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실망만 느는 첫 '한국인 행장'
기사입력 2015.12.10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이 내년 1월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 행장은 올해 1월8일 추락하는 SC은행의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결사로 발탁, SC은행장 겸 SC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SC은행 노동조합은 그의 취임을 환영했고 임직원들도 적잖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역대 SC은행장 가운데 첫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한 지 만 11개월이 지난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아쉽게도 실망이 큰 분위기다. 최고경영자(CEO) 능력의 가장 큰 지표가 되는 실적이 줄고 최근 11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해서다.
/사진제공=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SC은행은 올해 3분기 35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이 기간 SC금융지주는 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수익성도 떨어졌다. 2013년 2분기 3077억원이던 이자순이익은 올해 2분기 2459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이 줄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SC은행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낮췄다.
박 행장은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그는 취임 당시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면서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이로써 SC은행은 1000여명 규모의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박 행장이 이끄는 SC은행호가 험난한 파도에 휘청이는 모양새다.
◆‘뒷걸음질’ SC, 지주체제 버리다
SC은행의 규모도 축소됐다. 지난 1일 SC금융지주와 은행이 통합했다. 통합은 SC은행이 지주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SC금융지주는 2009년 6월 외국계은행 최초로 설립된 금융지주회사다.
당시 은행을 비롯해 캐피탈, 상호저축은행 등 3개 자회사와 펀드서비스·증권 등 2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SC펀드서비스가 은행에 합병되고 올해 초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매각됐다.
저금리·저성장에 따른 금융시장 악화와 한국금융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지주회사체제에 실패한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각설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금융권에선 SC은행이 DGB금융지주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이와 관련 SC은행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은행에 불어닥친 한파를 막기 위해 한국인 행장을 CEO로 선임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험난한 금융환경을 극복할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씨티은행보다 못해… ‘차별화’ 전무
물론 위기가 박종복 행장에게만 온 것은 아니다. 같은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도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실적과 건전성부문에서 SC은행을 앞도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차별화 전략이 없다는 게 SC은행의 단점으로 꼽힌다.
씨티은행의 경우 부유층 자산관리(WM) 틈새시장을 공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씨티은행은 1980년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WM서비스를 시도했다.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벤치마킹하는 등 대고객서비스분야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을 받았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이 줄었지만 대출영업에서도 SC은행보다 안정적이다.
씨티은행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하락한 수치지만 적자전환한 SC은행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 눈에 띄는 것은 건전성지표. 같은 기간 대손충담금 및 기타충담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3억원 감소한 1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28%포인트 개선된 0.87%를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종복 행장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아니겠느냐”며 “올해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박종복 행장의 완패로 볼 수 있다. 현 수준에서는 SC은행이 씨티은행을 앞서기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말로만 ‘글로벌’… 현실은 ‘쪽박’
SC은행의 최대강점은 글로벌점포다. 전세계 70개국에 해외점포를 보유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주도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이른바 글로벌 소매금융업이다.
박 행장도 “SC은행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서비스 할 수 있는 유일한 은행”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채널만 보유했을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안정성이 높고 단기적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개인고객 영업에 치중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내년부터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개인영업의 영업환경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과 같은 전략으로 개인영업에 치중하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1970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36년간 영업현장을 지켜온 ‘영업통’ 박종복 행장. 그에게 내년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만약 SC은행이 가진 장점을 적극 살려 은행의 위상을 높인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면 SC은행은 사상 최대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SC은행의 철수설을 단순한 풍문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지 안나는지는 이제 박 행장의 손에 달린 셈이다.
☞프로필
▲1955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경희대 경제학과 ▲1979년 제일은행 입행 ▲2006년 PB사업부장 ▲2007년 영업본부장 ▲2009년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2011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2014년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부행장) ▲2015년 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회장 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금융지주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투자금융지주,올해 은행지주사로 전환 추진 . 인터넷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뱅크(50%지분)'가 은행법 개정 전에 자회사로 편입되는 상황으로 (0) | 2016.02.22 |
---|---|
허약해진 금융지주, '비은행'으로 체력보강 신한금융지주 독보적 실적 호조가 자극제 역할, KB·하나·NH 등 내년 비은행부문 강화 나서 (0) | 2015.12.16 |
농협금융, 내년부터 자회사 자산운용 성과 평가 내년 2월 시스템 구축 완료…"자회사부터 개인·펀드까지 성과분석" (0) | 2015.11.17 |
NH농협금융지주. 'NH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 "인터넷전문銀보다 IT인프라가 우선".인터넷전문銀 한계 명백 지주·은행 진출생각 없어 (0) | 2015.08.06 |
새판짜는 은행권…하반기 화두도 '수익성·영업' (0) | 2015.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