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고령화 시대] '빈곤율' 높은 한국, 제조.내수소비업종 도소매시설 위축. 고령인구가 새로운 소비주체. 금융업 .보건.레저업 주목

Bonjour Kwon 2015. 10. 22. 07:40

2015.10.22

고령화시대는 조만간 우리나라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고령화는 우리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산업의 판도에도 다양한 변화를 촉발한다. 그 영향력 또한 고령화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이는 인간의 생애주기상 40대를 전후해 소비가 정점을 이룬 후 50세를 지나면서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곧 사회 전반의 소비 감소와 성향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가 주력일 때 번성했던 제조업과 내수소비업종은 점차 위축되는 추세다.

 

고령화라는 커다란 위기는 예측이 가능한 만큼 대안을 마련한다면 기업들은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질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에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 전문가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전략을 들어봤다.

 

◆뜨는 산업, 금융·보건·레저

 

미국경제는 핵심생산인구(35~54세)가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연평균 4.1% 성장했다. 이 기간 금융(펀드 7.8%, 증권·보험 5.2%), 운송(철도 4.7%, 항공 2.3%, 수상 7.0%), 교육(6.8%), 보건(헬스케어 6.2%, 병원·간병 6.0%)산업이 평균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은 고령사회에 들어간 1972년 이후에도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독일경제는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20여년 이상 연평균 2.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을 웃돈 산업은 정보통신(4.0%)과 부동산(4.0%), 교육·건강(3.3%)산업 등이다.

 

이를 종합하면 산업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산업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동시에 증가한 산업군으로는 크게 금융과 보건, 레저 관련 산업들로 압축된다. 이들 산업은 공통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일반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는 선진국들과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겠지만 그 부침의 시기와 정도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금과 보험 등 세부업종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제력을 갖추고 노후생활의 질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계층이 증가하면 이들의 수요에 맞춘 주택 관련 산업도 성장할 전망이다. 또 고령 인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름에 따라 의료보건산업, 의료기기산업 등 보건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원은 "보건산업 내에서도 치료와 수술 중심의 의료행위가 아닌 고령자들의 요양과 간병 관련 산업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고령화시대에는 질병의 치료가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1일 고령친화산업(의약품·식품·화장품·의료기기·생활용품·금융·요양·주거·여가 등 9개 업종)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버산업 진출 동향을 조사한 결과 ‘실버산업에 진출했다’는 기업이 11.0%에 불과한 점이다.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도 24.4%에 그쳤고 64.6%는 '앞으로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실버산업 진출을 주저하는 이유로 '노하우 및 정보부족'(47.7%)과 '체계적 육성정책 미비'(30.8%)를 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정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오는 2060년 세계 2위의 고령국가 진입을 앞둔 우리로서는 실버산업 발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고령친화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관련 기업도 체계적으로 육성해 국제시장선점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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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사진=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지는 산업, 제조·도소매업·건설

 

제조업과 도소매업, 건설, 유틸리티 등 과거 성장세를 주도했던 전통적인 산업군은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산업이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의 성장세 역시 산업규모의 절대적인 성장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산업별 비중을 보면 1980년 전체산업에서 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제조업의 경우 산업 자체가 역성장세를 기록하면서 2009년에는 비중이 18%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제조업이 고령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이라는 방증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성장잠재력 하락에는 고령화 영향도 있지만 독일과 비교하면 자본과 생산성 악화도 문제로 작용했다"며 "스웨덴은 노동시장 개혁과 서비스업 투자 등으로 생산성과 자본성장 기여도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실업청년층과 생산가능 노인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원천기술 확보·신기술 개발·신사업 육성 등 전반적 혁신역량을 키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한국도 서비스산업을 확대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로 고령인구비율이 높은 스웨덴은 1994~2010년 다른 선진국과 달리 약 5%의 비교적 고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제조업종이 동반 신장세를 나타냈다.

 

조윤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기술혁신에 대해 역설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식기반자본이 기업성장의 핵심요소로 떠올랐다"며 "기존 제조업 중심의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제조업+서비스' 중심으로 적극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기술, 원천기술, 표준특허 등을 중심으로 한 최강의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갖춰 R&D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 IT산업과 같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특허분쟁과 통상마찰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R&D 기획단계부터 특허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