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7
운용 자산 규모만 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공단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사무소를 개설하고 아시아 지역 해외·대체투자에 본격 나선다. 저금리·저성장이 고착되는 투자 환경에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할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채권, 인프라스트럭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은 17일 오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비롯한 국내외 인사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국민연금이 해외에 사무소를 연 것은 미국 뉴욕(2011년), 영국 런던(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최 이사장은 "싱가포르 사무소는 아시아 호주 및 신흥시장 대체투자 등 다양한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미주·유럽에 이어 아시아 투자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전 세계를 아우르는 투자 네트워크와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협력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싱가포르 사무소는 3명의 운용역이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한 대체투자에 나선다.
이날 문을 연 싱가포르 사무소는 당장 아시아 시장의 최신 투자 정보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신흥시장 투자 경험이 축적된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현지 글로벌 연기금과 접촉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앞서 뉴욕과 런던에 현지 사무소를 열고 북미와 유럽 선진 시장 투자망을 형성한 국민연금은 싱가포르 사무소를 발판 삼아 신흥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홍완선 CIO는 "국민연금은 이번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로 세계 4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기금자산운용(APG)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들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아시아 사무소는 절실했다. 아시아 지역 자산 투자 규모가 단기간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2년 3조6000억원이었던 국민연금의 아시아·호주 투자 총액은 작년 15조원까지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2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 주식 투자 금액도 2012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9000억원으로 2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언급했듯 향후 10년간 8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무궁무진한 투자 수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아시아 사무소로 낙점한 싱가포르는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경제발전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허브가 됐다. 대안으로 검토됐던 홍콩과 상하이는 '중국 정부 통제'라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싱가포르는 이런 위험이 적다. 무엇보다 동남아와 호주에 가깝고 향후 투자 대상이 될 인도·중동 등 신흥국가 부동산 시장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싱가포르는 매력적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비중을 작년 말 102조6000억원(21.9%)에서 내년 131조1000억원(23.1%)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전체 자산 중 30%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헤지펀드·원자재·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도 지난해 46조7000억원(전체 자산 대비 9.9%)에서 내년 65조3000억원(1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투자는 국민연금에 최근 5년(2010~2014년)간 연평균 8.29%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사한 '효자 상품'이다. 지난해 전체 자산 수익률이 5.25%였지만 해외 및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10%를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싱가포르 사무소는 자산 가치가 수년 내 상승할 것이 유력한 자산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가 호텔 공항 랜드마크 빌딩 등 대부분 부동산 자산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인프라스트럭처나 헤지펀드 원자재 천연자원 등으로 자산군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홍완선 CIO는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철도 항만 발전소 등 아시아 인프라 투자를 늘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겠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 박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