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정책.TAX,제도,법규

양극화 부추기는 '미친 집세'뉴스테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중장기 대책.전월세로 환산이자율 5% 이하로 낮추어도,급상승 전세문제 해결안돼

Bonjour Kwon 2015. 10. 7. 06:38

2015.10.07 03:00

 

김홍수 경제부 차장 조선.

'미친 전·월세' 탓에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기자도 피해자 중 하나다. 두 달 전 '월세족'으로 바뀐 뒤 소득의 4분의 1가량을 집세로 내고 있다. 살림살이가 확실히 팍팍해졌다. 전셋값 폭등이 왜 내수 위축을 유발하는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뉴스테이'로 대표되는 임대주택을 늘리고, 월세 전환율을 더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안이한 해법이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중장기 대책이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월세 전환율 낮추기도 마찬가지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이자율을 연 6% 수준에서 5% 이하로 낮춘다 해도 1~2년 새 워낙 전셋값이 폭등해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된다.

 

최근 하나은행이 발표한 '2015년 대한민국 부자 보고서'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의 70% 이상이 보유 부동산을 월세나 반(半)전세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부동산 경기를 어둡게 보면서도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작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왜 그럴까. 제로(0) 금리 시대에 주택 임대 소득만큼 짭짤한 수입원도 없기 때문이다. 그 근저에는 불합리한 세금 제도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1주택 소유자(9억원 이하)는 월세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집주인들은 주택 보유 수와 상관없이 연간 임대료 수입이 2000만원 이하이면 내년 말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 이런 조세제도는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대(地代)를 매개로 세입자의 소득을 집주인한테 이전해 소득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 세입자의 주축은 20·30대 청년층이고 대다수 집주인은 50·60대라는 점에서 세대 갈등을 증폭시킨다.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의 세제(稅制)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대개 주택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임대 소득에 대해 예외 없이 최고 40~45% 세율로 과세한다. 영국은 주택 한 채 보유자에 대해서도 연간 임대 소득 4250파운드(약 760만원) 이하일 때에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영국의 1인당 GDP(4만4000달러)는 한국의 1.6배인데 면세 혜택은 한국(2000만원)이 훨씬 후하다. 프랑스에선 공공 기관이 권장 임대료 수준을 설정하고 임대료를 이보다 비싸게 받으면 집주인이 세금을 더 내게 한다. 예컨대 집주인이 권고 수준보다 15% 비싸게 받으면 세율 10%를 적용하지만, 임대료를 권고치 2배로 받으면 임대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징수한다. 이렇게 징수한 세금은 저소득층 주거 지원에 활용한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모든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해 예외 없이 누진 과세를 한다면 월세를 올릴 유인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임대 소득이 100% 노출되고 누진 과세할 경우 건강보험료 등 다른 비용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집주인이 맘 놓고 집세를 올리기 어려워진다.

 

사실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할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2014년 2월 이후 국세청이 국토부에서 전·월세 가격 정보가 담긴 임차 주택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 확대를 위해 각종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는 정부가 이런 카드는 왜 묵히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