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
2016-04-20
해운업계 "팔수 있는 건 다 매각"…외국 용선료 협상에 사활
조선 빅3 첨단 경쟁력 확보에 총력…일각에선 합병론 제기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인영 김연정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내 기간 산업인 해운과 조선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사상 최악의 적자에 부도 위기까지 몰려 대규모 구조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뒷받침해야 할 산업이기에 무리한 통폐합보다는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 업종은 시황에 따라 움직이므로 다시 호황이 왔을 때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이들 산업을 모두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동안 이들 업종이 호황기에 방만 경영으로 부실을 자초한 면도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배제하고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하는 '군살 빼기'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해운업 '팔 건 다 팔았다'…정부 지원 절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장기 불황으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해운업계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논란의 와중에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업종이다.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선박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장기 불황이 계속돼 왔다. 이후 8년여간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상선[011200]과 한진해운[117930]을 제외한 중·소형 선사들이 대폭 물갈이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 뛰어든 중·소형 선사들은 배를 헐값에 사들여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년간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대형 해운사들의 적자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동안 위기를 타개하고자 꾸준히 자구 노력을 펼쳐왔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벌크전용선, 국내외 터미널 지분 등을 팔고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현대상선은 2011년 3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2년 5천억원대, 2013년 3천억원대, 지난해 2천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등 부채규모가 6조원대에 이르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과 컨테이너, 초대형원유운반선, 자사주 등을 매각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장기 불황에 유달리 고전한 이유는 외환위기 당시 보유하던 배를 팔고 외국 선사들에게서 배를 빌려 쓰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호황기에 책정한 높은 용선료(선박 임대료) 계약 때문에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용선료를 지급하면서 불황에 따른 수익 감소와 더불어 이중고를 겪어왔다.
일단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낮춰야 채권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여서 최근 진행 중인 외국 선사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달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치고 만기가 돌아오는 전체 공모 사채를 대상으로 오는 6월께 일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지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의 중이며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재무진단 컨설팅이 끝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경영개선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내 해운사들이 세계 해운업계와 화주의 신뢰를 회복하고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금융권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선주협회 조봉기 상무는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라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정부가 업계의 자구노력만 요구하면서 수년의 세월이 흘러 업계는 허약체질로 바뀌고 대외적인 여건은 악화됐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에서 한국 해운을 계속 지키려 한다는 신호를 세계 해운업계에 보여주고 지원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사옥 전경
현대그룹 사옥 전경자세히
◇ 조선 빅3도 빨간불…세계 1위 위상 '흔들' = 주요 제조업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독식해온 분야는 조선업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대형 3사는 20여 년간 전 세계 조선 시장을 70%가량 점유해오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거제와 울산은 이들 조선소 직원들의 두둑한 주머니 덕분에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3사가 해양플랜트 악재와 경영 부실로 수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선박 수주는 끊기고 해양플랜트 악재는 지속되고 노사 갈등까지 이어지면서 조선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이들 빅3는 지난해 총 8조5천억여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5조5천51억원, 현대중공업이 1조5천401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5천19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조선 빅3가 동시에 조원대 적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사상 처음이며 적자 규모 또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규모 해양플랜트가 납기 지연 또는 계약 취소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빅3의 총 8조원대 적자 가운데 해양플랜트 손실만 7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최악의 국면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조선 빅3의 수주는 단 3척에 불과했다. 과거 분기당 40~50척씩 수주가 몰려 거절할 정도였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선박을 수주해야 수만명의 일거리가 생기는 조선업체로서는 답답할 노릇인 셈이다.
조선 빅3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달 중동 선주로부터 정유운반선(PC선) 2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런 실적 또한 평년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현재 수주가 아예 없다.
채권단에서 4원여원을 지원받는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인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의 계약 건을 가져와 첫 수주로 돌리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대우조선은 최근 수에즈막스급 탱커 2척을 1억3천만달러에 수주했는데 이는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건이었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서 매년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을 채용해 자동 충원하고 1년에 1회 이상 노조가 요구한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업의 상황이 악화하자 일부에서는 조선 빅3를 통폐합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조선업체가 3개나 있는 것은 과잉이라고 주장한다. 한진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소까지 합치면 국내에만 20여개가 넘는 조선업체가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황이 좋았을 때 선박 부품을 만드는 업체까지 모두 조선소로 탈바꿈하는 바람에 현재는 조선업이 과잉 상태로 처치 곤란이 됐다"면서 "조선 빅3도 1~2개 정도로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3~4년만 버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어차피 공급 과잉으로 벌어진 '치킨 게임'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보다 오래 버티면 결국 조선 빅3의 세계 독식 구조가 다시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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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는 잘 살려서 일본이 어려워지는 순간까지 버텨야 한다"면서 "또한 조선 업종은 대부분의 선박 제작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았기 때문에 여타 첨단기술 개발 등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은 분명하며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적으로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구조 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히 기술 경쟁력 갖고 있는데 일시적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겪는 기업이 있고 경쟁력이 없어 도태돼야 하는 기업이 있는데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면서 "일시적 위기를 넘기려는 기업에게는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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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독박 뒤집어쓴 '산업은행', 결국 또 혈세 투입
김형민 기자 | 2016/04/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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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지난해 부실채권 규모 및 비율 전년대비 두배로 급증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한진중공업 등 부실기업, 산업은행이 대부분 부담
정부, 추경은 ‘난색’·현물출자는 ‘고려’…“결국 혈세 투입은 마찬가지”
구조조정 광풍(狂風) 한가운데 서 있는 산업은행이 또 다시 부실기업 채권을 ‘독박’ 쓸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의 부실을 혼자 떠안았고 올해 상반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연달아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산업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연이은 중후장대 산업 부실에 전년대비 두배 가까이 늘었고 부실채권 규모 역시 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이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정부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년 사이 부실채권 두 배 늘어나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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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68%를 기록했다. 2014년 2.49%보다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쉬운 말로 부실채권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이다. 산업은행이 돈을 빌려준 기업이 부실해졌고 빌려준 돈을 다시 회수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정이하여신 규모, 즉 부실채권 규모는 2011년부터 계속 증가했다. 2011년 1조4865억원이었던 부실채권 규모는 2013년 3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7조3269억원을 기록했다.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주채무기업(금융권에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기업) 중 부실기업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주채무기업 명단을 보면 39개 기업 중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은 12개다.
12개 기업 면면히 모두 금융권을 뒤흔들 정도의 부실규모가 컸던 중후장대 산업 내 기업들이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진그룹, 현대그룹,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등이다. 정부가 꼽은 취약업종 5개(건설, 철강, 조선, 유화, 해운)가 모두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 이후 금융당국에서 기업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부실확대를 조기에 차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중은행의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회수는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은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 등 국책은행만 담당하는 꼴이 됐고 국책은행의 부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곳간 부족한데 구조조정은 어찌하나…올해 받은 정부예산 고작 6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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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에 당장 직접 현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되면 부실기업에 대해 대출채권금리 인하, 채권의 지분화(출자전환) 등으로 이미 집행된 채권의 성격을 조정해 ‘우회’ 지원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올해 구조조정 놓인 기업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부담은 올해 더 가중될 것이다”라며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에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의 실탄을 확보하려는 정부과 정치권 방안은 안갯 속이다. 새누리당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의 산금채와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매입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총선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야권은 새누리당의 공약을 반대해 왔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산업은행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에는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6년 예산은 이미 끝났고 자본 확충 방법은 추경 외에도 현물출자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올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은 600억원에 불과하다. 기재부가 지난해 산업은행에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분 등 2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집행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경우 국민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추경을 통해서든, 현물출자를 통해서든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할 경우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 같은 경우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국민 혈세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은 두 해운사 합병 등으로 민간이 구조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판만 깔아주고 실제 자금 투입은 극히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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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16-05-25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대출 채권 대부분 '정상' 분류
STX조선 법정관리 가면 2조8천억 추가로 쌓아야
은행 업황 분석 '미비'…정부 '눈치 보기'로 은행권 손실 클 듯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박의래 기자 =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다가오면서 은행권의 '충당금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은 조선업에 대한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여부에 따라 대출 채권의 등급을 낮출 경우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1분기에만 3천억원 넘게 충당금을 쌓았던 농협은행을 비롯한 특수·시중은행들은 '충당금 셈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3사에 대한 은행권 여신만 55조원에 달하고 중소 조선소까지 합할 경우 70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은행권에 6조원 가까운 익스포저가 있는 STX조선이 법정관리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2조 안팎의 여신이 있는 해운사 구조조정과는 달리 조선업 구조조정 후폭풍이 은행권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이유다.
◇ 조선업 대출규모 70조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업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약 70조원에 달한다.
연합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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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위험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이 약 23조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이 17조4천억원, 삼성중공업이 14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른바 조선업계 '빅3'의 은행권 채무가 55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견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5조1천억원, 현대미포조선도 4조4천억원에 이른다.
법정관리행 초읽기에 들어간 STX조선의 경우 국책과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5조5천억원 상당의 익스포저가 있다.
중견 조선사 1곳의 은행권 대출 규모가 자율협약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창명해운의 총 익스포저(약 2조3천억원)의 배에 달하는 셈이다.
따라서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면 은행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해운사 구조조정에 비할 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STX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권은 3조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 이자도 못 낸 대우조선해양 건전성은 '정상'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는 약 23조원이다. 수출입은행이 12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6조3천억원, 농협은행이 1조4천억원 등 특수은행이 20조원을 넘는다.
대우조선해양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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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8천250억원), 국민은행(6천300억원), 우리은행[000030](4천900억원), 신한은행(2천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규모도 2조2천억원을 웃돈다.
빚 규모만 23조원에 달하지만 대우조선은 지난 3년 간 영업 활동을 통해 이자비용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한계기업'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빚을 내 은행 이자를 낸 셈이다.
이 회사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도 'BB+'로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았다.
'수주절벽'도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대우조선의 수주량은 16만8천CGT로, 현대삼호중공업(16만9천CGT)보다도 적었다.
이처럼 '경고음'이 잇따랐지만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한 데다 비록 빚으로 연명할지라도 대우조선이 이자를 은행 측에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중에는 유일하게 국민은행만 지난 3월부터 대우조선의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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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당금 공포 현실화 '임박'
은행들이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대출 채권에 대해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한 건 등급을 낮출 경우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부실채권은 고정 이하 여신을 의미한다.
정상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지만 요주의부터는 상당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을 '정상'에서 '요주의'로만 분류해도 은행권은 1조6천억원에서 4조3천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특히 여신의 대부분이 몰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많게는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조선업계의 업황이 형편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충당금을 쌓을 돈이 없어 등급조정을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등급을 하향하는 건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자세히
또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좀비기업이라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은행 이자를 정상적으로 내는 데다가 주채권은행이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기에 우리만 낮출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대한 여신도 같은 이유로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17조4천억원, 삼성중공업은 14조4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법정관리 등으로 치달아 대출 채권이 부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30조원이 넘는 부실이 생길 수 있다.
은행들이 안이하게 대출 관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 은행권 업황 분석 실패…당국 눈치 보기도 작용
금융감독원의 자산 건전성 분류업무 해설 자료를 보면 "은행은 보유여신에 대해 미래의 손실액을 추정하고, 이런 추정액만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함으로써 보유자산의 건전성을 보다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즉, 기업의 경영 내용, 재무상태와 미래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채무상환능력을 꼼꼼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연체율 등 단순 지표만 들여다보고, 현금 흐름이나 업황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TX조선해양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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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조선업은 1년이라도 업황을 내다보고 글로벌 경제 동향을 알아야 하는데, 은행들이 조선업에 대한 충분한 연구 분석을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성과주의 체제 때문에 안 했을 수도 있고,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중요한 건 기업이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제대로 평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은 회사라면 은행들이 진작에 여신등급을 낮췄을 터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여신등급 조정을 미뤘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기업의 여신은 은행들이 함부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2분기에도 충당금 속속 늘어날 듯
은행들은 올해 2분기에도 조선·해운업과 관련해 거액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TX의 법정관리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충당금 부담이 더욱 커졌다.
우리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요주의'로 분류해 조선사에만 1천억원을 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를 포함한 충당금 규모는 약 1천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분기에만 해운·조선사 등에 3천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농협은행은 2분기에도 거액의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STX조선이 만약 법정관리로 간다면 6천52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가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요주의'로 낮추면, 최하 1천억원 상당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을 지난 3월 '요주의'로 내린 후 충당금을 적립했다. 조선·해운에 대한 충당금을 1분기에 1천300억원 쌓았다. 국민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이 6천300억원 수준이어서 앞으로 수천억원대의 충당금을 더 적립할 가능성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8천300억원, 신한은행은 2천800억원의 대우조선 대출이 있어 이 회사의 여신 등급을 조정할 경우, 수천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국책은행은 더 바빠졌다. 산업은행은 STX 여파로 1조5천억원, 수출입은행은 6천억원 가량을 추가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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