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보험사 무한경쟁…낮은 보험료에 고객입맛 맞춘 상품 쏟아진다
최초입력 2015.10.02
◆ 22년만에 보험업 大 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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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1000원, 21만5000원, 22만3600원. 현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서 각각 내놓은 40세 남자가 사망보험금 1억원, 20년 월납 기준으로 내는 종신보험료다. 보험료가 고작 1만6000원 차이에 불과하다. 보험료에 대한 당국 규제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보험사별로 대동소이한 상품별 보험료와 환급금이 앞으로는 훨씬 다양해질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에 대한 규제를 없애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보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마저도 막았다. 예컨대 현재 일반상해보험은 장해등급별로 1등급이 차이 나면 보험금은 2배 이내로 지급하도록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A씨가 장해등급 1등급일 때는 보험금 1000만원을 지급받고, 장해등급 2등급일 때는 보험금 300만원을 지급받는 상품 가입을 원해도 현행 규제하에서는 이러한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규정상 장해 2등급이면 무조건 보험금 500만원을 지급받는 쪽으로밖에 설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당국 묵인에서 비롯된 `담합` 수준인 천편일률적 보험상품 가격은 다른 업종이나 다른 국가에서 유사 사례가 없는 한국 보험업계 특유의 악습으로 지적돼왔다. 위험률 조정한도와 할증한도, 표준이율, 공시이율이라는 이름으로 된 규제가 이 같은 보험료 경쟁 회피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금융위는 이 같은 보험료 규제 장치를 2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위험률 규제를 완화하고 이자율 규제는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이다.
특히 표준이율이 사라지면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별로 예상 수익률에 따라 10만~20만원대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상품 경쟁력과 보장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설계와 자산운용 능력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는 보험회사들은 경쟁 격화에 따라 오히려 금융소비자 보험료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이 단기적인 수익만 보고 보험료를 과도하게 낮게 책정하게 되면 중소형 보험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험업계 일각에서 염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더 이상은 경쟁 없는 보험업계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10년가량 순위 변동이 없는 보험업계 역동성 부족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만한 글로벌 보험회사를 키워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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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33%) 한화생명(17%) 교보생명(16%)으로 이어졌던 2005년 생명보험업계 시장점유율 순위는 10년이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도 그대로(삼성 28%, 한화 14%, 교보 12%)다. 손해보험업계도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라는 순위가 대학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처럼 바뀔 줄 모른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 금융개혁회의를 거쳐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임 위원장은 정부가 구상해온 방안을 일부 공개했다. 먼저 신고제라는 탈을 쓰고 사실상 인가제도로 운영돼온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는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보험사 상품 개발을 놓고 당국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천편일률적인 보험상품 출시로 이어지는 온상이었던 표준약관제도는 소비자에 미칠 파장이 큰 실손·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생명·손해·질병·상해 등 8개 표준약관은 2017년까지, 나머지는 2018년까지 각각 없어진다. 이로써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맞춤형 상품 출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상품에 붙어 있는 복잡다단한 규제를 없애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규제 완화로 인한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한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상품 변경 권고와 더불어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험상품·가격 경쟁 현실화를 위해 보험료 비교·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기존에 산출해온 가격비교 정보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면 개방하고, 이미 발표된 대로 11월 중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 출범한다. 보험사에 대한 자산운용규제는 사전·직접 통제에서 사후·간접 감독 방식으로 바뀐다. 자산운용 행위를 통제하는 각종 한도 규제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 <용어 설명>
▷ 위험률 : 과거에 일어난 보험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고 확률을 예측해 보험료 산정 기준으로 삼는 수치.
▷ 표준이율 : 금융당국이 매년 한 차례 발표하는 보험상품 기준 이율. 생보사가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산 중 일부를 보험사 자체 별도 계정에 쌓아두는 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암환자도 보험 쉽게 가입한다
2015.10.02
◆ 22년만에 보험업 大 개혁 ◆
암에 걸린 경험이 있거나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았던 사람들도 손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금까지는 보험료를 더 내고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해당 상품이 없어 보험에 들 수 없었다.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우려해 상품 개발 자체를 규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이런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기존 보험산업 규제의 틀을 바꾼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임 위원장은 "보험사들이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높이고 보험 상품 가격 통제 장치도 정비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1993년 12월 '보험 상품 가격 자유화 계획'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보험 규제 대개혁이다.
금융위는 사실상 인가 제도로 운영되는 보험 상품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해만 해도 1525건에 달했던 사전신고를 70% 이상 줄일 계획이다. 예외적인 경우만 사전신고를 받기로 했다. 보험사의 상품 개발을 당국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자율적인 경쟁을 통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보험 가입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될 전망이다.
그동안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표준약관제도는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미칠 파장이 큰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생명·손해·질병·상해 등 8개 표준약관은 2017년까지, 나머지는 2018년까지 원칙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보험료 산정 때 근간이 되는 위험률 규제를 완화하고 이자율 규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에 금융위는 사후적인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할 경우 상품 변경 권고뿐 아니라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손쉽게 보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보험료 비교나 공시를 강화했다. 오는 11월에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출범시키고 생·손보협회가 산출하는 가격비교 정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송성훈 기자]
보험 규제개혁 배경…틀에 박힌 규제에 직원도 이해못할 상품 남발
최초입력 2015.10.02 0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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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놔두면 보험사도 소비자도 모두 손해
◆ 22년만에 보험업 大 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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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 관리를 전공한 A교수는 지난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B사 변액유니버설 보험을 최근 해지했다. 하지만 보험금이 납입액 대비 반 토막에 불과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보험사에 운용 내용과 계산한 자료를 달라고 문의했다. 이에 보험 설계사는 A교수가 문의한 내용과 상관없는 두꺼운 문서를 잔뜩 내놨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A교수 질문에 설계사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A교수는 보험사 직원에게도 문의했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보험사 직원과 설계사조차 보험료와 보험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국내 보험산업 `민낯`이다.
정부가 이번에 보험 상품 관련 복잡한 가격 규제를 대폭 잘라내겠다며 칼을 빼든 배경에는 이처럼 불투명한 보험 영업 관행을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보험사가 보험 상품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비교 공시를 강화해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이 다양한 가격과 상품·서비스로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얘기한 것도 이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가격 규제 때문에 보험 상품 고유 위험률이나 운용 수익률이 아니라 판매 채널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보험 가격을 결정하는 기형적 구조가 자리 잡았다"며 "보험사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해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산업은 2000년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지속해 현재 자산 규모 862조원,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2000만명, 실손보험 가입자가 3000만명에 달해 바야흐로 `국민 보험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신뢰도는 바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융회사에 들어온 민원 중에서 보험 관련 민원이 2만2892건(63.4%)으로 가장 많았다. 다른 업권이 전년 동기 대비 민원 건수가 감소한 데 비해 보험업권만 나 홀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른 한편으로 고액 보험금을 노린 배우자나 친족 살인, 방화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횡행하고, 과잉 진료로 보험금을 타내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팽배하는 등 보험사기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초저금리에 역마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20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4가 도입되면 자본 부족이 심각해져 일부 보험사들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염려도 나온다.
임 위원장도 "보험사들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고 규제 완화를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험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국제보험그룹(IAIG) 충족 보험사가 한국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총자산 500억달러와 수입보험료 100억달러, 진출 국가 3개국 이상, 그리고 국외 영업비중 1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한국에는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보험사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