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5
50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에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57)가 낙점됐다. 이사장과 갈등 끝에 전임자가 사퇴했던 지난해 11월 3일 이후 석 달만이다.
강 신임 본부장은 1985년 국민투자신탁 입사 후 20년이 넘게 슈로더, ABN암로 등 국내외 외국계 금융사와 자산운용사를 거치며 국제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금융통이다.
강 신임 본부장은 성균관대 통계학과와 동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민투자신탁 국제영업팀장, 현대투자신탁 런던사무소장, 슈로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ABN AMRO자산운용 한국대표, 메리츠자산운용 CEO 등을 거쳤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기도 하다.
슈로더와 신한BNP파리바 등을 거치면서 봉쥬르차이나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성과를 냈다. 메리츠에서도 7조원의 수탁고에 대체투자(AI)본부 신설 등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이런 업무 능력에 합리적인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인정받아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이제 500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불려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시급하다.
국민연금은 매년 평균 6.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해 왔지만 작년에는 1~10월 누적 기준으로 4.2%에 그쳤다. 연간으로는 더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고 당장 수익률을 높이려 무리했다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형표 이사장과 호흡을 맞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는 것도 큰 숙제다.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도 부담이다. 그에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라는 ‘배경’이 늘 따라다녔다.
이를 의식한 듯 강 신임본부장은 “그동안 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종사하면서 얻은 다양한 경험으로 금융시장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세간의 곡해를 잠재울 그의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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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한가운데서 정치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책을 맡았다는 평가다. 강 신임 본부장도 “국민연금기금의 리스크관리를 우선하면서 흐트러진 기금운용본부 조직 관리를 중시하겠다”는 포부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본부장은 16일부터 홍완선 현 기금운용본부장의 후임 역할을 맡게 된다.
◆글로벌 자산운용 전문가 발탁
국민연금기금은 작년 말 510조원을 돌파한 세계 3위 연기금이다.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의 재임 기간 중 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 갖고 있는 자산은 약 100조원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6%가 넘는다.
이런 중차대한 역할에 비교할 때 강 본부장은 투자업계에서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기금과 같은 장기 기관투자 경험이 많지 않아서다. 강 본부장은 국민투자신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마케팅본부장을 오랜 기간 역임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일이다. ‘을’의 역할을 오랜 기간 경험한 후 ‘슈퍼갑’으로 평가받는 국민연금 CIO로 단번에 선임됐다.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탓에 영어 소통은 원활하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국민연금과 의사소통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는 대목이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도 강 본부장을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사와 부하 직원들과 두루 원만한 인간 관계를 맺는 ‘화합형 리더십’을 갖고 있어서다. 강 본부장과 같이 근무했던 장덕진 신한BNP파리바투자신탁 부사장은 “모나지 않고 조직을 관리할 능력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덕장”이라고 귀띔했다. 본인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을 투자 철학으로 삼고 있다.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의미로 일반 상식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를 잘 엿볼 수 있다.
◆내부 조직 관리 우선순위
강 본부장도 면접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과 같은 외부 활동보다는 내부 운용 조직을 다잡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 위원들도 내부 갈등으로 ‘최고경영자(CEO)와 CIO 동반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잘 추스를 적임자라는 데 높은 점수를 매겼다. 홍완선 현 기금운용본부장도 “내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만 연기금 자산 배분이나 대체투자 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강 본부장의 약점으로 거론됐다. 특히 대체투자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본부장과 마지막 순간까지 경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본부장 본인은 국민투자신탁 시절 국제영업팀장과 국제운용팀장을 맡으면서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기금운용본부 조직 내부 전문가들을 잘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 강면욱 본부장 프로필
△1959년 포항 출생 △1978년 대구 계성고 졸업 △1982년 성균관대 통계학과 졸업 △1991년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1995년 국민투자신탁 국제영업팀장 △2001년 슈로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200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2005년 ABN 암로 자산운용 한국 대표 △2008~2013년 메리츠운용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