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부동산외)신상품,특자,해외등

담벼락에 100조원, .ELS. ETN. ELT.DLS 등.난해한상품 개인들에게 49%나팔아.뭔지 알고나 투자했을까?이런상품 개인에게 파는나라는 한국 홍콩정도

Bonjour Kwon 2015. 11. 9. 18:44

[매경포럼]

기사입력 2015.11.09

돈은 수익을 좇아 어디든 간다. 국경도 넘나드는데 은행·증권을 옮겨다니는 정도야 예사다. 그러다가 은행과 증권회사 담벼락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돈이 100조원에 가깝다.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증권(ETN) 주가연계증권신탁(ELT)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03년 처음 판매된 이 상품들은 2010년 말까지 발행 잔액이 20조원이었다. 올해 9월에는 96조원으로 불어났으니 최근 5년 동안 5배 늘어난 대박이다. 이들 상품은 주식·주가지수·원자재 등의 가격이 예상대로 움직이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보너스 수익'을 준다. 물론 그 반대인 때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수익률 대박'이 100조원에 마구 쏟아졌을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7년 동안 상환된 ELS 수익률을 따져보니 평균 3.1%다. 그 기간 중 은행 예금에 맡겼을 때 평균 금리 3.5%보다 오히려 낮았다. 지난해 ELS 상환액 중 6.5%는 원금 손실까지 발생했다.

 

공룡처럼 불어난 100조원이 금융시장을 들쑤셔놓지만 않아도 다행인데 어디 그리 얌전하겠는가. 파생결합증권 중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금액이 36조원이다. 정작 H지수 하루 평균 미결제 약정 금액은 홍콩 선물시장에서 23조원 정도다. 꼬리가 비대해져 몸통을 뒤흔드는 기괴한 모양새다. H지수가 언제 어떻게 왜곡되더라도 놀랍지 않다.

 

이런 '100조원 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 난해한 상품들은 증권회사만 발행할 수 있는데 은행들이 판매대행에 나서면서 49%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이런 파생결합증권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곳은 홍콩과 한국 정도다. 도대체 뭔지나 알고 이 상품들에 투자했을까. 은행에서 DLS에 투자한 사람 45%는 투자 성향과 상품 종류가 일치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상품 특성도 모르고 투자했다는 얘기다.

 

이제 은행과 증권 담벼락에 100조원이 걸쳐져 있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까닭을 따져보자. 이 상품들은 은행 예금과 같은 보호도, 증권회사 펀드와 같은 보호도 받지 못한다. 예금 가입자는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험법에 따라 원리금을 돌려받는다. ELS·ETN 등 파생결합상품은 그런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주식형 펀드의 자산은 현재 76조원에 이르는데 증권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그대로 남는다. 고객 몫인 펀드 자산은 증권회사 재산과 별도 계좌로 구분해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외환위기 때 고려증권·동서증권이 파산했어도 펀드 고객의 충격은 작았다. 그런데 ELS·ETN 등 파생결합상품은 사정이 다르다. 증권회사가 파산했을 때 원금이나 투자수익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는 파생결합상품 자산도 별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몇 달 전 조사해 보니 A증권회사는 ELS·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자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1400억원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회사가 파산하면 ELS·ELB 투자자들은 그만큼 돈을 날리게 된다는 뜻이다. 은행·증권회사 어디서나 판매하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원리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파생결합증권이 안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금융당국이다. 세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이 '100조원 베팅'이 어떤 부작용으로 이어질지 몰라 전전긍긍이다. 몸통보다 커져버린 꼬리를 줄이기 위해 홍콩 H지수 기초 파생상품을 축소하도록 증권회사들을 다그치고 있다. 파생결합상품 자산을 펀드처럼 특별 계정에 구분·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항상 이런 식으로 쫓아다니면서 소비자를 보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소비자 스스로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 베팅을 멈춰야 할 때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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