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mland Fund

◆ 농사가 미래 신성장동력 .농사 짓는 대기업들‥곡물에 미래있다

Bonjour Kwon 2011. 10. 24. 08:34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진 평원지대.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진 이곳에 '현대미하일로프카농장'이 있다. 농장 크기만 여의도 면적의 23배인 6700ha에 이른다.

이 농장은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009540) (280,500원▲ 8,500 3.13%)이 세운 두 번째 농장이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현대하롤농장'을 러시아 연해주에 세웠고, 2년 만에 다시 이 농장을 만들었다. 현대하롤농장은 1만ha 규모다. 두 농장을 합치면 매년 1만6000t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두 농장에서 콩과 옥수수, 밀, 귀리 등을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거나 한국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농사가 미래 신성장동력

국내 대기업들이 곡물 확보에 뛰어든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종합상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곡물자원 확보를 기업의 미래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000830) (67,600원▲ 2,000 3.05%)은 지난 4월 미국 시카고 현지 법인인 aT그레인컴퍼니를 세웠다. 삼성물산과 농수산물유통공사, 한진, STX(011810) (13,100원▼ 700 -5.07%)가 함께 투자했다. 삼성물산은 이 회사를 통해 올해 콩 5만t과 옥수수 5만t을 국내에 도입한다. 2015년부터는 그 물량을 총 215만t의 콩과 옥수수, 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곡물 수출입 사업을 벌여온 대우인터내셔널은 쌀 영농사업과 도정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047050) (32,600원▲ 900 2.84%)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개발 전문업체를 인수하고 3만6000ha 규모의 팜오일(야자유) 농장 개발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 영농 최적지로 불리는 캄보디아에서도 2만6000ha 규모의 농장을 만들고 있다. 2013년부터 연간 14만t의 곡물 생산이 가능하다.

LG상사(001120) (48,800원▼ 500 -1.01%)도 인도네시아에서 1만6000ha 규모의 팜 오일 농장을 확보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STX는 주력사업이 곡물사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곡물 관련 사업을 많이 벌이고 있다. 특히 STX팬오션은 카길, 번기 등 곡물 메이저 회사들만 운영하는 해외 곡물터미널 사업에 진출한다. 2009년부터 미국 서부지역의 롱뷰항에 곡물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곡물터미널은 연간 800만t의 곡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게 된다.

 

 

 곡물이 무기인 시대

러시아는 최근 가뭄으로 곡물 수출제한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일제히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밀 12월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8.8% 올랐고, 옥수수 선물 가격도 6.6%나 상승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제한했던 작년에는 밀 가격이 47%나 급등했었다.

석유에 이어 곡물이 무기인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스탠퍼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1980년 이후 30년 동안 오히려 2300만t(3.3%) 감소했다. 이에 반해 곡물 수요는 지속적인 증가세다.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인 옥수수 등의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향후 수년간 식량가격이 더욱 불안정할 수 있다"며 "곡물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기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옥수수 가격이 한 달 사이 14%나 오르는 등 세계 곡물수급현상이 불안하다"며 "영농사업 확대로 70%에 달하는 곡물 수입 해외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