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 30일
인수합병(M&A) 호황이 3분기에도 이어졌다. 기업 경영진들이 유기적 성장보다 M&A를 통한 성장에 치중하면서 비료업체와 제네릭의약품제조업체, 항공기부품업체, 케이블중계업체 등 M&A 호황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3분기 어나운스된 M&A 총 가치는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2분기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두 분기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서기는 15년 만에 처음이다. 헬스케어와 에너지가 거래를 주도하는 가운데 모든 업종에 고르게 M&A 바람이 불면서 어떤 업종도 전체 가치의 15% 이상을 차지하지 않았다.
이번 분기 M&A 호황은 지난 2년간 계속된 M&A 활동 증가의 연장선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기적 매출 성장이 부진한 탓에 많은 기업들이 추가 자본 투자를 꺼리는 반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M&A로 눈을 돌린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낮은 부채 비용과 주가 상승 덕분에 M&A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3분기 대표적인 거래로는 버크셔헤서웨이의 항공기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가 꼽힌다. 거래 가치는 325억 달러로 워런 버핏이 주도한 M&A로서는 최대 규모다. 한편 에이스그룹은 미국 처브(Chubb) 손해보험부문을 283억 달러에 인수, 업계 사상 최대 규모 M&A를 기록했다. FT에 따르면 두 거래는 모두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M&A 거래의 긴박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서 버크셔헤서웨이와 에이스가 안수 합의에 도달하는 데는 수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긴박함이 이어지면서 올해 글로벌 M&A 가치는 역대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어나운스된 M&A 가치는 3조 170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매출 증대를 이뤄내야 할 필요성과 빈사상태에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정상적인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연간 M&A 가치가 2007년 인수합병 호황기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의 아누 아이옌가(Anu Aiyengar) 북미 M&A 대표는 "북미지역 전체 딜 가치가 2007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파이낸싱을 어렵게 해 일부 거래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아시아가 M&A 호황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올해 두 지역의 M&A 거래 규모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북미의 경우 1조 5000억 달러 규모 M&A가 발표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의 경우 58% 증가한 77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6710억 달러로 6% 증가를 보였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M&A 시장을 특징지어온 '크로스보더딜'과 '메가딜'은 3분기에도 이어졌다. 3분기 크로스보더딜은 총 4280억 달러로 전체 42%를 점했다. 법인세율이 더 낮은 국가로 세율 기반을 이전시키려는 세금도치 목적의 크로스보더딜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는 최근 네덜란드 OCI를 인수, 본사를 미국에서 영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CF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출 수 있다.
한편 거래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는 메가딜은 올해 들어 발표된 M&A의 47%에 달한다. 이번 달 세계 1, 2위 맥주업체 AB인베스가 사브밀러와의 합병 가능성을 전해왔고 미국 케이블TV업체 케이블비전은 유럽 거대 통신사 알티스에 177억 달러에 매각됐다. 도이치은행의 폴 스테파닉(Paul Stefanick) 글로벌 IB 대표는 "메가딜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거래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지 않는 M&A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M&A 호황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저명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저금리 환경에서 대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M&A에 뛰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정크본드 발행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과 인수 기업의 주가가 M&A 발표 이후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도 대규모 M&A 호황에 먹구름을 더하는 부분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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