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1
-----------------------------------------------------------
연기금 공제회 보험회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해외 호텔 투자에 나섰다. 업력이 오래돼 운영능력이 검증된 해외 호텔에 대출 투자를 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업무용 빌딩(오피스) 일변도였던 해외 부동산 투자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미국 등 호텔에 투자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가 3곳은 최근 영국에 위치한 호텔 21곳에 6700만 파운드(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런던 글래스고 맨체스터 등 영국 전역에 퍼져있는 비즈니스 호텔이다. 이를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 가운데 중순위(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사모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기대수익률은 연 7~8%대로 알려졌다. 운용은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회사인 라살자산운용이 맡는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이 호텔들의 운영 내역을 보면 경기 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냈다”며 “21개 호텔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산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해외 호텔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올초 국내 기관투자가와 함께 ‘코람코US Debt strategy1호’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하와이 포시즌스 호텔의 대출채권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시몬느자산운용 지난달 역시 ‘시몬느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2호’를 통해 사학연금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와 손잡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웨스트세인트프랜시스호텔에 1억달러(약 1208억원)를 투자했다. 기대수익률은 연 7.76%다.
◆수익 안정적인 대출투자 선호
국내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해외 호텔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현금흐름이 일정한 곳이다. 국내 호텔과 가장 대조되는 점으로 꼽는 부분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대형호텔은 매물이 없고 비즈니스호텔은 최근에서야 활발해져 아직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투자처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는 호텔업 자체의 업력이 오래돼 수익률을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호텔의 경우 과거 매출에 대한 시계열자료가 있어 검토가 쉽다”며 “이를 토대로 미래 수익률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의 불확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지분투자보다는 대출투자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해외 호텔 메자닌 투자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가의 기대 수익률은 연 7~9% 수준이다. 지분투자는 이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초기 단계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제이커브 효과’때문에 각종 감사를 받는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꺼린다는 설명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