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맨해튼 마천루를 찌를듯… 부동산값 치솟는 'K타운'

Bonjour Kwon 2015. 10. 14. 09:12

입력 : 2015.10.14 


-한인상가들 밀집한 32번가… 韓流파워에 황금상권 변신
설렁탕 감미옥 月임대료 4000달러→6만달러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게 옮겨
은행·화장품·찜질방까지… 외국인 단골 늘면서 불야성 "K타운 잠재력에 투자 몰려"

지난 1월 미국 뉴욕 맨해튼 'K타운'(한인 상가)의 터줏대감 격인 설렁탕 전문점 '감미옥'이 문을 닫은 건 교민사회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1990년 개업한 후 25년 동안 줄곧 성업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감미옥이 원래 자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건물 2층에 다시 문을 열면서 폐업 이유가 알려졌다. 최형기 감미옥 대표는 "1990년 월 4000달러였던 월세가 올 초 6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월세가 너무 부담돼 원래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2층으로 옮겨 재개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K타운은 이제 한국 가게가 몰려 있는 '한국 거리'가 아니라 명실공히 맨해튼 대표 상권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K타운에서 거래된 부동산 가격 변화
K타운은 맨해튼 미드타운 32번가의 5·6번 애비뉴 사이 한국 점포들이 밀집된 곳을 말한다. 1979년 인근 브로드웨이 잡화 도매상에서 일하던 한인들을 위해 '뉴욕곰탕'이 처음 들어선 이후 불고기·설렁탕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작은 수공업 공장들이 밀집된 자리에 한국 제과점, 화장품·옷 가게, 수퍼마켓, 서점, 휴대폰 전문점, 은행, 찜질방까지 들어서 '한국 종합 상권'으로 변신했다. 최근 최신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도 속속 들어섰지만, 거리 전체 분위기는 허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점포세는 주변의 밝고 세련된 지역 점포세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K타운 북쪽으로 10블록 정도 떨어진 브라이언트공원(Bryant Park) 인근 지역에 모여 있는 일식 레스토랑들은 K타운 점포세의 반의반도 안 된다.

매매 거래도 활발해 K타운 부동산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고 있다. 뉴욕 부동산 전문 사이트인 코스타(CoStar.com), 프로퍼티샤크(PropertyShark.com)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 시티은행이 입점해 있는 32가 웨스트 22~26번지 17층짜리 건물이 5500만달러(약 632억원)에 팔렸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업 공간이 10% 남짓한 건물이 받기 힘든 놀라운 가격"이라고 했다. 2013년 6월 팔린 웨스트 37번지 작은 건물은 1400만달러(약 160억원)에 거래돼 2004년보다 9년 만에 154% 올랐다. 브로드웨이 1250번지 건물은 1999~2008년까지 9년 만에 무려 545% 상승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맨해튼 부동산 평균 가격이 100% 남짓 오른 것과 비교하면 K타운 부동산 가격의 폭발적 상승세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자리한 K타운.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자리한 K타운. 허름해 보이는 거리 모습만 보면 고급 상가지역 같지 않지만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맨해튼 최고 수준이다.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 등이 몰려 있어 뉴욕을 찾는 한국인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다. /김덕한 기자
K타운 부동산 붐의 원인은 워낙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맨해튼에는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거센 소나기가 쏟아졌지만 '불금'을 K타운 한식당에서 보내려는 현지인들이 줄을 선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한식당 '더큰집'의 박혜화 대표는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단골이 크게 늘었고, 이제는 외국인 손님이 한인 손님보다 더 많다"고 했다.

'그곳으로 모여야 한다'는 한국인 특유의 놀라운 집중 성향이 비좁은 32번가를 맨해튼 대표 상권으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PD프로퍼티즈의 토니박 대표는 "고객 집중도가 높은 K타운의 큰 잠재력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