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하이일드 펀드

BBB등급 발행여건 개선은 착시… 투자 '시기상조'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에 해당하려면 BBB이하 채권을 30% 이상 담고 있어야 하는 펀드만찾아!

Bonjour Kwon 2015. 7. 16. 07:35

 

 

2015-07-15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25bp(1bp=0.01%p)씩 총 4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비우량물에 속하는 BBB급 회사채 수급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때문에 BBB등급을 담는 것일 뿐 전반적인 발행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15일 한국은행이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BBB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미매각률이 올해 상반기(1~5월) 중 32.6%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31.8%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양그룹 사태가 있었던 2013년 BBB등급 이하의 미매각률은 상반기 94.9%, 하반기 74.5%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매각률 역시 81.5%로 높았다.

 

◆ BBB 등급 발행 증가 이유는? …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때문

 

실제 올해 BBB등급 공모채 시장 발행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보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5일까지 회사채 발행금액은 5100억원으로 전년동기(710억원)에 비해 718% 급증했다.

 

지난달 신용등급 BBB+인 쌍용양회는 2년물 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은 2.96:1을 기록했다. 이에 쌍용양회는 공모규모를 500억원으로 늘려 발행했다. 신용등급 BBB인 중앙일보 역시 2년 만기 100억원, 3년 만기 200억원 등 총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앞서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총 350억원의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쌍용양회 2년 만기, 중앙일보 2년만기·3년만기 회사채는 각각 표면이율 3.53%, 3.93%, 4.69%에 발행됐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고위험 회사채로 분류되는 BBB급 회사채에 이 정도 수요가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관의 시선이 현재 A등급 회사채보다는 BBB 등급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BBB등급이 다른 투자처보다 금리 메리트도 있지만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에 해당하려면 BBB이하 채권을 30% 이상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상대적으로 고금리 채권이어서 수요 자체가 커지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때문에 적극적으로 담는 일부 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합소득세 대상자가 연내 가입하면 세금혜택을 받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총자산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30% 이상을 BBB+ 비우량채권이나 코넥스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 아직은 A등급까지만… BBB등급 발행여건 여전히 '별로'

 

자료제공=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회사채 거래량 중 A등급 비중은 올해 1분기 21.9%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했던 2013년 이후 최대치이다. 또한 전체 거래량 중 비우량물(A등급 이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0.1%에서 올해 1분기 25.2%까지 커져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상만 연구원은 "작년보다는 투자자들의 투자 눈높이가 A등급까지 낮아지면서 A등급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채권 관계자 역시 "지난 2013~2014년보다는 절대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트리플B등급의 발행여건이 나아졌고 미매각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수요 예측이 좋지 않거나 미매각이 나오면 부담이기 때문에 여력이 안 되는 곳은 아예 발행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BBB등급 중에서도 흥행이 이뤄질만한 곳만 선별돼 시장에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년만에 600억 규모의 일반 회사채 발행을 하려고 했던 두산건설(BBB0)의 경우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었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시장의 흥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두산건설의 경우 아예 공모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