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국내)

상점(商店)에 빠진 자산운용사…오피스빌딩 사들여 1~3층 상가로 리모델링 value added.상가 활성화시켜 공실률 낮추고 건물가치 올려.

Bonjour Kwon 2015. 8. 18. 21:38

2015.08.18

 

삼성 서초타운 '먹자골목'이 원조

키움, 마포 빌딩 리모델링

"자산가치 100억 오를 것"

이지스도 투자 빌딩 내 상가 늘려

상점 활성화되면 공실률 낮아져

 

키움자산운용은 요즘 서울 염리동 마포PJT빌딩(옛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사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강당 등이 있던 지하 1층~지상 1층을 상점가로 꾸미기 위해서다. 지난 3월 1911억원에 사들인 건물(지상 17층)로, 부동산컨설팅업체 JLL이 MD(상가 구성)컨설팅을 맡았다. 김낙균 JLL 리테일·마케팅부문 이사는 “성공하면 건물가치가 100억원가량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들이 입지가 좋은 오피스빌딩을 사들여 상가비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빌딩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상점가가 활성화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빌딩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5월 매입한 동여의도빌딩의 지상 1~3층을 모두 상업시설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여의도빌딩 바로 앞에 있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사무실 임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인근 상권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자산가치가 3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인베스코 역시 최근 삼성생명으로부터 매입한 동교동 빌딩 상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록 무산됐지만 대형 리테일회사와 손잡고 나선 사례도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서울 명동에 있는 SK네트웍스 사옥을 매입해 저층부를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GS리테일과 연계해 상업시설(리테일)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SK네트웍스가 매각을 중단해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오피스빌딩 상가 비중을 늘리려는 첫 시도였다”며 “명동상권이 튼튼하기 때문에 성공했다면 자산가치가 크게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운용사가 상가 비율을 늘리는 이유다. 사무실만으로 빌딩을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사무실은 빌딩의 고층부를, 상가는 저층부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한다. 임대수익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오피스는 임대계약을 할 때 확정한 임대료를 지급하지만 상가는 매출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진다. MD가 잘 갖춰져 상권만 활성화되면 높은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중소형 빌딩에서부터 시작해 대형 오피스빌딩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타운 뒤편에 있는 개인 소유의 중소형 빌딩은 저층부를 상가로 바꾸고 나머지를 오피스로 운용하면서 높은 값에 팔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빌딩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성공사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며 “다만 좋은 입지와 적정 수준 임대료, 제대로 된 상가 구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