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0
[머니투데이 세부(필리핀)
화력발전소가 가질 수 있는 최적의 입지는 어딜까. 석탄 등 원료를 들여올 수 있는 부두와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인접한 곳이 가장 좋다. 그러면서도 지진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반은 안정돼야 하며 원료 하역장을 포함한 발전소 부지 확보를 위해 평평하고 넓은 대지가 꼭 필요하다. 인근으로 전력을 쉽게 송출할 수 있도록 도심과 멀리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한국전력의 필리핀 세부 발전소는 이 같은 장점을 모두 갖춘 부지에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발전소 맞은편에 위치한 노후된 화력 및 디젤발전소 '나가발전소'가 지리(地利)를 더해줬다. 한전은 최근 현지기업 SPC(특수목적법인이 아닌 현지 법인명)와 합자회사를 통해 이 나가발전소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내년부터 이 부지에 발전소를 신축한다. 항구와 냉각수는 함께 사용한다. 최소 투자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조건이다.
세부발전소가 자리한 비사야스 지역은 세부와 보홀 등 5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지역이다. 비사야스 제도에만 2027MW의 전력수요가 있다. 필리핀 전체의 약 12%다.
한전은 필리핀에서 말라야, 일리한, 세부 등 총 3개의 발전소를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 중이다. 말라야 사업은 한전 최초의 해외발전사업이다. 발전소 성능개선을 통해 430MW용량 발전소를 650MW로 향상시켜 운영했다. 2011년 사업이 종료돼 청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발전용량 1200MW에 달하는 일리한 발전소는 현재 정상 가동중이다.
200MW급 유동층 화력발전소인 세부발전소는 머천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종전 한전의 해외사업과 궤를 달리한다. 그간 필리핀에서 진행됐던 사업은 물론 중동지역서 수주한 발전소들 역시 전력 생산만 한전이 담당할 뿐 원자재 도입과 전력판매는 각국 정부에 위임했었다. 그러나 세부발전소는 원료(석탄) 도입은 물론 전력 판매까지 모두 한전이 도맡아 한다. 사업리스크는 클 수 있지만 사업에 따른 이익 역시 극대화할 수 있다.
한전 세부발전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세부에서 정전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2011년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세부지역에서는 정전이 사라졌다. 특히 친환경발전소 조성기술을 대거 도입해 현지 정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필리핀 내 법령 수준을 뛰어넘는 친환경 기술을 접목했다. 석탄 야적장을 실내화 해 비산먼지를 줄였고 석탄이 운반되는 컨베이어벨트까지 지붕을 덮어 분진을 막았다.
한전은 내년 6월까지 나가발전소 신축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가 끝나면 금융재원을 조달하고 전력판매계약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면 2016년 5월에는 발전소 건설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조창용 한전 세부법인장은 "현재 세부발전소와 비슷한 200만MW규모 발전소를 신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