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mland Fund

현대중공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 170㎞ '현대 하롤아그로옥수수 농장.토지 2만㏊를 확보.6년째옥수수경작중.서울 면적1/ 3

Bonjour Kwon 2015. 7. 28. 22:40

[世智園]

 

2015.07.27 17:22

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지난주 러시아 연해주의 광활한 옥수수 밭을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여름휴가를 맞아 관훈클럽 해외 문화유적 답사에 참가한 덕분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지역 발해 성터를 둘러보며 우리 민족의 활동 공간이 좁아진 사실에 아쉬워할 즈음. 이상설 의사 추모비, 최재형 선생(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거주지, 고려인 문화센터 등을 둘러보며 힘없는 민족의 설움도 뼈저리게 느끼던 즈음. 우리가 찾아간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70㎞ 떨어진 '현대 하롤아그로'. 사방이 온통 지평선으로 이뤄진 옥수수 밭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5월 2000번째 선박을 세계 최초로 건조해 인도한 조선회사다. 그런 기업이 연해주에서는 6년째 옥수수·콩 농사를 짓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 면적은 남한의 1.67배에 이른다. 농지로 개간할 수 있는 땅만 남한 면적의 30%에 달한다. 그런데 인구가 고작 200만명에 불과하니 대부분 개간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소련 집단농장이 붕괴되면서 1990년 이후 농지 절반이 황폐화되어 몇 년 전에는 경작지가 남한 면적의 3% 정도로 줄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이 옥수수·콩 농사에 뛰어들었다. 충남 서산농장을 만들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일이다. 제1농장 현대하롤아그로에 이어 2011년 확보한 제2농장 현대 미하일로프카아그로를 포함해 토지 2만㏊를 확보했다.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현대 서산농장 경작지보다 2배 넓고 서울 면적 3분의 1에 해당하는 땅이다.

이들 농장에서 수확한 곡물은 2010년 옥수수 1000t을 국내에 시범적으로 들여왔을 뿐 이런저런 이유로 러시아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농장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에도 10~11월 옥수수·콩 2만3000t을 수확하면 흑자 기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한다.

 

그 옥수수와 콩이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이때에 발해의 숨결이 남아 있고, 독립운동 의지가 불타올랐고, 고려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그 땅에서 우리 기업이 가꾸는 농토가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은 벅차다.

[최경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