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2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 오일머니가 저(低)유가로 말라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폭락하면서 산유국들이 금융시장에 뿌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고 있어서다. 오일머니는 차이나머니, 선진국 투자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돈줄'이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99센트(1.6%) 내린 59.95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7월이후 처음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는 '오일머니(Petrodollar) 위축 가능성 및 영향' 보고서에서 저유가는 '산유국 재정수지 악화→해외 투자 오일머니 흡수'로 이어져 글로벌 유동성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대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에서 70달러로 내렸을 땐 주요 산유국의 수출수익이 451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산유국 재정수지 손익분기점을 밑돌면서 원유 수출수익을 해외에서 국내로 빨아들이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동 외 산유국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국부펀드에서 이미 자금 일부를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도 지난 10월 국부펀드 인출한도를 올릴 계획을 시사했었다.
아벳 국제금융협회(IIF) 아·중동 담당 이사는 "유가 전성기였던 2012년엔 석유수출기구(OPEC) 국가가 해외 자산에 5000억달러 투자를 했는데 내년 평균 유가가 78달러에서 머문다면 해외 투자금액도 1000억달러 밑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2006년 5000억이상이었던 산유 국 오일머니가 2012년 2480억달러에서 2013 년 600억달러로 줄어든 후 올해는 유가하락, 러시아 사태로 18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 다"면서 "국제유동성 흡수가 일어날 것"이라 고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계 채권·주식·자금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오일머니의 채권시장 투자액을 7조4000억달러(7.4%)로 보고 있다. 이 중 미국 국채시장의 보유액만 5139억달러로 8.5%(외국인 보유액 중)를 차지한다. 톰슨로이터, 씨티은행 등 투자은행(IB)들은 오일머니의 미국 국채 매수 위축으로 채권수익률 상승위험을 잇따라 지적한 바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오일머니 투자액은 4300억달러로 전체 외국인 주식보유액은 8.6% 수준이다. 노르웨이정부연금기금(GPFG)만 해도 해외주식 보유액이 5300억원을 웃돌아 전세계 주식의 1.3%를 쥐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오일머니가 줄면, 실질이자율이 올라 경제펀더멘털이 약한 국가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산유국의 투자액은 11월말 기준 4조1000억원 내외다.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9.6%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6조7000억원(3.8%)으로 가장 많고, 노르웨이 12조3000억원(2.8%), 아랍에미리트 8조9000억원(2.1%), 쿠웨이트 4조원(0.9%) 순이다. 안남기 연구원은 "정도는 제한적이겠지만 오일머니가 위축되면, 투자축소가 미국 선진국에서 일차적으로 일어나고,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 등의 통화완화가 예상되는 만 큼 당장 글로벌 유동성을 떨어트리진 않겠지 만 금융시장에서도 주요 산유국 매수세 약화 여부, 투자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일머니 : 중동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및 관련 상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수출대금을 의미한다. 보통 페트로달러(Petrodollar), 오일달러(Oil Dollar), 석유 판매수입(Oil Revenue) 등의 용어와 혼용해서 쓴다. 광의로는 수출대금 등 수입 전체를 오일머니로 부르기도 하나 통상 해당 국가내 투자 및 재정수요를 충당한 후 해외로 환류되는 자금(Recycling)을 협의의 오일머니로 칭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