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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손으로 직접 법 만든다…세계는 `디지털크라시` 실험중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 · 아이슬란드 `오픈 크라우드`정치시스템에 혁명적 변화 불러

Bonjour Kwon 2016. 2. 4. 10:31

스페인 포데모스 · 伊 오성운동 `스타트업 정당` 돌풍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중의 요구 정책에 직접 반영

신헌철,김명환,박의명,김연주 기자입력 : 2016.02.03 17:07:46   수정 : 2016.02.04 10:00:15

 

◆ 미래정치 50년 / ③ 디지털크라시 시대가 온다 ◆

 

 

한국 정치의 변화를 주창하며 새롭게 등장한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의 창당 모델을 답습했다. 중앙당사부터 마련하고, 기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당을 꾸렸다.

 

국고보조금을 거부하겠다거나 온라인 정당화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혁신적 발상은 애초부터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최근 스페인 포데모스, 이탈리아 오성운동 등 유럽의 신생 정당들은 기성 정치를 완전히 거부하면서 '스타트업(Start-up)' 정당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나 도시 중심의 '직접 민주주의' 실험도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로 향해 가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법안조차 정치권 정쟁에 가로막혀 처리하지 못하는 한국과 달리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법률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확산되는 직접 민주주의 실험

 

디지털 기술은 정치 시스템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술이 소통의 속도와 범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가을 프랑스 정부는 '디지털 공화국 법안(The Digital Republic Bill)'에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실험을 했다. 3주간 웹사이트를 통해 프랑스인들은 인터넷망 중립성, 잊힐 권리, 인터넷 접속권 등 법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법안의 문구까지 제안했다.

 

시민과 함께 만든 법안은 조만간 프랑스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2010년 아이슬란드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오픈크라우드(Open Crowd)' 방식으로 헌법 개정을 시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아이슬란드의 개헌 실험을 가리켜 "아이슬란드가 최초로 집단지성을 통해 개헌을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 지진 참사를 겪은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는 '마그네틱 사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 재건 사업을 추진했다. 크라이스트처치를 어떻게 복구할지 90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

 

샤오미식 온라인 정당이 뜬다

 

스페인은 한국과 닮은꼴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11위, 스페인은 14위며 인구수는 한국 28위, 스페인 29위다. 독재 정권을 경험했고 민주화 이후 양당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된 정치 환경도 유사하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스페인 유권자들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사망 후 33년간 이어진 양당 구도를 허물어버렸다. 우파 국민당은 350석 가운데 123석에 그쳤고, 좌파 사회당은 90석으로 줄었다.

 

그 대신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와 시우다다노스(Ciudadanos·시민들)가 각각 69석과 40석을 얻어 4당 구도를 형성했다.

 

스페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이어진 긴축정책으로 국가 전반에 피로가 누적됐다. 경제적 위기가 정치 지형의 근본적 변동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데모스는 정치학 교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8)가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란 사회운동의 여세를 몰아 2014년 초 창당했다.

 

이글레시아스의 핵심 정책보좌관인 아드리아 카발레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포데모스는 21세기를 대변하는 독특한 결사체"라며 "엄밀한 의미에서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치운동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철저히 시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운영되며 당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유럽 진보정당의 '나르시시즘'에서 탈피해 오직 국가를 변화시키는 국민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성 정당을 '특권층'으로, 진보 정당은 자기애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로 규정하면서 정치 지형의 틈새를 영리하게 파고든 것이다.

 

포데모스의 트위터 폴로어는 90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새누리당은 5만여 명, 더불어민주당은 7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포데모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의 요구를 정치에 직접 반영한다.

 

시민들은 '아고라 투표'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유럽의회 후보와 당 집행부를 뽑았다.

 

또 '플라자 포데모스'라는 온라인 토론장에서 시민들은 소속 의원에게 현안에 대해 묻고 정책 입안을 요구할 수 있다. 포데모스의 5대 목표인 공교육 개선, 부패 근절, 주거권 보장, 공공의료 개선, 가계부채 조정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채택됐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미래의 정당은 일종의 플랫폼 개념"이라며 "애플이나 샤오미의 운영체제(OS)처럼 외부의 개발자가 그 OS에 맞춰 정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샤오미식 정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신헌철 차장 / 김명환 기자 / 박의명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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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모크라시 신민주정치시대가 온다 저자 : 이청수   |   발행일 : 2000-09-05   |   출판사 : 중앙M&B

■ 책 소개 

 

저자는 미디어와 텔레비젼에 의해 좌우되는 미디어크라시(Mediacracy), 텔레크라시(Telecracy)와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사이버크라시(Cybercracy), 디지털크라시(Digitalcracy)를 통틀어 테모크라시(Temocracy)라고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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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이청수는 1940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신문대학원, 미 조지타운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수학했다.

 

1965년 언론계에 투신해서 KBS 정치부장, 보도본부 부본부장 겸 뉴스센터 주간(보도국장), 미주 총국장, 해설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워싱턴 총국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KBS를 정년퇴임했다.

 

그는 국회, 중앙청, 외무부, 청와대 등을 두루 출입하고 국제뉴스 기자로도 일했다. KBS 9시 뉴스 주말 앵커, 일요정책진단과 보도특집 사회자 등으로 이름을 날리고 두차례 10년 가까이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1998년부터 순천향대학교 정치학 교수와 국민대학교 객원교수 등으로 연구와 후학지도에 전념하고 있으며 KBS 객원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본 책에서 발췌. 경력은 초판 발행 당시 기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