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7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 시장은 회계법인에게도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다. 주요 은행이 매각하는 연간 6조 원 안팎의 시장에는 삼일PwC와 삼정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소위 '빅4'와 회계법인 예교와 예일회계법인 등 토종 회계법인들이 매각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토종 회계법인들이 부실채권 매각자문 으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으며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빅4가 지배하는 은행 NPL 시장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다만 2010년 전후로 부실채권 시장이 커지면서 토종 회계법인들도 이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여지가 생겼다. 주요 은행에서 자문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채무조정채권 시장 등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자문사도 많아졌다.
◇빅4 '엎치락 뒤치락'…토종 회계법인의 약진
1일 더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시장에서 삼정KPMG는 1조 6497억 원의 부실채권 매각자문을 수행해 시장 점유율 31%를 기록했다. 삼일PwC는 삼정KPMG에 이어 시장점유율 23%, 2위를 기록했다.
삼정KPMG와 삼일PwC는 부실채권 매각자문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회계법인이다. 두 회사는 국내 부실채권 시장 태동기라 볼 수 있는 외환위기 직후 매각자문을 했고, 수많은 키맨을 배출했다. 특히 삼정KPMG는 부실채권 평가모형으로 은행과 투자자 사이에 전문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자의 핵심 인력에는 두 회사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삼정KPMG와 삼일PwC의 양강 체제에 조금씩 금이 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삼정KPMG와 삼일PwC가 주춤한 사이 딜로이트안진이 2013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빅4'가 매분기 왕좌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로컬법인인 예일의 꾸준한 약진도 눈에 띈다. 예일은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 26%로 올라서며, 1위 삼일PwC의 뒤를 불과 3%포인트 차이로 바짝 쫓았다.
부실채권 시장을 소위 '키맨(Key man)'이 움직이는 시장이라 일컫는다. 자문사의 경우 클라이언트인 은행과의 빠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폭넓은 투자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력의 전문성과 조직 규모, 낮은 회전율이 관건이다. 자산 평가부터 투자자 모집, 경매의 모든 과정까지 매분기 진행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맨의 이동은 자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삼정KPMG는 조직 정비기간 중이었던 2013년 점유율 4위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위를 탈환했다. 삼일PwC와 EY한영 등도 '허리'에 해당하는 매니저 또는 담당 헤드의 이직으로 점유율 변동을 겪었다. 최근 EY한영은 딜로이트안진 출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시장 점유율 회복 가능성을 높였다.
◇예교·예일 등 두각…은행권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
국내 토종 인수합병(M&A) 자문사인 두우컨설팅이 만든 예교는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 자문사로 이름을 알렸다. 부실채권 투자 1세대로 꼽히는 김정열 대표와 이상민 전무 등 부실채권 시장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창립 멤버다. 매각·매수자문과 자산유동화 등 부실채권 관련 업무를 넓게 다루고 있다. 우리종금증권과 OK저축은행 등 최근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매수 자문사로 예교를 택했다.
대형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30여 명의 전문팀을 운영하는 예일도 최근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013년 점유율 10.9%을 기록한 예일은 지난해에는 점유율 18%, 3위로 올라서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을 앞질렀다. 약한 브랜드때문에 초기 고전했던 예일은 실무진의 전문성과 자문실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컬 회계법인들이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권에서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교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6%로 4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대신 예교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네트워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로컬법인이 인지도를 쌓기는 했지만 주요 은행은 신규 법인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으로, 일각에서는 자문사 풀(pool)의 경직성을 시장 발전의 한계로 꼽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이 크기 때문에 자문사 선정시 조직규모와 안정성, 평판 리스크 등을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채무자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은행권 경각심이 커졌는데, 대형 조직의 시스템을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수료 20~50bp선…경쟁 치열해지자 틈새시장으로
부실채권 시장이 커진 2010년 전후로 회계법인들이 이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구조조정과 재무자문 담당 부서의 일부로 여겨졌던 부실채권 자문업무를 따로 떼어내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고객별로 전담팀을 두고 여러 은행을 집중 커버하도록 하는 식이다.
부실채권 매각자문 수수료는 은행별 그리고 딜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담보부채권의 비중이 클수록 높다. 통상 낙찰가의 20bp 안팎에서 많게는 50bp 수준에서 수수료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실채권 매각자문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수료 규모는 150억 원에 못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부실채권 자문은 딜레마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문인력 투입비용이 크고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은 대신, 경매과정을 마치기 까지 약 6주의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정형화된 업무를 소화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큰 리스크가 없다는 평가다.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 그리 많지 않지만 고객들과의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대형 회계법인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자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자문사도 많아지는 추세다. '틈새시장'으로 알려진 개인신용회복채권(Credit Counselling and Recovery Services·CCRS)와 회생채권(Individual Rehabilitation Loan·IRL) 자문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주로 2금융회사들이 꾸준히 물량을 매각하는 채무조정채권 시장에는 현재 딜로이트안진과 예교, 삼정KPMG, 삼일PwC 등이 매각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ㅡ
18년차 국내 NPL시장, 어디까지 왔나
[한국의 NPL시장]①'레드오션화' 담보부시장…시장참여자 저변 넓어진 무담보시장
강예지 기자 | 공개 2015-11-11 15:44:50
[편집자주] 외환위기 직후 형성된 국내 부실채권 시장이 어느덧 20여 년을 바라보고 있다. 다듬어진 투자과정과 질서를 바탕으로 발전한 이 시장에 대해 국내외 시장참여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 부실채권 시장이 대체투자의 한 분야로 자리잡기까지 시장참여자의 성공과 실패,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슈를 다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7일 15: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8년 국제금융시장에서 처음 국내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이 매각된 지 18여 년이 지났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내 부실채권 시장이 프라이머리(primary) 기준 약 10조 원, 세컨더리(secondary)를 포함하면 약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부실채권 시장은 담보가 있는 일반담보부채권과 특별채권, 담보가 없는 일반무담보채권과 채무조정채권 시장으로 나뉘어 매각과 투자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평가방법은 정교화됐고, 자산을 매각하는 금융기관, 매물로 나온 자산의 매수·매각 자문사들, 투자자 등 참여자의 풀(pool)이 넓어졌다. 투자자간 경쟁은 시장 발전의 배경이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발전과제로 개인투자자로의 투자자 저변 확대를 꼽고 있다.
◇연간 6조 원 담보부 시장, 다양한 투자자 활동…과열경쟁 우려
주요 은행의 담보부 채권 경매는 분기마다 열린다. 연간 40여 건의 경매를 통해 6조 원 안팎의 부실채권이 매각된다. 최근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매각물량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담보부 시장은 경매와 분석·평가 등 정형화된 투자과정과 우수한 투자질서 등으로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와 운용사, 저축은행, 외국계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활동하는 점도 시장 발전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심화된 경쟁이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부실채권의 가격은 올라가고 수익이 조달금리와 투자·관리비용 등을 뒷받침하지 못하자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외국계 투자자로는 오랜 기간 국내 시장에서 활동했지만 올해초 사업을 철수한 일본 신세이뱅크가 대표적이다.
◇'틈새시장' 채무조정채권 시장…기관투자가 북적
최근에는 레드오션화된 1금융권의 담보부 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불리는 무담보 시장으로 시장참여자의 관심이 옮겨지는 추세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이 매각하는 무담보 부실채권 시장, 그중에서도 신용회복채권(Credit Counselling and Recovery Service·CCRS)과 개인회생채권(Individual Rehabilitation Loan·IRL) 등 채무조정채권에 대한 매각 금융사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채무조정채권 시장은 연간 6000억 원 안팎의 규모로 증가 추세다. 주요 은행의 담보부 시장에 비해 작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시장에 최근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진입한 것은 채무조정채권이 비교적 검증된 투자대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높아지자 금융회사의 단일 매각규모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무담보 상각채권 위주로 투자해온 일부 자산관리회사(AMC)도 이 시장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후 다시 매각하는 재매각 시장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매각 시장의 풍부한 수요·공급은 1차 투자시장의 거래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담보부 시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채무조정채권 시장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과열 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평가방법 정교화, 투자자 저변 확대…시장 과제는 개인 투자자로의 확대
국내에서 처음 부실채권이 매각된 1990년대 후반 당시만 해도 부실채권이란 개념이 생소했다. 당시의 분위기와 투자수준을 감안할 때 20여 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내 시장은 놀랍다는 평이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평가방법은 정교화됐고 참여자의 풀(pool)이 넓어졌다. 자산을 매각하는 금융기관, 매물로 나온 자산의 매수·매각 자문사들, 투자자 등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부실채권이 대체투자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예로 무담보 채무조정채권의 경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대부업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투자자 요건, 부정적 시각 등으로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제도·법적 안정과 시장 투명화 등으로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부실채권 시장의 과제로 개인 투자자로의 확대를 꼽고 있다.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하는 부실채권의 투자·관리 성격상 현 제도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투자자산의 경우 공모펀드가 있어 일반 대중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지만 NPL의 경우 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아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기에 제약이 있다"며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생기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운용할 운용사가 있다면 개인의 NPL 투자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NPL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NPL 자문사]매각자문 시장 경쟁 치열…태영회계법인, 신규 진입 딜로이트안진, 1등 '턱걸이'…토종 예일의 돌풍 (0) | 2016.01.09 |
---|---|
해외 NPL 시장 '문턱',해외에 기회있다" …매입은 가능하지만 비싼 인건비와 언어 등 회수과정의 문제언어·문화 장벽의 현실,중국등 에 큰기회있어 (0) | 2015.12.15 |
유암코·대신F&I 양강 체제…파이는 '분산']⑥운용사·외국계·소형 투자자 등 치열한 경쟁…신규 투자자 진입 (0) | 2015.12.05 |
"카자흐스탄 정부. 부실기업 구조조정, 국내 기업엔 진출 기회".카자스탄 30%대 NPL비율 2017년까지 10%이하로, ‘은행업 안정화정책’ 추진 (0) | 2015.12.02 |
좀비기업 솎아내자" 은행 발빠른 부실채권 관리 (0) | 2015.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