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e.LNG.SNG가스, 유전

한국전력·포스코 시동.에너지 시장의 새 金脈 `석탄가스화 사업` 저품질 석탄서 청정연료 뽑아내…북한산 갈탄 활용시 국내 82년치 가스 생산

Bonjour Kwon 2015. 9. 14. 09:12

 

 

2015.09.14

 

뛰는 중국, 기는 한국…정부 관심·지원 절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 위치한 포스코그린가스텍 SNG 공장 전경. 현재 설비 99%가 완성돼 시운전을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포스코그린가스텍]

#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반텐(자바 서부) 지역에서 총 8조원 규모 석탄가스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중 수마트라 석탄가스화 사업은 이르면 이달 중 인도네시아 에너지 공기업과 공동사업개발협약(JDA)을 체결하고 타당성 검토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질 낮은 석탄에서 연간 300만t의 가스가 생산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가스 수요를 내다보지 못하고 절반 이상의 물량을 외국에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가스가 부족한 상태다.

 

# 포스코는 내년부터 광양에서 연간 50만t 규모 합성천연가스(SNG)를 생산한다. 포스코의 국내 최초 석탄가스화 양산시설은 99% 완성된 상태로 현재 시운전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쇳물 주성분인 석탄을 추가로 사들여 여기서 가스를 뽑아 자체 에너지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외부에 내다 팔 계획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은 광양 SNG 프로젝트를 향후 20년간 안정적 수익을 안겨줄 주요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있다.

 

질 낮은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성분인 SNG를 뽑아내는 석탄가스화 사업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를 유전의 부산물 정도로 여기던 시절에는 석탄에 열과 화학작용을 가해 굳이 가스를 뽑아낼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청정연료로서 가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질 낮은 석탄을 가스로 변환시키는 석탄가스화 사업은 '현대판 연금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석탄가스화 사업이 힘을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일정 부분 감축해야 하는 'POST 2020' 시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국내 25.7%, 국외 11.3%)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한 상태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데 LNG 원료는 5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자력 10g에 비할 수는 없지만 석유(782g)와 석탄(991g)보다는 확실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SNG는 석탄을 가스로 변환하는 화학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더 쉽게 포집할 수 있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60% 이상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석탄가스화 프로젝트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려면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CCS(carbon capture & storage) 설비가 필요하다. 한국은 동해안 울릉분지와 제주 남쪽 해상 등을 대상지로 선정해 실증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 3200만t 저장설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재은 한국전력 실장은 "지금 석탄가스화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실제 설비 가동까지 5~6년이 소요되고, CCS 인프라를 갖추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 세계가 2020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SNG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탄가스화 사업은 에너지 안보와 미래 신사업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나지 않지만 석탄은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다. 북한까지 시야를 넓히면 160억t의 갈탄을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에 매장된 풍부한 저열량탄을 가지고 한국을 가스 산유국으로 만들 수 있는 열쇠가 SNG 기술이라는 얘기다.

 

한국전력은 북한에서 생산한 160억t의 갈탄을 석탄가스화 사업에 투입할 경우 총 36억1100만t의 SNG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82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에너지원을 사오는 데 들어가는 국부 유출을 연간 41조원씩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도 석탄가스화 사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고리원전 폐쇄 이후 셧다운된 노후 원전을 다시 돌리기 어려운 추세고, 원전을 추가로 지을 지역을 확보하는 일도 한계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공해 발생 혐오시설로 낙인찍혔다. 결국 SNG 복합발전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이 석탄가스화 설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여기서 '제2의 UAE 원전' 같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한전은 2011년 7월 독일 티센크룹우데로부터 석탄가스화 원천기술을 도입해 계열사 켑코우데를 설립했다. 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 분야 세계 1위 수준인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석탄가스화 설비의 설계·시공·운영 기술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 석탄가스화 공장은 여기서 생산된 SNG를 발전소, 공장, 가정 등으로 실어나르는 파이프라인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하다. 저개발국에서는 가스 길과 전기 길을 따라 도로와 통신망이 함께 깔리는 경우가 많아 매머드급 수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종합적인 석탄가스화 사업 성장과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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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9.13 17

 

올해 500만t, 내년 1000만t, 2020년 2200만t, 2030년 6400만t.

 

중국이 향후 15년간 석탄가스화 사업을 통해 생산할 합성천연가스(SNG) 목표치다. 한국이 한 해 쓰는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이 4000만t 수준인 걸 감안하면 중국이 얼마나 야심차게 석탄가스화 사업을 키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내륙지역에 묻혀 있는 저열량탄을 가스와 전기로 만들어 전국 곳곳에 공급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석탄가스화 사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포스코그린가스텍이 광양제철소에서 연간 50만t 규모 SNG를 생산하는 게 유일하다. 한국 석탄가스화 사업의 중장기적 필요성을 부정하는 의견은 많지 않다. 다만 중단기적 수익성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다.

 

석탄가스화 사업 투자를 검토 중인 한 투자은행(IB)은 국내 57만t 규모 SNG플랜트를 건설할 경우 20여 년간 연 세후수익률(IRR)을 10% 정도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글로벌 가스가격 상승이나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북한 갈탄 수입효과 등을 감안하면 이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나 에너지업계에선 최근 뚝 떨어진 LNG 가격을 내보이며 의문을 제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원유와 가스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서 석탄가스화 사업이 수익성을 가질지 미지수"라며 "SNG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에너지원 가격 전망과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가스화 사업을 한국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면 정부 중심의 종합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젝트 특성상 기존 석유회사와 가스회사, 석탄회사 모두 SNG를 강력한 경쟁 상대로 보면서 밀어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 <용어 설명>

 

▷ 합성천연가스(SNG) :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합성가스(H2 + CO)를 만들고, 정제와 메탄화 과정을 거쳐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사하게 만든 청정연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