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부실채권을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떠넘겨온 주요 시중은행들이 부실기업 투자를 명목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 재기를 위한 성장사다리펀드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부실채권(NPL) 투자업계에서`사다리 걷어차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장사다리펀드는 최대 700억원 규모의 재기지원 2차 펀드 위탁운용사를 오는 22일 최종심사를 거쳐 23일 발표한다. 성장사다리펀드는 벤처생태계 촉진을 위해 정부가 2013년 8월 2조원의 정책자금으로 출범한 펀드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단독·컨소시엄 형태로 참가신청서를 접수한 4곳 중 유암코·오퍼스프라이빗에퀴티 컨소시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체 부실을 떠넘기기 위해 유암코를 설립한 은행들이 대부분 해당 은행들의 채무자일 가능성이 높은 부실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 설립 취지에 벗어난다는 비판이다. 유암코는 2009년 10월 신한 국민 하나 기업 우리 농협 등 6대 시중은행이 각각 15%~17%를 출자해 설립됐다. 사모투자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채권자이자 투자자가 되는 유암코가 이해상충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6개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 채권자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2019년 10월까지 존속되는 한시적 기구인 유암코가 존속기간 8년인 이번 재기지원 펀드에 도전장을 낸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와 시중은행 담당자는 "유암코의 존속기간 연장에 대해 논의된바 없다"고 말했다.
유암코의 부실채권 정리 부진으로 부실채권 정리규모가 신규 부실채권 발생을 밑돌고 있지만 6대 은행이 지난해 유암코로부터 받은 현금배당금은 모두 2002억원(현금배당성향 235.7%)에 달한다.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26조1000억원이다. NPL 업계 관계자는 "은행 부실을 떠넘기기 위해 유암코를 만든 은행들이 부실채권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며 "성장사다리펀드로 후발 투자자들의 `사다리`마저 걷어차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 관계자는 "유암코의 채권기업이 투자기업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면서도 "(유암코의)존속기간 문제를 심사과정에서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