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쌓은 NPL시장, 해외에 기회있다"
[한국의 NPL시장] ⑪김정열 회계법인 예교 대표
강예지 기자 | 공개 2015-12-15
해외 진출이 금융업계의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 시장을 찾지만 아직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언어와 문화, 경제환경이 낮선 곳에서 현지 경쟁자와 겨루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열 회계법인 예교 대표(사진)는 올해로 18년차를 맞은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서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해외 시장 참여자, 국내 시장에 큰 관심…우리 강점은 밸류에이션
김정열 회계법인 예교 대표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외환위기 직후 형성됐다. 부실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지 않았던 당시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찾았고 이는 우리 시장에 학습의 계기를 제공했다. 투자의 경험과 관리의 노하우가 쌓인 현재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법·제도적으로나 참여자의 수준으로나 발달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금융업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라며 "20여 년 노하우를 쌓은 국내 시장을 유수의 IB(투자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지만 정작 국내 플레이어들은 우리의 수준과 강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 참여자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KPMG에서 근무하던 시절 대만 예금보험공사(CDIC)의 초청을 받아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경험과 매각·투자전략 등을 교육한 경험이 있다. 대만에 국내 수준의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당시 CDIC뿐 아니라 현지의 투자자, 글로벌과 로컬 자문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김 대표가 국내 토종 인수합병(M&A) 자문사인 두우컨설팅에서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 자문사인 회계법인 예교를 설립한 뒤에는 해외 IB에서도 여러 차례 문의를 받았다. 해외 시장의 부실채권 매각 니즈와 투자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국내 참여자의 강점은 밸류에이션"이라며 "우리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력은 부실채권 시장을 키우고 국제화하는 데 좋은 바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크로스보더 딜 아쉽게 접어…"쉽지 않지만 국내 IB에게 큰 기회"
해외 진출과 제대로 된 현지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는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중국 등 해외 부실채권 시장에 눈뜨기 시작한 2006년경 김 대표도 홍콩 씨티은행의 카드채권 매각 딜을 추진, 관심을 보인 국내 증권사들과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크로스보더 딜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신시장 개척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자산관리 비용이 벌어들일 수익을 초과했다"며 "매입은 가능하지만 비싼 인건비와 언어 등 회수과정의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예교를 비롯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 국내 투자자들의 의지는 1990년대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리먼브라더스 등 자국에서 노하우를 쌓은 투자자들에게 우리 시장은 '신대륙'과 같았다. 김 대표는 아직 부실채권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여러 아시아 국가에 우리 시장 참여자의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IB 영역에 해당하는 부실채권 투자는 수준높은 국내 시장의 노하우를 발판삼아 증권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업이란 판단이다.
김 대표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하지만 해외 IB와 겨루어서는 뒤쳐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스템으로나 인력의 전문성으로나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것이 부실채권 업무다. 신시장 개척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향후 국내 IB 발전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고 법률과 세무, 회계, 금융 등 현지의 법·제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현지 인력을 관리할 만큼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7~8년 여전부터 시도해온 힘든 시장이고 현지화에 드는 비용이 상당해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간다면 분명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부족하고 환경 달라도 시장 열릴 것"
부실채권 시장에서 진리와 같이 통용되는 말이 있다. '대출을 하지 않는 국가는 없으며 대출이 있는 곳에 부실채권이 있다'는 말이다.
이달 발표된 산업은행과 카자흐스탄경제연구소(ERI)의 공동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현재 10%대 초반에 달하는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부실채권 시장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통해 부실자산 정리 경험을 가진 한국 금융회사에는 카자흐스탄 시장 진입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아직 인프라가 갖춰 있지 않고 정치·경제 환경이 국내와 다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분명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감독당국 간 협력이 필요한 일이다. 투자업계 안팎에서도 금융당국과 부실채권 시장 종사자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중국과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주목하고 있다. 요즘 중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독특한 환경의 중국에서는 현재 부실채권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지만 5년내 시장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한국의 NPL시장] ⑧
2015-12-14 .더벨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경매절차와 법제가 상당히 발달돼 있고 참여자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문사와 금융기관들은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시장 조성과 매각·투자 전략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버티고 있는 국내 시장 참여자에게 해외 시장은 잠재 먹거리로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다. 그간 수차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 투자자들도 있다. 하지만 법·제도 등 인프라 수준이 낮고 언어·문화적 장벽이 높아 쉽게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경매·투자·평가과정 발달…국내 자문사에 문의 잇따라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경매 진행절차와 자산의 분석·평가 등 투자과정이 정형화돼 있고 투자질서도 우수하다. 담보 관련 제도와 채권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 법원 중심의 법정관리·회생 절차 등 법·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 형평성이 보장되는 점도 국내 시장을 우수하다고 보는 배경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와 운용사, 저축은행, 외국계 투자자, 연기금, 공제회 등 다양한 투자자가 활동하고 있다. 또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과 토종 회계법인 등이 매각·매수 자문과 자산유동화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부실채권 시장 형성기라 볼 수 있는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시장 참여자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국내 시장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해외에서도 국내 시장의 시스템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문의를 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초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개발은행이 지원한 베트남의 은행과 자산관리회사(AMC)에서 한화 5000억 원 가량의 부실채권 처리를 앞두고 다양한 방안과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딜로이트안진은 태국 TMB(Thai Military Bank)에서도 부실채권 시장 조성과 매각 주관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다. TMB는 2000억 원 상당의 일반담보부채권 매각을 앞두고 부실채권 자문 경험이 많은 딜로이트안진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매각자문사는 태국 현지 회계법인이 선택됐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부실채권 처리에 대한 교육과 자문 니즈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로컬 회계법인과 금융기관도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부실채권 매각·투자에 관한 교육·자문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 중국 부실채권 투자…옛 우리F&I, 우리아메리카 부실채권 인수
해외 참여자들이 국내의 발달된 시스템을 찾는 한편 국내에서도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 사례가 여럿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는 2007년 중국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했다. 1347억 원을 투자한 캠코는 중국 4대 자산관리공사 중 하나인 동방자산관리회사(AMC)로부터 156개 차주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신한캐피탈도 비슷한 시기에 약 300억 원의 중국 부실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우리에프앤아이(F&I, 현 대신에프앤아이)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총 500억 원 상당의 미국과 베트남, 중국의 부실채권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미국과 베트남의 경우 담보 분석과 자산 평가, 회수까지 수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에프앤아이는 당시 우리은행의 미국내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베트남의 경우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서 운영중인 공장을 담보로 받은 채권이었다. 우리에프앤아이는 중국에서는 4대 자산관리공사 중 하나인 장성AMC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투자 사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캠코의 경우 2007년 당시 중국 부실채권에 후순위로 투자했다가 거의 전액을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프앤아이의 경우 중국 자산관리회사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계속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언어·문화 장벽…자산 관리·회수 쉽지 않아
금융기관 입장에서나 투자자 입장에서나 해외 부실채권에 대한 니즈는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 은행의 경우, 해외 법인에서 영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실채권 매각 니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을 낮추기 위해 매각을 시도한 우리은행, 2년여 전 일본 법인의 부실채권 매각을 시도한 KB국민은행 등의 사례가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그간의 투자 경험과 리서치에 따르면 여전히 장벽이 높다. 국내 참여자가 진출한다면 미국이나 유럽보다 아시아 시장의 매력이 높지만, 정보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법·제도는 물론 언어·문화 장벽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의 자산 취득이 불가능하거나, 외국인은 시장 조성까지만 가능하고 자국 투자자가 투자하도록 하는 경향도 있다. 채무자와 담보 등을 평가하고, 방대한 양의 법률 문서를 작성·관리해야 하는 점도 쉽지 않다.
투자할 만한 환경이 조성된 시장의 경우, 참여자들이 그간의 경험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이미 학습한 경우가 많다. 해외 IB(투자은행)나 자문사들이 선점한 곳도 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몰렸듯이, 이벤트를 계기로 대규모 시장이 갑자기 열리지 않는 한 현재 해외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자체적으로 소화가능한 수준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채무자와 담보물 등 정보의 접근성이 낮고 회수가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에프앤아이의 미국·베트남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은행이 그간 관리해온 정보들로 제대로 된 평가와 자산 회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이는 필수 조건인 자산관리와 회수는 현실적으로 현지 인력을 고용해 해결해야 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짜 담보인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담보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지만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며 "자산을 회수하는 실무진과 이들을 통제할 전문가 등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데, 이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쉽지 않아 조직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투자하듯 밸류에이션 하기에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기회가 있고 능력이 된다면 가야 하지만 여력이 없다. 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할 만큼 해외 시장에 대한 매력이 지금으로선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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