학적 위기 고조나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때는 과거 고위험 투자가 급증했던 신흥시장의 취약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2,750억달러)에서 2012년 10%(1조6,500억달러)로 급증했다. 아울러 금리가 오르면 주식·부동산 등 다른 자산 가격의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그동안 이들 자산 가격이 저금리 정책에다 낮은 변동성 때문에 과다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 리스크가 커진 것은 금융권이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생산적 투자보다 투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게 IMF의 비판이다. IMF는 선진국의 300개 대형은행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가진 총자산의 40%는 경기회복을 위한 신용공급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에서 이 비율은 70%에 달했다.
특히 IMF는 은행보다 헤지펀드·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그림자금융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고 경고했다. IMF는 "전 세계적으로 그림자금융 규모가 70조달러로 늘면서 시장 및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금융안정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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