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국내)

해외 부동산 딜 가뭄, 국내 기관 ‘한숨' 올해 들어 실물 거래 1건 그쳐…블라인드펀드 조성 추진

Bonjour Kwon 2015. 7. 1. 12:38

 

 

2015년 06월 26일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 딜 가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 부동산 투자가 쉽지 않자 재간접, 부동산담보대출, 상장 리츠 등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해외 부동산 펀드 신규설정 건수는 1분기 6건, 2분기 11건 등 총 1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설정 건수와 동일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28건이 신규설정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등록제여서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부동산펀드도 포함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거래가 완료돼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부동산 펀드는 17건보다 적다는 얘기다. 더욱이 실물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설정된 펀드 가운데 매도인과 거래가 완료된 부동산 펀드는 단 2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실물 부동산 인수를 위해 설정된 부동산펀드는 삼성SRA사모부동산투자신탁13A,B(독일 보쉬 물류창고), 이지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50(미국 애틀랜타 AT&T빌딩), 이지스프랑스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15(프랑스 파리 오피스), 키움마일스톤유럽사모부동산투자신탁1(독일 뮌헨 오피스) 등 총 5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매도인과 거래가 완료된 부동산펀드는 삼성SRA사모부동산투자신탁13A,B 2건이다. 2건의 펀드도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라 사실상 지금까지 완료된 해외 실물 부동산 거래는 1건으로 봐도 무방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지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50과 이지스프랑스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15는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다. 또 키움마일스톤유럽사모부동산투자신탁1은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독일 뮌헨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 빌딩은 오스트리아 건설사인 스트라백(STRABAG SE)이 소유권을 쥐고 직접 사용 중인 건물이다. 인수자금 104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과학기술인공제회, NH생명 등을 투자자로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각각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이 거래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매도자가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다른 원매자를 찾으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부동산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투자수요가 늘어나자 매도자 우위인 시장이 형성됐다"며 "굳이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팔지 않아도 팔곳이 많기 때문에 협상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딜 소싱 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매도인 측에서도 확실하게 인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원매자에게만 한정적으로 매물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이처럼 극심한 딜 가뭄에 대응해 실물 부동산 위주였던 투자 패턴을 더욱 다양화 했다. 올해 들어 신규 설정된 부동산펀드 가운데 유독 대출과 상장 리츠에 투자하거나 재간접 형태의 펀드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신규 설정된 총 17건의 부동산펀드 중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를 제외하면 총 12건이다. 삼성SRA사모부동산투자신탁14는 파라마운트운용사의 대출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이다. 삼성SRA사모부동산투자신탁10A와 시몬느미국부동산사모투자신탁1은 해외 호텔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가 신규 설정된 펀드의 절반 가량에 달했다.

 

하나UBS글로벌리츠부동산투자신탁과 하나UBS아시안리츠부동산투자신탁, 한화글로벌프라임상업용부동산투자신탁 등은 상장리츠 주식에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물 부동산 물건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담당자들이 다른 형태의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또 글로벌 시장의 부동산 가격 변동성이 점차 커지다 보니 투자 안정성 등을 고려해 메자닌 대출에 투자하는 사례도 잇따랐다"고 전했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1800억원과 700억원을 각각 출자해 총 5000억 원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나머지 자금은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 밖에 코람코자산운용도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대상이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를 집행하는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언제든지 실물 부동산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돼 매도자와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해외 실물 부동산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활로가 열리는 셈이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부동산펀드 투자자들이 실물 이외에도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긴 하지만 포트폴리오상 실물 투자를 외면할 수 없다"며 "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올해 상반기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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