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1
세계 3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CMA CGM이 15억달러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진행하면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사들이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한편 CMA CGM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출범하기 위해 10위권 이내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국내 해운사들은 가뜩이나 나빠진 수익성이 더 악화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프랑스의 CMA CGM이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최대 9척가량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선박과 항구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나르는 2600TEU급 피더선박(Feeder container ship)도 최대 3척 사들여 총 발주 규모는 15억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로부터 2만TEU급 선박 11척을 수주한 이후 처음 나오는 대형 프로젝트다. 해운 불황 속에서도 머스크그룹은 공격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통해 해양 영토를 넓혀갔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 급감하면서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 3위 업체인 CMA CGM이 반격의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제작 경험이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모처럼 나온 먹을거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색했다.
국내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은 한·중·일 조선사가 모두 건조 경험이 있지만, 다양한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고 납기를 줄이는 기술경쟁력은 국내 빅3를 따라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두 달이 지나도록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 수주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2일 유조선 2척을 1억3000만달러 정도에 건조하는 중소형 수주를 받아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수주하는 배의 크기가 커질수록 수익성은 높아진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CMA CGM이 극한 불황 속에서도 발주 결단을 내린 건,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배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머스크로부터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척당 1억6300만달러 정도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CMA CGM이 대형 발주를 내놓을 경우 척당 가격이 1억5000만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조선사 수익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해운업계의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CMA CGM은 초대형 신규 해운동맹을 준비하면서 국내 해운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인 프랑스 CMA CGM과 4위인 대만 에버그린(Evergreen), 6위인 중국 COSCO, 10위인 홍콩 OOCL 등 중대형 컨테이너 해운업체 4곳이 새로운 해운동맹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동맹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와 2위 이탈리아·스위스 합작 MSC의 '2M' 동맹을 넘어서는 글로벌 최대 얼라이언스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글로벌 해운동맹은 '2M'과 CMA CGM을 중심으로 중동 UASC, 중국 CSCL이 연합한 'O3', 한진해운이 포함된 'CKYHE', 현대상선이 포함된 'G6' 등 4대 동맹 체제로 나뉘어 있다. 새로운 동맹이 결성되면 회원사들이 기존 동맹에서 이탈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가 포함된 얼라이언스는 힘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동맹은 회원사들이 노선을 함께 구성하고 각 사 선박의 공간을 상호 교환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