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5
해외건설특화펀드가 해외 프로젝트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유명무실한 펀드로 전락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정치적인 리스크와 초기 운영비용이 높아 투자기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7월 해외건설촉진법 개정까지 마치면서 올해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 해외건설특화펀드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개정안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해외건설ㆍ플랜트 수주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다.
해외건설특화펀드는 자산 총액 또는 자본금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을 해외건설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다.
특히 이 펀드는 여러 특례 조항을 부여받아 자산운용 시 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보증할 수 있다. 일반펀드의 경우,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재산으로 해당 투자기구 이외에는 채무보증이나 담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또 운용자금이나 투자목적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 비율로 자금 차입이나 직접 대출까지 허용하는 등 해외건설업계의 자금난을 해갈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는 직접 대출이 불가능해 우회적으로 대출금을 지급해왔다.
이처럼 자본시장법을 능가하도록 법까지 개정했지만 아직까지 이 펀드를 통해 자금을 융통받았다는 기업은 없다.
우선 펀드부터 없는 게 이유다. 펀드 설립을 가로막는 이유를 보면 정치적 리스크 헤징 문제와 막대한 운영비용 등 크게 두 가지다.
해외건설특화펀드의 펀딩을 받고자 하는 프로젝트 대부분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뤄져 정치적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분류된다.
금융기관들이 전향적으로 투자하려고 해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는 방안이 따로 없어 실제 펀드 개설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이 나서서 정치적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파키스탄과 같은 위험 분류 지역은 사실상 투자가 제외되는 실정이다. 초기 진입장벽이 타 펀드보다 낮지만, 유지비용이 많아 단기간에 운용수익을 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 펀드를 개설하는 데 필요한 자본금은 최소 10억원이다. 기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최소 10억∼80억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낮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나 관리인 등 고용비가 높아 단기간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 매니저를 한 명 고용하는데 연간 수억원이 들기도 하며, 또 사무실을 구해서 임대료나 기타 비용을 지출하는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며 “운용사 또는 투자자들이 펀드를 개설하고 운용할 만큼 비용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해외건설특화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집합투자업자들의 경우, 법 관련 질문만 간혹 해올 뿐 살짝 건들여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